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게임?”

 

얼떨결에 북련 함선 소녀들의 술자리에 이끌리게 된 지휘관이 말했다의문이라는 단어를 멀뚱멀뚱 가만히 여닫는 눈꺼풀로 표현하고 있었다.

 

간단한 게임이야한 가지 제시어를 정한 뒤모두 확인하고 그것에 대해 짧게 설명하는 거야.”

 

그리고 술래(라이어)는 그 제시어를 확인할 수 없고적당히 주변 눈치를 보며 들키지 않게 적당히 제시어를 아는 척 설명해야 하는 거지.”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아의 설명에 이어 러시아가 덧붙였다다음은 아우로라의 차례였다.

 

그리고 모두의 설명이 끝나면 라이어가 누군지 투표하는 거예요들키면 벌칙생각보다 재밌어요.”

 

이어손에 들린 보드카를 가볍게 흔들었다짧은 행위에 지휘관은 벌칙이 무엇인지 깨달았고동시에 벌칙을 당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그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광경이었다.

 

걸리면 아마 내일 아침에 요통과 함께 눈뜨겠구나지휘관은 조용히 의지를 다졌다.

 

그럼 빠르게 한 번 가보자후후.”

 

의미심장한 웃음을 그린 차파예프가 현란한 손길로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아마 저것이 제시어가 쓰인 카드일 것이라지휘관은 추측했고실제로 그러했다.

 

흡사 노련한 마술사를 연상시키는 능숙한 솜씨에 지휘관이 한 번 감탄했다그리고 차파예프와 카드 내기를 할 때 매번 지는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공정하게 섞었으니한 명씩 가져가.”

 

부드러운 말꼬리가 떨어지기도 전에 함선 소녀들은 카드를 한 장씩 나눠 가졌다마지막 남은 한 장다른 선택지가 없던 지휘관은 그것을 주워 읽었다.

 

-당신은 라이어입니다.

 

당당하게 쓰여있는 한마디에 지휘관은 티 내지 않고 조용히 낙담했다첫판부터 범인이라니운도 지지리도 없지.

 

하지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공교롭게도 지휘관의 순서는 마지막앞에 있는 사람들의 설명을 듣고 눈치 있게 제시어를 낚아챈다면 그만이다.

 

그것을 인지한 지휘관이 가볍게 허리를 폈다조금 더 주변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첫 번째 순서인 벨로루시아가 가벼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따로 대체재가 없다있다고 한들 원본에 한없이 못 미치는 존재지.”

 

말하는 동시에 모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벌써부터 벨로루시아는 라이어가 아닌 것처럼 확정되는 분위기였다.

 

지휘관도 그에 자연스레 동조하긴 했지만아직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다음 차례인 러시아를 바라봤다.

 

혼자도 좋지만여럿이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벨로루시아의 발언과 완전히 같은 분위기마찬가지로 지휘관은 적당히 호응하며 넘어갔다다음 순서는 강구트였다.

 

보드카와 함께하면 더욱 즐겁다!”

 

술을 좋아하는 북련에서도 특히나 음주를 즐기는 그녀다운 발언이었다말하며 보드카를 한 움큼 들이키는 것까지 완벽했다.

 

네 번째는 차파예프조용히 카드와 지휘관을 번갈아 보던 차파예프는 싱긋눈웃음을 지었고이렇게 말했다.

 

묶었을 때 더 아름답다.”

 

……?”

 

그가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허나 그 이질감의 정체를 완벽히 파악할 새도 없이 설명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딱딱할 때가 더 사용하기 좋다.”

 

몇 번 만져주면 딱딱하게 변한다.”

 

어……그래도 다정하게 하는 게 좋다후후…….”

 

차례로 키예프아르한겔스크그리고 볼가였다지휘관의 등은 축축해졌고이젠 그의 순서까지 단 두 명이 남아있었다.

 

……너무 무리해서 사용하면 고장난다.”

 

탈린의 수줍은 한마디가 쐐기를 박았다. ‘도망쳐야 한다.’ 사내의 머리에 번개가 내리쳤다이미 동공은 미친 듯이 흔들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 광경을 전부 지켜보고 있음에도여인들은 웃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이미 제 영역에 들어왔다는 여유와 자신감이었다.

 

허나 본래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지 않는가이러한 상황에도 지휘관은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손은 벌벌 떨리지만 어떻게든방법이…….

 

생각하는 순간아브로라의 부드러운 손이 지휘관의 손을 맞잡았다따듯하고 고운 손그의 마음이 잠시나마 안정을 찾는 순간이었다.

 

그래혹시 아닐 수도 있잖아단순히 다른 물건인데 내가 착각한 걸 수도 있지.

 

지휘관의 떨림이 멎고아브로라가 은은한 미소를 그린다마침내 지휘관이 미소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지휘관은 맞잡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아브로라는 여전히 미소 지은 채이렇게 말했다.

 

지금 도망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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