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도 모든것이 탄탄대로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해군 사관학교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중간 위에는 있던 성적표

장교로 정식 임관하고나서 빠르게 중령까지 달던 진급속도

빵빵한 동기들과 훌륭한 함순이들 그리고 그 함순이들과 같이 서쪽에서 세운 혁혁한 전과

최전선에서 언제나 활약하며 인류의 희망 중 하나로 평가받던 지휘관

가장일찍 일어나 가장늦게 잠드는 지휘관이였지만 그는 늘 남들과 웃으며 대화했다

어쩌면 저 신비한 분위기에 중앵에서 꽤 높으신 분이던 시나노란 함선도 그에게 넘어간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은 그 미소를 짓지 못했다


지난달 받았던 정기정밀검진 통지서엔 결과가 좋지못하다고 나왔다

위와 대장쪽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살았고 건강엔 큰 이슈없이 살았기에 무언가 불안한 마음을 애써 떨치려 한다


인간이 거진 다 죽은 세상에선 생각보다 인간은 귀하다 

하지만 그 귀한인간에 포함되는 것은 쓸만한 인간들이지 '못쓰는 인간'에겐 예전만 못한 대우가 적용된다

지휘관은 그게 걱정이 된다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으로 분류 당하는 것이...


시나노는 지휘관의 그런 기분을 감지한건지는 모르겠으나 조용히 손을 꼭 잡아줬다

그래 뭐 사랑하는 그녀도 든든한 동료들도 있겠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지휘관은 금방 평소대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낫다


그 한달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듯 눈부신 전과를 올렸던 그가 '인류연합군 장관'(前 : 국방부장관) 앞에 선다

높으신 정치군인이 영웅을 초대하는 이유는 보통 두가지 밖에 되지않는다 

'내 라인에 타라' , '깝치지 마라' 정도 

아마 자기 라인에 타라는 거겠지... 

사실상 내년이나 내후년에 대령으로 승진하는건 이미 소문으로 확정 난 상황이고 그 다음부터는 별이다

그러면 그도 별수없이 누군가의 라인을 타며 [정치군인]을 하던지 아니면 진급은 막힌채 최전선에서 '선전영웅'이 되어야한다

..

.대충 지휘관은 이런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관의 입에서 나온말들은 꼰티를 절대 안내는 지휘관조차 표정관리가 힘들어졌다

일반인 출신의 장교가 귀하신분을 노렸다는 이유로 사실상 강제전역명령을 명받은거다


뒤에 말하는 빵빵한 연금이나 그런거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전장에서 같이 싸우던 우리 함순이들은?  내가 담당하던 지역들은? 그리고 내 미래는?? 

머리가 복잡하다 

대령이 된다면 그때 프로포즈를 하려고 했었다 

이미 프로포즈에 쓸 반지도 작년부터 지휘실의 사무실 한켠에 숨겨져 있었다


함대에 복귀조차 허락받지 못하고 강제로 본부에 체류당했다

그렇게 만나지도 못한채 한달 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역

지휘관의 (강제) 전역식의 몰래온 함순이들이  전역을 반대한다며 난입까지 하였지만 곧 다른 함대 소속 함순이들에게 저지당했다

[말려야한다]보다 '시나노도 왔을까?' 하는 기대가 앞섯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게 함순이들과의 마지막이였다

영웅의 초라한 퇴장이였다



지휘관은 그 이후로 영웅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처참한 삶을 살기 시작하였다

평소 유일하게 성공한 내 새끼라며 동네방네 자랑하던 하던 부모부터 수치스럽다며 그를 외면하였다

형제들도 자기 입에 풀칠하기 바쁜 일반인들이였다


약속한 막대한 연금은 갈수록 십창나는 인플레이션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돈을 유동성있게 지급하지도 않았다

하긴 전세계가 전시상황인데 개개인에게 연금을 줘봤자 얼마나 주겠는가?

거기다 이른나이에 병으로 인한  중령 전역이라는 꼬리표는 오히려 일반인만도 못한 취급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장교출신이라는 어드벤티지보다  병으로 인한 전역이라는 낙인이 더 컷다

건강이슈에 받아주는 곳 없어 결국 기지건설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군수공장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오년이 지낫다

지휘관의 머리속엔 아직도 함순이들과 함께한 그 날들이 생생하게 기억나지만  

현실은 나보다 어린 과장(좆소 특유의 낙하산이다)한태 좆털리지나 않으면 다행인 나날이나 보내고 있었다

별 좆도아닌걸로 트집잡고 지랄하는 개씹놈의 새끼들을 보면 그날따라 시나노가 그리워지며 

내가 이런 병신들을 위해 최전선에서 염병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현자타임이 오는게 일상다반사 였다

술이 없으면 잠을 잘 수가없다 존나게 취하면 시나노가 보이기는 했는데 아쉽게도 헛것이였다

그래도 그 헛걸 보겠다고 좀 더 술을 들이키면 약속처럼 그녀가 나타난다

그리고 곧이어 변기에 그 날 섭취한 모든것을 상납했다

그렇게 술에꼴아 '난농아...난농아...'  거리며  변기를 부여잡고 자면 금세 아침이 오고

대충씻고 일을 나가고 퇴근해서 또 술을 먹고 또 토하고 자고... 이게 요즘 지휘관의 일상이였다 


가을날이였다 

그 날은 아침부터 좀 속이 좋지 않았다 

어제 소주안주로 맥주를 마셔서 그런가 속이 좀 울렁거리긴 하나 이런거로 쉴 지휘관이 아니였다

그러나 오후 작업시간에 지휘관은 컨베이어쪽에서 작업을 하다 구토를 하더니 그대로 고꾸라져버렸다

귀하신몸에선 탈락했지만 그래도 지휘관은 함순이가 아닌 '인간' 아니겠는가?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중환자실까지 갔다가 일반병동에 8일만에 내려왔다 



그 8일만에 만난 주치의에게 선고받은 병명은 알콜중독과 말기 대장암 거기에 보너스로 간경화 증세까지

알콜중독이야 정신적인 치료를 병행하면 고쳐질 수도 있다지만 

의사선생께선 그에게 말기 대장암에 여명 3개월을 선고해버렸다

그래도 요즘 항암치료 기술이 좋아 치료를 받으면  여명이 3개월이 3~4년이 된다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했다

하지만 지휘관은 그때 무엇을 결심했는지 모르겠지만 '됐습니다.' 이 한마디를 딱 하고는 나갔다



맨정신으로 아침을 보내는게 얼마만인가?

사실 요 몇년 대부분의 날들은 술이 덜깨서 출근했는데 하늘이 지랄같이 맑다

병원에 당장 퇴원을 할 수 없어 병원 로비에서 환자들 심심하지말라고 틀어주는 대형 TV화면을 통해 뉴스를 본다

참 몇년만에 세상일을 보는지 알 수가 없다

뉴스에 있는 소식들은 꿈도 희망도 없었다 

내가 밀어버렸던 지역들은 옛날에 다시 점거당해 인간이 사는 흔적 자체가 없어졌다

저 해역도 저 땅도 저 물살이 지랄같이 쎈곳도.... 다 점거당해 이제는 촬영조차 힘든 땅이 되어버렸다


순간 궁금증이 증폭된다 

그렇다면 나랑 같이 있던 함순이는? 시나노는? 그리고 내가 몇년간 살았던 지휘본부시설은?

그저 알람시계에 불과했던 핸드폰으로 이리저리 검색해본다


5년전 뉴스 영웅 이른은퇴한다  건강이슈

4년전 뉴스... 연합군 대패... 인류의 위기 다시 시작되는가?

3년전 뉴스... 그 영웅이 지키던 땅 영웅과 같이 사라져 전설들의 전멸

2년전 뉴스 그때 그 최전선에 섯던 강제전역의 의혹 밝혀져 동맹에 금가나?

1년전 뉴스 중앵, 격이 맞지않아 격리시켜달라 요청했을뿐 , 궁색한 변명

.

.

최신 뉴스로 갈 수록 답이없다... 

눈을 질끈 감는다  옛날과 달리 그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나의 동료들이 내가 사랑하는 이가 보고싶었을 뿐인데 생사조차 알 수 없음에 무력함을 느꼇다


그 날 꿈속이였다

꿈속에서 지휘관은 그 옛날 찬란했던 그 때로 돌아가 있었다

비록 흐릿한 기억이였지만 그녀들과 전장을 누비던 그 영광의 시절이였다

함대의 함포소리와 폭격기의 폭격소리 차례차례 침몰되는 적군들... 

그리고 그 흐릿한 꿈들속에서 유일하게 선명하게 보이던 시나노

그리운 그녀의 손을 잡자 꿈에서 깻다

잠에서 깨자 얼굴은 눈물로 젖어있었다


병실에서 나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거울을 봤다

초췌해진 얼굴  거울속에서는 그 옛날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던 지휘관이 아닌

 곧 죽을꺼같은 말라비틀어진 말기암 환자가 비추어지고 있었다

병원침대에 다시 누운 지휘관은 자신이 어떤식으로 죽을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내 꿈도 인생도 결국은 남들에 의해 박살낫지만 내 죽음만큼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죽고 싶었다

그저 비루하게 병실에서 산소호흡기달고 비루하게 연명하느니 하고싶은걸 하자고 마음먹었다


퇴원하는 날

지휘관은 주치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처방받은 약 몇 정과 함께 퇴원을 해버렸다

곧바로 바닷가로 가 먼곳으로 간다

도착한 곳은 서쪽의 접전지


일반인들은 꺼지라는 식으로 함순이들과 군인들이 저지를 한다

이미 늙고 병든 몸으로는 젊고 팔팔한 현역놈들을 완력으로 이길 힘이 없다

결국 밤에 버려진 보트로 접전 지역을 넘어간다


그 병든육신을 이끌고 무리하면서까지 도착한곳은 옛날 자신의 주둔지 였던 땅


하지만 이미 배를 대기도 힘들정도로 모든것이 파괴되었고 지휘관도 결국 보트에서 내려 힘겹게 헤엄을 쳐 도달한다

해가 떳을때 바라보았던 그 곳은 이제 그때의 그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럴줄 알았다는 예상과 함께 본부 건물이 있던 쪽으로 걸어간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 아니 적이 없다는거에 감사해야할 수준이다

잔해 더미속에서 부서진 가구들이 보인다 그것들을 바라보며 추억을 곱씹어보지만 돌아오는건 없다


"애들아!! 나다!!"

하염없이 울면서 허공에 외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조차 없다


"나 왔다!! 의사가 나보고 곧 죽는댄다!!"

"씨발!! 난농아!! 나 왔다고!! 지휘관이 왔는데 왜 아무도 안나오냐!!"


말라비틀어진 그 얼굴에서 닭똥같은이 하염없이 흘러나온다

눈물을 닦았을때 그때 기적이 일어낫다


"어서와 지휘관" , "아니 뭐하느냐 지금까지 안온거야??" , "자네 기다리고 있었네... 밀린 업무가..."


아아... 우리 함순이들...

그녀들... 지휘관 앞에 그녀들이 보인다


"헤헷 지휘관! 이번에는 어디로 갈껀가요??"

"주인님이 방을 비우실때도 이 벨파스트는..."

"어이 하인!! 무시하지말라고!!"


"어서오게 그대..."


저 끝에서 다가오는 누군가

그렇게 보고싶었던 꿈에서도 그리웠던 시나노

그녀를 안는다 보고싶었다고 말하고싶은데 목이 메어 더이상 말이 나오지 않는다

보고싶었다며 내 손을 꼬옥 잡아주는 시나노 역시 눈시울이 붉어져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분명 전해주지 못한 그 반지가 끼어져 있었다


아아... 그래...

그러나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한가? 꿈에 그리던 그녀와 만낫는다는게 중요한게 아닌가?

영웅은 그렇게 시나노의 품에서 편히 눈을 감았다







저 벽챈는 사실상 깡계수준이라 참여 자격없음 사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