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나를 재촉하는 뉴저지를 보고 나는 발걸음을 옳겼다.


"뉴저지, 신난 건 알겠는데 그렇게 뛰다가 넘어진다?"


"그치만, 간만에 허니랑 단둘이서 하는 여행인걸. 이 때 아니면 언제 즐겨보겠어!"


하긴, 그동안 일에 치여서 제대로 쉰 적이 없긴 했지. 그녀의 말대로 지금을 즐기는 편이 좋겠다.


"그나저나 용케도 당첨을 뽑았네?"


"흐흥, 내가 그날은 운이 좋다고 했잖아. 혹시 허니, 아직도 내 말을 못 믿는거야?"


부루퉁한 표정을 짓는 뉴저지를 달래며 이 곳에 오게 된 계기를 상기했다. 


사건은 며칠전으로 돌아간다. 오늘은 왠지 느낌이 좋은 날이야 라며 외출 신청을 한 뉴저지는 돌아오자 마자 다짜고짜 집무실로 쳐들어왔다.


"짜잔, 이게 뭐게!"


그녀가 손에 들고 자랑하듯 보여준 물건은 어느 해변에 위치한 호텔의 1박 2일 숙박권이었다.


"오, 느낌이 좋다더니 진짜 운수 좋은 날이었네?"


"당연하지. 이 블랙 드래곤의 감은 틀린적이 없다고! 그러니까 허니, 나랑 같이 가자!"


그 말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그러자고 했고 마침 밖에서 우리의 대화를 들은 스킬라가 여기저기 퍼트리는 바람에 함선들의 시기어린 눈총을 받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니, 허니! 내 말 듣고 있는거야?"


상념에서 깨어나 현실을 자각하자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뉴저지가 보였다.


"허니, 벌써 더위먹은거야? 아직 물놀이는 시작도 안했다고?"


"그런거 아니야. 그래서 무슨 얘기 하고있었지?"


괜찮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듯이 얼굴을 편 뉴저지는 평소의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자리잡고 썬크림 바르자는 얘기하고 있었잖아. 그래야 바다에 들어가지."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달래면서 그런 얘기를 했나보다. 어디가 좋을지 저리를 물색하던 도중 적당한 자리가 보여 거길 가리키며 말했다.


"저긴 어때? 해변이랑 적당히 거리도 있고 햇볕도 조금 덜 비치는 것 같은데?"


내가 가리킨 곳을 유심히 바라보던 뉴저지는 이내 좋다라며 내 팔을 붙잡고 나를 이끌었다. 잠시 후, 자리를 펼친 우리는 파라솔 밑에서 나란히 앉아 휴식을 취했다.


"히히, 이렇게 허니랑 같이 있으니까 너무 좋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뉴저지를 보며 쓰게 웃었다. 하긴, 이렇게 여유를 가지는게 얼마만이던가. 


"맞다 허니, 오늘 내 모습 어때?"


한참 콧노래를 부르던 뉴저지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뉴저지의 수영복은 그녀의 머리색을 닮은 짙푸른색의 비키니. 그녀의 흰 피부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서 마치 물의 여신이 뭍으로 나온 듯 했다.


"음, 다 좋은데 머리의 썬글라스가 좀 흠이네."


"힝, 허니 나빴어."


내 말에 머리에 쓴 토끼귀를 형상화 한 듯한 썬글라스를 다급히 벗은 뉴저지는 이내 자리로 돌아왔다.


"뭐 좋아. 허니는 이런 멋을 모르니까. 내가 이번만 봐줄께!"


네네 아무렴요 라며 대꾸하자 뉴저지는 한방 먹였다는 듯이 큭큭거렸다. 그렇게 침묵의 여유를 즐기는 내 귓가에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허니, 나 등에 썬크림 좀 발라줘."


그 말에 옆을 바라본 나는 폭력적인 장면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가 자랑하던 수영복은 풍만한 유방의 부피와 탱글탱글한 둔부의 탄력을 버티지 못하고 근무태만을 호소하고 있었다. 튀어나온 옆가슴과 하의를 아슬아슬한 면적까지 삼켜버린 엉덩이는 보는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기 그지없었고 내가 조심스레 시선을 피한다는 걸 눈치챈 뉴저지는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흐응, 허니 지금 어딜보는거야? 아무리 우리 둘밖에 없다지만 여긴 밖이라고?"


"...보긴 어딜 봐! 썬크림이 어디있나 살펴보단 중이라고."


그렇구나 라며 능글맞게 웃은 뉴저지는 내게 썬크림을 던지고는 등쪽의 매듭을 풀며 말했다.


"그럼 허니는 지금 내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다는거지? 그럼 등에 썬크림 좀 발라주라."


침착하자 이건 단순히 안전을 위한거야 라며 마음을 다잡은 나는 뉴저지의 허벅지에 걸터앉아 썬크림을 짰다. 멀리서 보면 매우 외설스럽게 보일 수 있기에 속전속결로 끝내기로 한 나는 손바닥을 마주쳐 대충 썬크림을 펴바르고는 그대로 뉴저지의 등에 철푸덕하고 갖다댔다.


"히야앙!"


너무 급했던건지 갑작스런 차가움에 깜짝 놀란 뉴저지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급히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 나는 천천히 썬크림을 펴바르기 시작했다.


"하아...흐읏...허니...손길이 이상하잖아"


그런 뉴저지의 항의 아닌 항의를 무시한채 집중을 했고 이윽고 꼼꼼하게 다 발라진 썬크림을 확인한 나는 비키니 매듭을 묶어준 다음 허벅지에서 내려온 뒤 끝났다는 걸 알려주듯 그녀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한대 후렸다.


"하앙, 허니 짖궂어!"


"나를 놀린 벌이야."


상기된 얼굴로 한참을 흘겨보던 뉴저지는 뭔가 생각난듯이 내게 건네준 썬크림을 가져가더니 방금 전의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내 차례네? 여기와서 누워."


그제서야 아차 싶었던 나는 괜찮다며 소소하게 반항을 했지만 그녀의 억지를 이길 수는 없었고 결국 아까와는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럼 허니 이제 바를게."


내 엉덩이 위에 걸터앉은 뉴저지는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고 저항을 포기한 나는 등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녀의 손길과 수영복 너머로 느껴지는 탱글탱글한 감촉에 내 고간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애써 들키지 않기 위해 마음속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한참 후 다됐다는 말에 몸을 일으키려 하는 나를 보고 뉴저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폭탄을 투하했다.


"아직 앞쪽은 안했는데?"


"...앞쪽은 내가 알아서 할게. 썬크림 이리줘."


내 반응에 뭔가 유심히 생각하던 뉴저지 표정은 점차 무언가 확신에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나는 그 변화를 바라보며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허니, 혹시 흥분한거야?"


"아니야! 앞쪽은 손이 닿으니까 그냥 혼자 하려는거지."


그 말이 시발점이었는지 썬크림을 저 멀리 내던진 뉴저지는 갑작스레 내 품으로 달려들었다. 품에서 피어오르는 그녀의 살내음과 살갖이 맞닿는 감촉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귓가에 속삭임이 들렸다.


"나는 아닌데?"


"뉴저지 그게 무스...우왓!"


우왁스럽게 뒤로 밀쳐져 당황하는 나를 올라탄 뉴저지는 두 손을 내 흥분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허니가 평소에 나보고 토끼라고 했잖아. 근데 그거 알아? 토끼는 일년 내내 발정기래."


"그래...? 그거 참 유용한 정보...네?"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확신으로 바뀔때쯤 한 마리의 토끼가 되어버린 그녀가 가슴을 맞대고 내 한쪽 손을 등의 매듭으로 가져가며 내게 속삭였다.


"나는 그 사실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데 허니는 어때? 바다는 시간도 많으니까 확인하고 들어가도 안 늦어."


손에 만져지는 매듭과 뉴저지의 달뜬 숨을 느끼며 생각했다. 왠지 오늘 입수는 그른 것 같다고.































이거보고 대충 끄적였는데 만족스럽지가 않다. 이 편은 여기서 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