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가을의 햇살이 경기장을 물들였다. 포스트시즌, 그 중에서도 가장 절박한 하위 두 팀의 대결 순간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이었다. 양 팀의 운명이 단 두 경기로 좌우되는 순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는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있었다.
강철 감독은 덤덤히 더그아웃에 서 있었다. 눈앞의 상대는 그의 애인이자 라이벌인 승엽 감독. 둘은 오랜 세월 서로를 아껴왔다. 그럼에도 오늘은 승부의 날이었다. 강철은 자신의 팀, kt 위즈에게 단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겨야 했다. 팀을 위해, 팬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경기 내내 승엽은 뭔가 흐트러져 있었다. 두산 타자들의 심각한 부진이 이어지면서 승엽의 지시에도 혼란이 엿보였다. 강철은 이 모습을 보며 가슴 한 구석이 저렸다. 사랑하는 것을 이토록 몰락하게 만든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강철은 kt의 선수를 향해 더 강력한 작전을 내렸고, 그들의 팀워크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경기가 끝난 후, 두산 베어스는 패배를 맞이했다. 두산 팬들은 실망한 나머지 승엽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그따위로 야구할거면 나가 뒤져라~"
"이! 승엽! 나가! 이! 승엽! 나가!"
"오~ 롯데 이대호~ 오오 롯데 이대호~"
승엽은 굳게 다문 입술로 그 모든 비난을 견딜 자신이 없었기에, 묵묵히 차를 타고 몰래 경기장에서 빠져나갔다. 그의 걸음걸이는 무거웠고, 그 모습은 마치 패배자 그 자체였다.
경기 후, 강철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인터뷰를 마치고 조용히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조용한 공간에서 그는 천천히 두산 베어스의 로고를 응시했다. 눈앞에 그려진 'BEARS'라는 글자가 마치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다. 사실, 강철은 누구보다도 두산을 사랑했다. kt에서의 성공은 그저 가면일 뿐, 그의 진정한 마음은 늘 두산과 함께 있었다.
그러나 두산의 명성은 승엽에 의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 강팀이었던 두산을 지키기 위해, 그는 승엽을 속였다. 마치 애정이 있는 듯 다가가면서도, 사실 그는 두산의 몰락을 막기 위해 승엽의 모든 약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강철은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미안해 두산. 이승엽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뿐이었어.”
사랑했던 건 승엽이 아니라, 두산 베어스였다. 그리고 오늘, 그는 그 사랑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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