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블루아카는 '쨩' 표기를 버리지 않았을까?


의문을 가지는 한섭유저들이 많았을 것이다.

한국말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호칭이며 같은 발음의 '짱'이라는 단어도 존재해서

왠지모르게 어색함을 느끼는 한국인들이 많다.


서양쪽 번역을 보면 이런 일본어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Sensei, Senpai, Chan, San, Oni-Chan 등등..

우리나라도 초기 미연시 게임 등에서는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신 게임 번역으로 갈 수록 점차 사라져갔다.


그런데 왜 블루아카는 돌연 '쨩'을 다시 가져왔을까?

(스토리 약스포가 있을 수 있다)










최근 나와서 익숙한 쌍둥이의 대화를 보자.

모모이는 평범하게 이름을 부르지만 미도리는 쨩을 붙인다.

왜 통일하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어 대사로 보면 둘의 말투는 상당히 다르다.

이 둘의 차이점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일본어 호칭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알아볼 필요가 있다.


------


서브컬처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호칭은 크게 '상 즈케''쨩 즈케', 그리고 '요비스테'가 있다.

상 즈케는 직역하면 '~씨, ~양' 등을 이름 뒤에 붙이는게 일반적이고, 

요비스테는 성이 아닌 이름 쪽을 그대로 부르는걸 말한다.


이는 단순히 대화 중인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는 용도 외에도

각 캐릭터의 성격과 사교성, 인물 각각과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눈치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여기에 간단히 정리한 표가 있다.


칭호/나이상 즈케쨩 즈케요비스테
동년배-예의를 갖추는 일반적인 표현.
-보통은 성에 붙이며, 어느 정도
친해지면 이름에 붙인다.
-소꿉친구 등의 오랜 친구사이.
-상대에게 친근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 사용.
-친구를 넘어선 절친, 연인 사이.
-누구에게나 거리낌없이 다가서는 성격.
-듣는 이가 상, 쨩즈케를 싫어할 경우.
-상대가 허용했을 경우.
-친하지 않은 사이에는 보통 무례한 호칭.
연상-예의를 갖추는 일반적인 표현.-나이차가 크지 않은 오랜 친구사이.
-상대를 가볍게 놀리거나 비웃을 때.
-대부분의 경우 무례한 호칭.
연하-극도로 예의바른 인물이 사용.
-사무적인 자리에서의 호칭.
-동년배와 대부분 비슷하게 사용.
-부모가 자식을 친근하게 부를 때.
-상대를 귀여워하고 있다는 표현.
-동년배와 대부분 비슷하게 사용.


----------


이제 이 정보를 가지고 다시 스토리를 보면 인물 간의 관계나 성격이 새롭게 보일 수 있다.

우선 아비도스 쪽 부터 돌이켜보자.






이 둘은 1학년 아야네와 세리카에게 있어서 같은 선배 포지션이지만

시로코는 요비스테, 호시노는 쨩즈케를 쓴다.

그렇다고 단순히 시로코가 무례하고 호시노가 로리콘 아저씨인 것은 아니다.


시로코는 누구에게나 같은 자세로 대하고 기본적으로 거리낌없이 다가간다.

선생이든 어른이든 선배든 무조건 반말이지만 상대가 적이 아닌 이상 선은 지킨다.


호시노는 후배들을 귀여워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거리'를 두는 인물이다.

언제든 이별을 대비하고 있었으니까.


즉, 이 둘이 후배를 대하는 말투와 호칭만으로도 미리 캐릭터의 설정을 이해하고 짐작할 수 있었다.


-------------


그럼 이번엔 게임개발부를 살펴보자.



*아리스는 이제 막 말을 배운 애라 요비스테로 통일 되어있으므로 제외.


모모이는 동년배에겐 요비스테, 연장자에겐 반말+존칭을 사용한다.

미도리는 동년배에겐 쨩즈케, 연장자에겐 존대말+존칭을 사용한다.

유즈는 쌍둥이에겐 요비스테, 아리스에겐 쨩즈케, 연장자에겐 존대말을 사용한다.


-모모이는 기본 모두에게 건방지고 거리낌없지만 학생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호칭)는 지키는 편.


-미도리는 절친인 유즈에게도 처음 만난 아리스에게도 쨩을 붙인다.

이는 미도리가 언니와는 달리 인간관계에서 비교적 조심스럽고 초대면인 아리스에게도 예의를 갖추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예외적으로 유우카에겐 요비스테를 하는데, 아마 유우카 성격상 본인이 쨩즈케를 싫어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즈는 오래 사귄 쌍둥이에겐 완전히 마음을 열고 요비스테를 하지만, 아직 어색한 아리스에겐 쨩즈케로 예의를 갖추고 있다.


쨩 표기가 없었다면 게임개발부원들 간의 대화를 보면서 이 차이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

(3부 에덴조약편 스포)









이번엔 보충수업부다.




-히후미는 친한 상대, 혹은 입장상 친해져야 할 상대에게 대해 쨩 즈케, 그 외에는 존칭만을 사용한다.

아비도스편에서는 처음만난 모두에게 상즈케를 했지만, 보충수업부에서는 첫만남부터 쨩즈케를 사용했다.

교과서적으로 가장 예의바르고 상식적인 언행의 예시이다.


-하나코는 자기가 호감을 느끼는 상대에게 쨩 즈케, 그 외에는 상 즈케를 사용한다.

예외로 일부 입장상 존대해야만 하는 상대에 한해서는 친밀도와 관계없이 상 즈케를 쓴다.

다소 무례할 수 있는 언행이지만 그만큼 본인이 큰 능력을 가지고 있고 여유가 있음을 암시한다.

이를 통해 하나코가 세이아와 얼마나 친밀했는지, 나기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즈사는 사실상 전부 요비스테이고 어떤 상대에게든 딱딱하게 말한다.

군대식 캐릭터이므로 관계에 따라 말투는 변함이 없지만 친한 사이에는 표정이나 감정묘사로 차이를 보여준다.


-코하루는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겐 요비스테, 명백한 격의 차이가 있는 상대에겐 존칭을 쓴다.

정의실현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처음엔 보충수업부가 정말로 바보들만 모인 곳이라고 생각했던 코하루.

그 때문에 보충수업부원 전원이 선배들임에도 건방이 하늘을 찔렀지만, 하나코에게 범해질 뻔 하자 정신차리고 존대말이 나오는 점이 귀엽다(?).


보충수업부는 사실상 하나코 한명 만이 쨩즈케가 중요한 정보로 작용하는 부이지만

코하루가 귀여워서 넣었다.


---------------------


여튼 정리하자면,

쨩즈케 표현이 여전히 한국인들에겐 어색하고 불편해보일 수 있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K팝이 외국에 퍼지면서 '오빠, 그냥' 같은 가사가 한글 그대로 쓰이는 경우와 비슷한 것이다.


일본도 처음엔 오빠가 '가슴(옵빠이)'과 비슷하다고 비웃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오빠가 가지는 의미가 Brother이나 오니이쨩 같은 걸로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독자적인 외래어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그냥' 역시 외국어로는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어서 그대로 사용되다보니 차차 익숙해져가고 있다.

어색함을 줄이는가, 원어의 느낌을 최대한 전달하는가의 선택에서 블루아카는 후자를 선택했던 것이다.


필자는 일본어가 가지는 장점 중 하나인 '다양한 호칭'이 십덕겜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는지 이해하고 보면 스토리가 더 재밌어진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

호칭표현을 전부 생략하고 통일했다면 원어로는 알 수 있었던 정보들을 똑같이 제공하기 위해 수 페이지의 설명을 따로 곁들여야 했을 지도 모른다.

번역이 원문의 의도를 완벽하게 전할 수는 없어도 호칭 표현 하나로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면 충분한 효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귀여운 히후미가 나오는 앞으로의 스토리도 기대하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