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합니다. 주인님.”
조금은 이르다고 말할 수 있는 아침,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비명을 지른다. 끼익, 두말할 것 없이 벨파스트였다.
이는 벨파스트의 하루 일정 시작이자, 지휘관에게 있어 하루의 시작이다. 곤히 잠든 지휘관을 깨워주는 건 언제나 그녀의 몫이었으니까.
“……주인님?”
하지만 어째서일까. 늘 5분만 더 자고 싶다고 투정 부리던 지휘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적당히 개어진 이불만이 그녀를 반길 뿐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벨파스트는 장갑을 벗어 침대 위로 손을 올렸다. 온도를 체크하기 위함이었다.
“일어나신 지 그리 오래된 건 아닌 것 같네요.”
예상대로, 이불에는 미미하지만 온기가 남아있었다. 침착함을 되찾은 벨파스트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화장실, 씻고 있는 건 아니었다. 바구니에 옷도 들어있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를 먹으려 주방에 간 건 더더욱 아니었고.
그렇다면 답은 하나, 정해져 있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뱉어낸 벨파스트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겨 발코니로 향했다.
“……하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태우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
벨파스트는 굳이 다가가 말 걸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또 말없이, 창문을 사이로 그를 관찰하는 게 전부였다.
묘하게 우수에 찬 눈빛, 평소 보여주던 장난기는 저 멀리 사라진 지 오래, 다른 사람이라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모양새였다. 날카로운 눈매의 미남이, 무언가 사연 많은 눈빛으로 담배를 태우는 모습, 그 배경이 아침 해라면 감성은 배가 되었다.
사실 벨파스트가 첫 만남 때 기대한 모습이 바로 저런 모습이었다. 진중하고 침착하며, 무거운 분위기의 남자.
하지만 그 환상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깨져버렸다. 지휘관은 이른바, 얼굴값 못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가 저지른 기행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책 한 권은 족히 채우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주된 피해자는 당연히 벨파스트였고.
물론,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벨파스트에게 있어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하나하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으니까.
지금도 그랬다.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를 바라보는 무언가 아련한 순간이었지만, 벨파스트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며 생각했다.
'언제봐도 참, 멋있구나.' 하고.
“……!”
그녀가 생각을 마친 순간, 그가 마침내 벨파스트의 존재를 인지했다.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에, 벨파스트는 아까보다 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생각했다.
“또 담배 피우셨나요.”
“어, 들켰네.”
“압수하겠습니다.”
“벨파스트! 사랑해! 사랑해!!!”
“그래도 안 됩니다.”
“꺄아악! 그러지 마! 그러지 마!!!”
그래도 역시, 내가 좋아하는 지휘관은 이런 모습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