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앞서 본 글은 화자가 자주 바뀌므로 이런 형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뒤로 가는 것을 추천함. 그래도 읽고 싶다면 알기 쉽게 다음과 같이 시점이 바뀌는 것을 표기했으니 참고하도록.)


- : 화자는 그대로이나 시간이나 장소가 바뀜.

* : 화자가 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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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로 일어나렴오늘부터 비서함 업무 있다면서!"

 

부드럽게 나를 부르는 아가노 언니의 목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언니의 말대로 오늘은 그 사람의 비서함 업무가 있는 날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그 사람은 어디로 튈지 몰라서 늘 불안하니까마음속으로 오늘 하루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며 씻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암..., 노시로 언니 오늘 일찍 일어났네?"

 

"오늘부터 일주일간 비서함 업무가 있어서씻고 바로 나가봐야 해."

 

"으응... 그렇구나화이팅~."

 

사카와는 졸린 눈을 비비며 나를 지나쳐갔다그 모습을 본 나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저래서 나중에 세이렌과의 전투는 어떻게 하려는지뭐라 하려다 급한 것이 아니므로 씻기 위해 화장실로 움직였다나중에 말해두면 되겠지.

 

-

 

"노시로구나오늘부터 비서함 업무던가일주일간 잘 부탁해."

 

비서함 업무를 위해 집무실 문을 열자향기로운 커피향기와 함께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나름대로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일찍 나온 그를 보고 서둘러 비서함의 자리로 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제 나름대로 먼저 와서 준비하려고 했는데와계실 줄은 몰랐네요."

 

"아냐내가 멋대로 일찍 나온 거지아직 업무 시작까지는 30분 남았잖니?"

 

그렇게 말한 그는 커피 한잔할 거냐며 물었지만 커피는 입맛에 맞지 않았기에 괜찮다며 거절하고는 곧장 인수인계 파일을 펼쳐보았다이번 주 일정을 유심히 살피던 중 그의 웃음이 들렸다.

 

"노시로는 부지런하네아직 업무 시간도 아닌데 말이지."

 

"당연한 겁니다무릇 비서란 일정과 업무를 조율하고 조언과 잡일을 도맡는 자리니까요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는 것 또한 연장선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대단하네앞으로 일주일이 기대되는걸?"

 

그렇게 말한 그는 시계를 힐끔 보더니 손에 든 커피를 마저 해결하고는 잔을 개수대에 가져다 놓으려 했다그 모습을 본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자연스럽게 잔을 뺏었다.

 

"곧 진영 회의 시간입니다이건 제가 놓을 테니 가서 회의 준비나 하세요."

 

그가 무안하다는 듯이 서 있자 한마디 하려는 찰나노크 소리가 울렸다.

 

*

 

언니도 참비서함 업무라면서 이런 걸 놓고 가고 말이야어딘가 완벽하면서도 맹한 구석이 있단 말이지그리 생각하며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자 들어오라는 말이 들렸다.

 

"실례합니다~!"

 

"...사카와갑자기 무슨 일로 온 거죠?"

 

집무실 안에 들어서니 노시로 언니와 지휘관님이 나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나는 둘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채 당당하게 노시로 언니에게 다가가 도시락통을 내밀었다.

 

"놓고 간 물건정말이지첫날부터 이렇게 흘리는 물건이 많으면 어떡해그래도 아가노 언니가 발견해서 다행이지하마터면 굶을 뻔했잖아."

 

"...고마워요덕분에 굶지는 않겠네요."

 

언니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는 도시락통을 받아들었다.

 

"근데 둘이 뭐 하고 있었어그 찻잔은 뭐고?"

 

내 질문 공세에 난처한 표정을 짓던 언니 대신에 지휘관님이 대답했다.

 

"빈 찻잔을 노시로가 옮겨주려고 했을 뿐이야별다른 상황은 없었어."

 

"에엑정말요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도 않는 언니가 그랬다고요?"

 

내 말에 언니가 눈총을 쏘며 나를 툭 쳤다마치 내게 그런 얘기까지 왜 하냐는 듯이 말하는 듯했지만집에서 만쥬한테 다 맡겨버리는 언니가 직접 그릇을 치우려 했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하집에서는 다 그럴 수 있지나도 메이드대 애들이 다 알아서 해주는걸이제 업무 시작이야사카와도 볼일 다 봤으면 그만 돌아가렴."

 

"언니 그럼 숙소에서 봐."

 

그렇게 집무실을 나서려던 나를 지휘관님이 다시 붙잡았다.

 

"사카와 혹시 괜찮다면 점심시간에 시간 좀 내줄래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

 

"언니의 취향이 알고 싶다고요?"

 

"앞으로 일주일간 얼굴 맞대고 볼 사이인데 서로의 관심사 같은 건 알아두면 업무 분위기가 좀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얼버무렸지만 난 확신 할 수 있었다지휘관님의 저 표정은 분명 사랑에 빠진 표정이다.

 

"흐응글쎄요맨입으로 하기에는 너무 정보가 비싼데요?"

 

"...원하는 게 뭔데?"

 

걸려들었어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외친 나는 며칠 전 봐두었던 카페로 가자고 말했다언니 미안해하지만 거기 한정 메뉴가 오늘까지란 말이야.

 

*

 

뭘까사카와에게 묻고 싶은 것이란 거오전 내내 곰곰이 생각해봤지만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카와에게 묻고 싶은 것이라니점심을 먹으면서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딱히 뭔가 떠오르지 않았다.

 

중앵에 관련된 것이라고 하기에는 내게 물어도 상관없을 테고 그렇다고 다른 거라고 하기에는 짐작이 가는 것이 없었다그 사람은 도대체 사카와에게 뭘 물어보려고 했을까그렇게 사색에 잠겨있는 나를 일깨운 건 집무실의 문 여는 소리였다.

 

"미안내가 좀 늦었나?"

 

손에 커피 캐리어를 든 그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고 시계를 힐끔 본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아직 업무 시간까지 20분 정도 남았습니다오히려 일찍 돌아오신 편이라고 봐야겠지요."

 

"다행이네이거."

 

그가 내민 건 딸기라떼마셔보니 내가 자주 가는 곳의 그 맛이었다무언의 눈빛을 보내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도 가끔 들르는 곳인데 딸기라떼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사봤어무엇보다 달콤한 게 들어오면 피곤이 덜하기도 하고..."

 

어영부영 말하는 그의 모습에 딸기라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해요이런 건 사카와한테 물어볼 필요 없이 직접 물어보셔도 됐는데 말이죠."

 

머쓱해 하는 그의 표정을 본 나는 조용히 딸기라떼의 맛을 음미했다부드러운 맛 사이로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에 사르르 퍼져나갔다역시 이 집 딸기라떼는 맛있다.

 

*

 

"거봐요제가 좋아할 거라고 그랬죠?"

 

일과가 끝난 뒤나는 지휘관님과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언니는 내가 말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지만 왜 그런 걸 물어봤는지까지는 묻지 않은 모양이다.

 

"사카와 정말 고마워약속대로 여기는 내가 살게."

 

"와 정말요히히 감사합니다."

 

콧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메뉴판을 펼쳐 드는 나를 보며 지휘관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다른 걸 알 수 있을까?"

 

"뭘요?"

 

내가 조심스럽게 떠보자 지휘관님은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 말했다.

 

"...있잖아좋아하는 음식 같은 거라던가 아니면 취미라던가 그런 거 있잖아."

 

그 말에 100% 확신을 얻었다지휘관님 보기와는 다르게 은근히 순정파시네이 연애 사업 한번 성사시켜볼까?

 

"지휘관님의 고향에 분명 이런 속담이 있던가요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다."

 

"... 부디 제 지갑 사정을 잘 헤아려 주시옵소서."

 

지휘관님의 표정을 보며 큭큭 웃은 나는 특제 점보 파르페를 한입 떠먹었다.

 

*

 

시간이 흘러 비서함 업무 마지막 날이 되었다근래 일주일간 그 사람과 내 관계는 많이 바뀌었다어디서 자꾸 듣고 오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걸 계속 가져왔고 어떨 때는 내가 필요하거나 내가 바라는 것을 해결해 줄 때도 많았다그로 인해 알게 모르게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고 그 결과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다 아는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가 되었다.

 

"다음 일정이 마지막입니다그 뒤의 일정이라고는 유지 및 보수절차 확인뿐입니다."

 

"그래그럼 다음 일정은 인원 아무나 차출해서..."

 

"그러실 줄 알고 미리 아카시와 시라누이를 보내두었습니다."

 

"크흐역시 노시로야믿고 있었다고!"

 

나를 돌아보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속 한구석에서 기쁨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분명 비서함 업무 시작할 때만 해도 별 감흥조차 없었는데 말이다그렇게 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사이나를 부르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노시로혹시 내일 업무 끝나고 한가하니?"

 

"내일이면..., 아뇨별다른 일정은 없습니다왜 그러시는지요?"

 

"아니 다른게 아니고 내일이 비서함 임무 마지막이잖아그래서 밥이나 한 끼 사줄까 해서."

 

그 말에 어렴풋이 올 것이 왔다는 생각만 들었다솔직히 일주일간 보여준 성의와 관심을 생각하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알 것이다이 사람이 날 좋아서 한다는 걸.

 

"...좋아요딱히 별다른 약속도 없었고 아가노 언니랑 사카와도 각자 볼일이 있다고 외출한다고 하니까요."

 

그러자 그는 겉으로 내색은 안하는 척하며 내일 보자는 말과 함께 숙소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다하지만 나는 아직 남은 업무가 있었기에 남은 업무를 보다 가겠다고 했고 그 말에 그는 갑자기 볼일이 생각났다며 일 마치면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서둘러 어디론가 향했다정말 알기 쉬운 사람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일에 열중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일과 종료시간을 훌쩍 넘어있었다마무리는 내일 해도 괜찮겠지집무실을 나서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딸기라떼를 사려고 간 카페 안쪽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왜 저 둘이 여기에...?'

 

내가 본 광경은 사카와와 그 사람이 같이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

 

"그거 봐요제 말이 맞죠지휘관님은 제게 감사하셔야 해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초코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역시 이 집은 뭐니 뭐니 해도 초코라떼라니까그 모습을 본 지휘관님은 씁슬한 미소를 지었다.

 

"그 정보 값으로 만만치 않게 빠져서 자금 부족으로 내일 계획에 차질이 생길 뻔했다는 사실은 이 악물고 외면하는구나사카와."

 

"에이 결과가 좋으면 그만 아니겠어요요즘은 정보전이 대세잖아요그냥 싸게 여친 하나 만들었다 하고 생각하자고요."

 

지휘관님은 불만스럽게 날 쳐다봤지만 수긍한 듯 별다른 말 없이 커피만 홀짝였다그렇게 쳐다보셔도 이미 끝난 사항이네요메롱~

 

근래 일주일간 나와 지휘관님은 일과가 끝난 후 이곳저곳을 다니며 언니의 취향이나 취미에 맞는 물건들을 부지런히 살폈다그 결과언니는 지휘관님에게 마음을 연 듯했고 그렇게 지휘관님의 연애 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주변에서는 저러다 약혼까지 하는 거 아니냐는 소문도 돌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뭐.

 

"그래도 좀 아쉽네요언니 핑계로 지휘관님이랑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 은근히 재밌었는데 말이죠."

 

"...역시 노시로에 대한 정보는 핑계고 자기 사리사욕을 채운 거 맞지?"

 

이래서 눈치 빠른 사람은아니라고 거듭 강조한 나는 초코라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멀을 돌렸다.

 

"그건 그렇고 내일 일정 진짜 차질 없는 거 맞죠그거 때문에 아가노 언니한테 있는 핑계 없는 핑계 다 대가면서 집에 아무도 없게 만들었단 말이에요."

 

덕분에 아가노 언니가 눈치챌 뻔했지만 어찌어찌 넘어갔다고내 질문에 지휘관님은 내 걱정이 기우였다는 듯 엄지를 치켜세웠다.

 

"당연하지계획은 문제없고 노시로도 괜찮다고 했어이제 성공적인 마무리만 지으면 된다고."

 

그 미소에 나는 가슴 한 쪽이 쓰라린 느낌을 받았다계획대로 차질없이 완벽한데 왜 이런 느낌이 들었지?

 

*

 

"노시로일어나오늘 마지막 날인데 늦겠어."

 

아기노 언니의 목소리에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결국 한숨도 못 잤네."

 

사카와와 그 사람이 카페에서 웃으며 얘길 나누는 모습을 본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집으로 도망쳤다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두사람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 쪽이 바늘로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가노 언니의 인사도 무시하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그리고 밤새 골똘히 생각해봤지만그 두 사람의 연관성은 첫날에 도시락을 가져다주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단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일과가 끝나고 서둘러 어디론가 간다는 점그거 하나뿐.

 

'그 둘어디까지 연관된 걸까?'

 

밤새 고민했지만연관성을 찾지 못한 채결국 밤을 새우고 말았다마음이 심란한 탓인지 피곤하지는 않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일단 오늘만 생각하자그렇게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고 거기서 사카와와 마주쳤다.

 

"하암...왠일로 언니가 이 시간에 씻어?"

 

"...어쩌다보니 늦잠을 자버렸네먼저 씻어."

 

"그래의외네난 다 씻었어언니 씻어."

 

그렇게 멀어진 사카와에게 무슨 대답이 듣고 싶었는지 모르지만무의식적으로 사카와를 불렀다.

 

"...저기 사카와!"

 

내 부름에 발을 멈추고 나를 돌아본 사카와는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어제 있었던 일을 물어보기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냐오늘 외출한다고 했던가재밌게 놀다 와."

 

"에에싱겁기는어쨌든 알았어."

 

그렇게 사카와가 거실로 향하는 모습을 본 나는 말없이 씻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

 

그렇게 정신없이 비서함 업무의 마지막 날이 지나갔다어제 사카와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고 싶었지만오늘따라 눈코 뜰 새 없이 업무들이 밀려왔고 어느새 시간은 일과 종료 직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게 오늘의 마지막 업무입니다."

 

"그래으아오늘따라 왜 이리 일이 많아!"

 

그는 기지개를 켜고 오늘 마지막 서류검토를 마쳤고 그와 동시에 일과 종료를 알리는 방송이 울렸다.

 

"으아오늘 하루도 끝이구만노시로그동안 고생했어."

 

"아뇨요 일주일간 지휘관님 밑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이제 당신이 아니고 지휘관님이라고 제대로 불러주는 거야?"

 

나도 이제 노시로에게 인정 받았구만이라며 으쓱이는 그를 보며 나는 작게 웃었다.

 

"당신은 저의 인정을 받은 어엿한 한 명의 지휘관입니다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그 말을 끝으로 우린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고 그렇게 한참을 웃던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타이밍에 웃음을 멈췄다.

 

"...그럼 갈까?"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려요."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집무실을 나섰다.

 

-

 

"아 배부르다역시 비싼 집은 달라도 다르구나."

 

식사를 마친 우리는 산책도 할 겸숙소까지 걸었다사실 레스토랑에서 헤어졌으면 되지만 굳이 숙소까지 바래다주겠다는 노림수가 뻔히 보이는 그의 말에 어물쩍 넘어간 나는 공원에서 단둘이 산책 겸 귀가하기로 했다.

 

"노시로는 어땠어마음에 들었어?"

 

"지휘관님이 고른 곳치고는 의외로 맛있어서 놀랐어요."

 

"나 일과 종료하고 인정받은 거 아니었어?"

 

그의 얼빠진 대답에 나는 조용히 웃었고 그 탓에 그와 나의 거리가 살짝 멀어졌다.

 

"...노시로나 할 말이 있어."

 

갑자기 진중하게 분위기를 잡는 그의 말에 멈춰선 나는 웃음을 멈추고 조용히 뒤를 돌아봤고 그런 나를 그는 웃음기가 싹 빠진 얼굴로 보고 있었다.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해?"

 

지휘관과 첫 만남당연히 기억한다그때만 해도 이 사람이 내 지휘관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으니까웬 얼빵한 사람을 지휘관이라고 불러야 된다고 하면 불만이 나오지 않겠는가?

 

"그때부터인지 몰라도 그날부터 머릿속에 너만 떠오르더라고너라면 기뻐했을까너라면 화냈을까그러다 보니 어느덧 너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달아오르더라고그때 깨달았지이게 그거구나."

 

그렇게 말한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주머니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번 일주일간 너와 함께 하면서 더 크게 느꼈어널 놓치고 싶지 않다는 걸그러니 노시로나랑 결혼해주지 않을래?"

 

그 말에 나는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아니 놀라지도 않았다오늘 안으로 이 사람이 이렇게 나오리라 예상했으니까그리고 나 또한 이 사람과 같은 마음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하지만 내 입은 시원하게 그렇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그러기엔 어제 보았던 사카와의 미소가 눈에 밟혔으니까그 미소는 지금의 내 마음과 같은 미소였으니까.

 

"...저는!"

 

의아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한 걸음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비를 맞으며 달리고 있었다.

 

이미 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정처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숙소 앞에 도착해있었다.

 

"...지금 돌아가기엔 늦었겠지?"

 

자자그리고 내일 눈뜨면 사과하자미안하다고 그리고 고맙다고하지만 먹먹한 마음은 비에 젖은 몸을 무겁게 만들었고 방에 들어선 나는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큰 소리로 하염없이누구나 다 들을 수 있게.

 

-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그 날 이후 방안에서 나는 자고 일어나 울고 자고 일어나 울기만을 반복했다밖에서 몇 번이나 아가노 언니나 사카와의 목소리가 들린 듯 했지만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울기만 반복했다그렇게 하염없이 울다보니 어느새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무렵나는 길고 긴 칩거를 거두고 밖으로 나왔다.

 

"노시로...?"

 

밖에 나오자마자 본 사람은 아가노 언니였다언니는 나를 보자마자 놀란 기색을 보이며 괜찮냐고 연신 되물었고 난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목으로 괜찮다고 말했다.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자칫 네가 잘못되는 줄 알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고!"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언니를 보며 난 메마른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에 언니는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흐윽...다행이야...! 정말로...걱정...많이했다고!"

 

그렇게 한참을 언니를 달래던 나는 언니의 복장이 평소와 다름을 느꼈다.

 

"근데언니 무슨 일 있어평상시보다 기뻐 보이네?"

 

실제로 나를 보기 전 언니의 모습은 경사를 앞두고 기뻐하는 모습이었다내 질문에 언니는 우물쭈물한 기색을 보이더니 무언가를 내밀었다.

 

'청첩장날짜는... 다음 주네?'

 

양식은 개성 있었지만 누가 봐도 청첩장인 편지를 펼쳐본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거기에는 지휘관님의 이름과 사카와의 이름이 같이 쓰여있었으니까믿을 수 없는 현실에 나는 오늘이 며칠인지 물었고 언니는 현실을 고하듯 내게 말했다.

 

"...한 달노시로 네가 방에 틀어박혀서 울기 시작한 지 벌써 한 달하고 일주일이 흘렀어."

 

그 말에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갑자기 비가 오네요?"

 

우라나미의 말에 우리는 동시에 밖을 내다보았다우라나미의 말처럼 밖에는 조금씩이지만 비가 내리고 있었고 유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큰일이네요느낌이 곧 거세질 것 같은데 여기서 해산할까요?"

 

우리는 그 말에 동의했고 비가 더 거세지기 전에 해산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는지 중간부터 비가 거세졌고 나는 서둘러 뛰었다.

 

'아 정말오늘 같은 날 비가 올줄이야그래도 언니랑 지휘관님은 잘 피했겠지?'

 

그러자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지만 애써 무시한 채나는 숙소로 돌아왔다다행이 숙소 입구에서 아가노 언니를 만나서 같이 올라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아마 지금 상태에서 혼자 들어갔다면 텅빈 숙소에서 울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러니까 시마카제가..., 오랜만에 시나노님이..."

 

그렇게 아가노 언니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며 대답해주던 나는 지금쯤 지휘관님과 노시로 언니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했다아마 지금쯤이면 둘이서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 않을까상상하니까 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서어머문이 열려있네?"

 

자연스레 문고리를 잡고 돌리던 언니의 말에 나는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분명 계획대로라면 이 시간에 집에 아무도 없어야 하는데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문을 벌컥 열었고 내 불안감은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어머 노시로 얘도 참돌아왔으면 문을 잠가야지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비에 젖은 신발과 방안으로 이어지는 발자국이 두 가지를 보자마자 나는 고민도 없이 숙소 밖을 뛰쳐나갔다뒤에서 아가노 언니가 나를 부르는 듯했지만 내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언니가 아니라 그 사람이었으니까.

 

지휘관님... 어디 있으신 건가요...! 제발...!’

 

그렇게 한참을 헤매던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비를 맞고 있는 지휘관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휘관님.”

 

내 부름에 고개를 든 지휘관님은 내 얼굴을 보더니 울상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카와...미안해...결국 실패하고 말았어.”

 

그 말에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지휘관님을 끌어안았고 내 행동에 잠시 놀란 듯한 지휘관님은 이내 내 품속에서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괜찮아요다 괜찮아요그러니 오늘만큼은 우셔도 돼요.”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빗속에서 끌어안으며 서로를 달랬다.

 

-

 

그렇게 한참을 울던 지휘관님은 집무실로 돌아가고자 했고 나는 그대로 지휘관님을 보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지휘관님을 붙잡아 근처 모텔로 들어갔다.

 

“...이 정도는 내가 내도 상관없는데.”

 

그렇게 말하는 지휘관님이었지만 그동안 나로 인해 지출도 심했을 텐데 오늘까지 무리하게 비싼 레스토랑을 잡은 걸 안 나로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에이제가 지휘관님 지갑 사정을 다 알고 있는데이 정도는 제가 부담할게요.”

 

그리 말한 나는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는 명목으로 지휘관님을 욕실로 밀어 넣었고 지휘관님이 씻는 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나는 그제야 상황을 깨달았다비 오는 날다 큰 남녀가 단둘이 모텔방에서 잠을 청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지나가는 지휘냥이 봐도 모를 리 없을 테니까.

 

미쳤어미쳤어사카와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휘관님을 여기까지 데려온 거야!’

 

물론 즉흥적으로 지휘관님을 데려온 것이긴 하지만 굳이 모텔일 필요가 있었을까그냥 조용히 집무실까지 바래다줘도 되는걸무슨 자신감으로 여기까지 온 거냐고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을 때쯤 욕실 문이 열렸다.

 

미안 사카와너도 다 젖었을 텐데 나 먼저 씻게 해줘서난 다 씻었으니까 얼른 들어가 씻어감기 걸릴라.”

 

가운 하나만 걸친 채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는 모습을 본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욕실로 들어갔고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지휘관님은 멍하니 침대에 걸터 앉아있었다.

 

사카와 나왔...구나.”

 

내 인기척을 눈치챈 지휘관님은 내 모습에 시선을 피하며 말했고 나는 조심스레 지휘관님의 곁에 가서 앉았다그렇게 우리 사이에는 영겁 같은 시간이 흐르는 듯했고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나는 입을 열었다.

 

저기...”

저기...”

 

우리의 목소리가 겹쳤고 나는 먼저 말하라는 듯이 제스처를 취했다.

 

... 오늘 일은 고마워그리고 미안해그동안 그렇게 도와줬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네.”

 

아니에요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차였다면 지휘관님이 언니의 마음에 들지 못했나 보죠.”

 

으아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마음이 아픈데?”

 

그렇게 우리는 웃었고 한참을 웃자 그제야 지휘관님은 후련한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래도 미련은 없어남자답게 부딪쳤고 남자답게 깨졌으니 속은 후련하네.”

 

정말 후회 없으신가요?”

 

내 질문에 지휘관님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나는 그제야 내 감정에 이름을 붙여줄 수 있었다이 감정은 분명 그것이리라.

 

오늘 다 털어버리고 내일부터는 다시 힘내서...어엇?”

 

난 그대로 지휘관님을 끌어안았고 내 행동을 예상치 못한 지휘관님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사카와지금 이게 무슨...”

 

좋아해요.”

 

내 고백에 방 안은 시간이 멈춘 듯 적막이 흘렀고 나는 기세를 몰아나갔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였어요언니를 좋아한다길래 재미만으로 도움을 드렸죠근데 어느 순간부터 지휘관님을 향한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죠그래도 참았어요지휘관님의 마음속에 있는 건 제가 아니라 언니였으니까요하지만 오늘 지휘관님의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이 찢어질 듯한 기분이 드는 걸로 깨닫고 말았죠이 남자난 절대로 포기 못하겠구나 하고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에요지금 아니면 절대 기회가 없을 거 같아서.”

 

그리고 고개를 들어 지휘관님의 얼굴을 보았다지휘관님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사람이 약한 틈을 노려 치사하게 한다고 말해도 상관없어요지금 이 감정이 마음은 잠깐의 동정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니까지휘관님께서 거절하시면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해드릴게요여기서 있었던 건 저만 가슴 속에 품고 갈게요하지만 저에 대한 일말의 마음이라도 있다면 지금 여기서 바로 말씀해주세요.”

 

내 말에 지휘관님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일단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게당장은 너만 바라보지 못할 수도 있어네 말대로 실연의 상처가 크기도 하고 그 때문에 누군가를 마음속에 들이기에는 아직은 벅차니까하지만 네가 기다려줄 수 있다면 나는 그 기다림에 언젠가 보답해줄게이런 나라도 괜찮겠어?”

 

그 말에 나는 아무 말 없이 키스했다누군가 첫 키스는 사탕처럼 달콤하다던데 막상 해보니 사탕보다는 카페라떼처럼 약간 부드러울 뿐이었다그렇게 한참을 키스한 후 나는 지휘관님을 보며 말햇다.

 

괜찮아요결국 언젠가 저 사카와의 승리란 소리 아니겠어요언제까지나 기다릴게요그러니까 지휘관님이 절 받아주실 그 날을 꼭 알려주셔야 해요?”

 

우리는 그렇게 웃으며 다시 한번 키스했다두 번째 키스는 부드러운 커피 사탕과 같은 맛이 났다.

 

-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그동안 바뀐 점이 있다면 비서함 임무가 일주일 로테이션을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고정으로 떠맡는다는 것과 비서함 담당으로 내가 고정되었다는 것.

 

처음에는 불평불만이 나왔지만 나와 지휘관님의 관계를 보며 그런 소리는 점차 사그라들었고 결국 다들 수용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물론 내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전혀 힘들지 않았다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은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오늘 일과도 끝오늘도 수고했어 사카와.”

 

지휘관님도 수고하셨습니다오늘도 바로 들어가시나요?”

 

오늘은 볼일이 아직 남아서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에이너무 열심히 하신다그럼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그렇게 떠나려던 나를 불러세운 지휘관님은 서랍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게 다가왔다.

 

사카와손 좀 빌려줄래?”

 

손이요?”

 

내가 손을 내밀자 지휘관님은 이얍 이라는 소리를 내며 내 손에 무언가를 끼웠고 그걸 본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내 손에 끼워진 건 서약 반지였으니까당황한 내가 어버버하는 사이 지휘관님은 말을 이어 나갔다.

 

정식으로 하는 서약은 아니지만그동안 나를 기다려준 사카와에 대한 나의 선물이야기다리게만 해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지금이라도 괜찮다면 나를 받아주지 않을래?”

 

나는 눈물을 흘리며 지휘관님의 목덜미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정말 손이 가도 많이 가는 사람이라니까.

 

-

 

다녀왔습니다!”

 

힘차게 문을 열고 돌아왔음을 알렸지만숙소는 어두컴컴하고 적막만이 감돌았다.

 

아가노 언니어디 나갔나?”

 

그렇게 거실 불을 켜자 누군가 식탁에 조용히 앉아있었다인기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본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꺄아아아아...노시로 언니?”

 

그동안 방안에서 칩거하던 노시로 언니가 거실에 나와있는 것이 의아했지만 그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앞섰던 나는 기쁜 마음으로 언니에게 다가갔다.

 

언니 드디어 밖으로 나왔구나어떻게 몸은 괜찮은 거야?”

 

“...사카와?”

 

초점 흐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언니를 보며 나는 기쁜 마음으로 언니를 껴안았다.

 

그래 언니언니도 언젠가 좋은 남자를 만날 거야지휘관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지휘관님 한 분밖에 계실 리가 없잖아그럼 그렇고 말고!”

 

하지만 언니는 내 위로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내 손을 보며 중얼거렸다.

 

“...반지.”

 

그렇지아직 언니는 모르는 일이었지나는 조심스레 몸을 떼고는 언니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했다내가 지휘관님에게 고백했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미안한 마음으로 주저리주저리 얘기하자 언니 눈에 초점이 돌아오는 듯했다한참을 듣고 있던 언니는 그제야 내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너와 지휘관님이 서약을 올린다는 건 사실이라는 소리네?”

 

미안해 언니.”

 

내 말에 언니는 고개를 한 번 젓더니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에 왠지 모를 불안을 느낀 나는 살짝 뒤로 빼며 상황을 살폈다.

 

“...언니?”

 

“...이 도둑고양이 년이!!!!!!!!!!”

 

언니가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무언가 내 목을 지나갔고 나는 손을 더듬어 목을 매만졌다뜨겁고 축축한 것이 느껴짐과 동시에 내 가슴팍에 날카로운 것이 박혔고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지기 전들었던 한 마디는 분노에 가득 찬 언니의 중얼거림이었다.

 

그 반지는 내 꺼야.”

 

*

 

일주일 전 중앵 숙소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피해자는 중앵 소속 함선의 사카와 양으로 범인은 아직 찾아내지 못하였으며...’

 

지휘관이 실종된 지 벌써 일주일이 흘렀습니다지휘관 수색 대책위원회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한 채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거기까지 들은 나는 라디오를 꺼버리고 바닷속에 던져버렸다아마 지금쯤이면 누군가 바다를 수색해보자는 제안을 해봤을 것이고 그렇다면 뜬금없는 곳에서 잡히는 라디오의 주파수에 의문을 느낄 테니까.

 

라디오가 가라앉으며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라디오가 완전히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자 몸을 돌려 배의 내부로 향했다.

 

“...! ...!!!”

 

그곳에는 침대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지휘관이 무언가를 외치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입에 물린 재갈 때문에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신세였고 나는 그에게 조용히 웃으며 다가갔다.

 

반항하시면 안 돼요그러면 더욱 풀어주기 싫어지잖아요.”

 

그렇게 말한 나는 지휘관의 볼에 입을 맞추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날당신을 그렇게 버리고 가서 정말 미안해요갑자기 그렇게 고백해버리면 아무리 저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답니다그래도 이렇게 원래대로 돌려놔서 다행이에요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 말에 몸만 떨고 있는 그를 보며 무언가 생각난 나는 그에게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이거 봐요. 당신이 나한테 선물해준 반지. 난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그러자 지휘관은 거칠게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그렇게 기뻐하지 않아도 되는데 후훗.

 

걱정하지 말아요여기는 당신과 나밖에 없으니까사랑이 변했다면 다시 확인하면 그만 아니겠어요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우리 천천히 바꿔나가요.”

 

그렇게 그의 귀에 속삭인 나는 몸을 떨고 있는 그를 껴안고는 잠에 빠져들었다. 왠지 오늘은 잠에 푹 빠질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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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우연히 본 글에 이렇게 흥미로운 게 써있어서 이걸 기반으로 대충 생각나는 대로 써봤는데 어우 두번은 못쓴다. 이거 쓴다고 부캐 어제치 벽생 날린거 생각하면 아까워 죽겠어요. 니들(바늘아님)은 절대 이런거 쓰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