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집 : https://arca.live/b/azurlane/59362616   


(초겨울 금요일 어느날, 지휘관 집무실)


"그래서 플랑도르?"

"플랑드르입니다"

"그래 플랑드르, 주변을 비우고 비밀스럽게 해야 할 이야기가 뭔데?"


"네, 플랑드르와 동침해주세요 지휘관님"

"푸웁!!!!!!!!!"

'동침'이란 말에 마시던 커피를 뿜는 지휘관


"켘, 농담이지?"

"플랑드르는 지금 진지합니다"

"저기 플랑드르씨? 동침이 뭔줄 알고 나한테 해달라고 하는거야?"

"남녀가 한 침대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이라고 마르세예즈한테서 들었습니다"

교육담당 마르세예즈의 맞춤 교육


"어.. 그래 제대로 들었구나"

"그러면 저하고 동침하시겠습니까?"

"아니? 내가 왜?"

'잡혀갈일 있나'


성범죄로 구속되어 군생활 끝내긴 싫은 지휘관


"어째서입니까? 지휘관님은 플랑드르가 싫은겁니까"

"첫째, 나는 로열의 그 누구하고도 동침한 적이 없어, 동침에도 순서가 있지 않을까?"

"이때까지 로열의 아무하고도 동침하지 않았다면 제가 첫번째가 되면 됩니다, 지휘관님은 모두의 지휘관님이니까요"

갑자기 정실선언하는 플랑드르


"둘째, 너는 너무 작고 말랐어"

"사랑을 나누는데에 신체적 차이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건 서로간의 마음가짐입니다"

이상한데서 적극적인 플랑드르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건데, 내 집에는 침대가 없어서 안돼"

"......? 네? 침대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못들을걸 들었다는 얼굴로 쳐다보는 플랑드르


"없는데?"

"아무리 로열이라지만 집에 침대는 있지 않습니까?"

"진짜 없는데?"

"그럼 잠은 어떻게..."

"바닥에 이불깔고 자는데?"

따뜻한 방바닥이 있으니 침대는 창고에 박아두고 꺼내질 않은 지휘관


"......."

지휘관의 팔을 붙잡는 플랑드르 


"응? 팔은 왜?"

"이런 끔찍한 곳에서 계시면 안됩니다, 이런곳에 있느니 차라리 저희 비시아로 오는게 좋겠네요"

얼굴을 팍 구긴채로 지휘관의 팔을 붙잡고 끌고 나가려고 하는 플랑드르


"솔직히 여기 음식이 끔찍하긴 하지"

"여기서 계시던 몇달 동안 로열의 그 누구도 지휘관님께 침대 하나 가져다주지 않았다니, 지휘관님이 외국인이라 괴롭힘을 당하고 계신게 분명합니다, 둘이서 사랑의 도피를 하는겁니다, 자 어서"


'그게 그렇게 되나?'


"아직까지 집안에 침대 하나 없는 지휘관이라는 것이 스스로도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문밖의 말단 메이드들도 자기 침대 하나씩은 있을게 분명합니다"

"아니 굳이 침대 필요없다니까"

"불쌍한 지휘관님, 사악한 로열년들한테 세뇌당해서 스스로도 침대가 필요없다고 굳게 믿고 계신게 분명합니다"

훌쩍이는 플랑드르


"아니 그게..."

"알겠습니다, 지휘관님을 위해서라면 차가운 바닥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오늘밤부터 사랑이 아니라 한이불 속에서 체온을 나누는것부터 시작하죠"

로열에 대해서 뭔가 단단히 오해하면서 급발진하는 플랑드르


"저기 플랑드르?"

"네"

"우리 애들이 요리는 못하지만 그렇게까지 사악하진 않거든? 그리고 여기 음식이 끔찍한건 사실이지만 내가 요리를 하고 있으니 먹을만한 수준이긴 하고"

"지휘관님이 직접 요리를 하신단 말입니까? 저년들이 지휘관님에게 음식마저 떠넘기다니 로열은 정말로 사악한 곳이 분명합니다!"

오해풀려다가 오해스택 하나 더 쌓은 지휘관


"너 그럼 로열음식 먹으러 지금 같이 밥먹으러 갈래?"

"아뇨, 그걸 먹느니 굶고 복귀해서 저녁을 먹겠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로열요리 아닌 고향요리를 하고있지?"

"네? 고향의 요리를 해서 먹는단 말입니까? 그런거라면 어쩔 수 없네요"

순순히 납득하는 플랑드르


"그럼 이걸 누구한테 맡겨?" 

"제가 하겠습니다"

"넌 한국요리 못하잖아"

"한국요리? 가르쳐주면 제가 하겠습니다"

"뭘 애한테 요리를 시킨다는거냐, 내가 할테니까"

"그렇다면 저한테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에휴... 알았으니까 저녁에 저쪽 건물에서 보자"

플랑드르의 진상짓에 찜닭하는 방법이나 알려주고 보내려는 지휘관


"알겠습니다"


(잠시 후, 집무실 문앞)

 

"용무는 끝나셨습니까?"

"저열한 로열 메이드와는 이야기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얼굴 구기고 화난채로 걸어가는 플랑드르


"??????"

처음 본 함순이가 띠껍게 쳐다보면서 폭언을 내뱉자 쫄아버린 다이도


"주인님? 도대체 안에서 무슨일이 있었길래 저분이"

"뭔가 오해한것 같아서 찜닭하는법 알려주기로 하고 보냈어"

"네?"

"치킨할때 쓰는 닭두마리하고 콜라 한통 챙겨갈테니까 준비해달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로열 어딘가)

"지휘관하고 이야기는 끝났어 플랑드르?"

플랑드르와 같이 로열에 출장온 쉬프랑 


"여긴 끔찍한 곳이고 지휘관님은 로열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괴롭힘?"

"지휘관님은 침대도 없이 바닥에 누워잔다고 하셨고 메이드대가 있음에도 직접 요리를 해서 드신다고 합니다"

거짓말은 안한 플랑드르


"뭐? 말도 안돼!"

"저희가 지휘관님을 도와드려야 합니다, 저녁에 저한테 요리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만, 저희가 요리를 해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요리라면 나한테 맡겨줘!"

의욕만땅인 쉬프랑



(저녁, 지휘관 관사)


".... 찬장이 높아서 힘드네요"

아무래도 높이가 있어서 쉽지않은 플랑드르(작다)


"이 누나가 지휘관 대신 요리를 해줄께!"

누나호소인 쉬프랑


"이렇게 쪼끄만 누나가 어딨다고 그래, 집에있는 여동생들도 너보단 크다"

"쪼끄맣지 않거든! 이 누나의 멋진 몸매를 보고도 그런말이 나와?"

포즈를 잡으면서 어필하는 쉬프랑



"멋진? 쪼끄만게 무슨, 너희들은 앉아있어"

로열의 젖탱이 함순이들한테 둘러싸여 몸매 기준이 돌아버린 젖천지 지휘관


"쒸이...... 그래서 뭘하는거야?"

"찜닭" "찜닭?"

"코코뱅같은건데 와인은 고기 잡내 제거로만 조금 넣고 대신 콜라하고 간장하고 넣어서 졸이는 닭고기 요리"

"네? 간장이야 중앵요리에도 들어가긴 합니다만 코코뱅에 콜라를 넣는겁니까?"

"카라멜색소하고 설탕 들어가있어서 넣는거야"

"신기한 요리네요"


(잠시 후)

"여기 이 투명한 국수는 뭔가요?"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당면(glass noodle), 국물 배이면 맛있어"

"흐음" 

"색깔이 연한데 콜라를 더넣어야할것 같습니다"

"그럴까?"

의자를 갖고와서 올라온 다음 지휘관의 냄비 속을 들여다보면서 훈수두는 플랑드르


(1시간 뒤)

"찜-닭도 맛있네요"

"깻잎같은 호불호 심할것같은 향신료는 다 뺐지, 생강은 먹어서 다행이네"

"이런 요리를 직접 할 능력이 있으니 메이드한테 음식을 시키지 않는 이유를 알겠어요"

"누나가 요리를 해야 하는데..."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한 쉬프랑


"나중에 해"

"응? 바닥이 따뜻하네요"

밥먹고 속이 따뜻하니 방바닥에 드러누운 플랑드르


"이거 깐다고 만쥬들하고 고생좀 했지"

"이런 바닥이라면 굳이 침대를 놓지 않아도 될ㄱ..."

피곤한건지 그새 잠들어버린 플랑드르


"자냐?"

"......"

"얘 저쪽방에 옮겨놓고 같이 자라, 난 저쪽방에서 잘꺼니까, 화장실은 저기 있으니까 쓰고"

"알았어!"



(한밤중)


"화장실...."

플랑드르가 덜깬채로 화장실 갔다가 덜깬채로 나오는데


'사악한 로열년들에 맞서 지휘관님을... 지켜줘야... 하는 겁니다...'

잠이 덜깬채로 지휘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플랑드르


'zzzzzz'


(다음날 아침)


".......응?"

'응? 지휘관님?'
"zzz"

눈을 떠보니 지휘관이 눈앞에서 자고 있는 상황임을 깨달은 플랑드르

'저는 무슨 짓을 한걸까요?'


"뭐야! 플랑드르! 너 왜 거기 들어가서 자고있는거야!"

누나 역할을 하기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플랑드르와 지휘관을 찾다가 둘이 한이불속에서 자고있는것을 알아챈 쉬프랑

"......"

"자는척하지마! 방금 눈뜬거 봤다고"

"칫"

"지휘관 자는데 방해하지말고 어서 나와!"

"알았어요"


"zzzzzz"


(15분 뒤)


"아침식사 준비하고 있는거야?"

"누나가 준비 다했지!"
"빵 두조각에 잼 하나에 주스만 있길래 차리고 있는건줄 알았지"

대륙식 아침식사(Continental breakfast)가 못마땅한 지휘관


"어? 다들 이렇게 먹지 않아?"

"기다려봐라 계란후라이하고 소시지라도 하나씩 구워서 줄테니까"

"지휘관님은 아침부터 그렇게 많이 드시는겁니까?"

아침부터 든든하게 챙겨먹는게 신기한 플랑드르


"로열은 하루세끼를 아침식사로 먹는게 이것보다 나을정도니까"

"뭐!? 너무해! 누난 실망했어"

니가 차려준게 로열식 아침식사보다 별로라는 투로 말하니 충격먹은 쉬프랑


아침이었다


(토요일 오후, 아이리스-비시아 연합기지 어딘가)


"로열은 어땠어? 거긴 아직도 춥고 음식이 끔찍해?"

출장갔다온 플랑드르하고 이야기하는 르 말랭과 덩게르크


"음식은 맛있었고 지휘관님은 따뜻했어요"

"뭐? 로열 음식이 맛있었다고?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코로 홍차를 붓겠다고 협박당한건 아니지?"

"로열의 지휘관님이 로열음식은 끔찍하다면서 직접 고향음식인 솔티 코코뱅 비슷한것을 해줬어요"

"직접 음식을 해줬다니 부럽다... 그런데 지휘관님이 따뜻했다는건 뭔소리야?"

"지휘관님의 품ㅅ.... 그게..."


다시 생각해보니 둘이서 한이불 속에서 잔걸 떠벌리고 다니는건 부끄러운게 아닌가 하는 플랑드르


"지휘관님의 품... 뭐? 뭐야뭐야 둘이서 같이 잔거야?"

이야기 듣다가 흘려넘길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은 르 말랭

"아니 그게 밤에 화장실 갔다가 추워서..."


"밤에 이불속으로 들어갈 정도면 단둘이서 한집에서 같이 잤단 말이잖아!"

얼버무리려 하는 말에서 핵심만 집어낸 덩게르크 


"... 쉬프랑도 있었다고"

"뭐? 그럼 셋이서 같이 잤단말이잖아! 맙소사"

"아니... 쉬프랑은 나중에 (방에) 들어왔는데"

"그러면 둘이서 교대로 지휘관을 상대했단 말이야? 와..."

타 진영에 오해만 쌓여가는 날이었다


플랑드르의 책무 : 지휘관이 해준 음식먹고 따뜻한 방에서 코코낸내하기



수정) 맨 처음 대화 내용 두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