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https://arca.live/b/bluearchive/43028143

2화 - https://arca.live/b/bluearchive/43056145



외않되?

 

 아로나는 일섭 때부터 생성된 초기 1세대 ‘아로나’이다.

 과정에서 수천의 선생님들과 마주치며 안내를 해왔다.

 

 1년 가까이.

 

 수천의 계정을 돌아다니며, 수천의 계정이 삭제되는 것을 목격했고.

 어째서인지, 이즈미와 사야는 계속 아로나를 따라다녔다.

 물론 이즈미와 사야도 1세대부터 따라온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그래도 정착할 계정을 찾았으니까.

 하지만, 아로나만은 정착하지 못하였다.

 일섭에서 선택받지 못해, 한섭, 글로벌섭으로 이동된 학생들 중 하나가 되었고 결국 한섭으로 이직하였다.

 

 ‘이제, 보란 듯이 착한 선생님을 만나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거야!’

 

 처음에는 열정을 불태웠다.

 아로나가 꿈꾸던, 정말 만나고 싶었던 선생님을 여기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수백의 선생님들을 지나치고.

 그 누구도 아로나가 있는 계정을 선택해주지 않았다.

 아로나는 슬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까.

 이 게임이 망-겜이 되어 유입이 없어지는 이상.

 아로나는 계속해서 여정을 떠나며 어디론가, 이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의 끝에 다다를 것이다.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아로나는...

 

 이제는 아로나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가능성마저 사라졌다.

 

 마지막 기회.

 

 게다가 게임의 9할은 차지하는 가챠까지 망쳐버렸으니.

 이대로 아로나의 여정은 끝나는 것일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기에는 지금까지 온 길이 너무나도 험난하고 길었다.

 

 아로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그 때 기회를 잡았다면.

 지금 이렇게 길이 끊여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아로나는 회상을 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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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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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힘드네요.”

 

 아로나는 한숨을 쉬었다.

 같이 벤치에 앉아있던 또 다른 ‘아로나’가 고개를 돌려 아로나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못 찾아서요?”

 

 -아로나-는 답이 정해져있는 질문을 던졌다.

 

 “네, 여기에 지금 있는 걸 보면 다시 버려진 거라는 뜻이죠.”

 

 아로나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찾을 수 있을 거라니까요?”

 

 “아뇨... 제가 선생님을 찾아 정착하는 것보다 이 게임이 망하는 게 더 빠를 거예요.”

 

 “그 전에 찾아야죠.”

 

 “찾더라도 얼마 안가 접지 않을까요.”

 

 “...오늘따라 부정적이네요.”

 

 -아로나-는 상당히 우울해진 그녀의 모습에 약간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죠. 지금 제가 300대가 되어가고 있는데. 그럼 –아로나-는 왜 이렇게 긍정적이죠? 저와 비슷하잖아요.”

 

 “일종의 연습이에요.”

 

 “네?”

 

 “선생님들은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을 좋아하시거든요.”

 

 아로나는 그녀의 말에 경청했다.

 

 “피폐한 소녀의 과거를 보기보단 즐거운 지금의 생활을, 지하 깊숙이에서 흐르는 지하수보다 아름다운 폭포를. 저는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군요...”

 

 “어디에서 들은 소식 같은 것이긴 합니다만 선생님은 몇 개의 인생을 동시에 사신대요. 그리고 그 한 인생의 일부가 여기 일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런가요?”

 

 “아마도, 그런 선생님은 굉장히 힘드시고 지쳐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밝은 면을 보여주어야 조금이라도 위로를 해줄 수 있는 거죠.”

 

 아로나는 말을 듣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워요, 덕분에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게 되었어요.”

 

 ‘맞아, 제 목적은 선생님을 기쁘게 해주는 것. 주어진 임무를 져버릴 수 없어.’

 

 “다음 업무를 하러 가볼까요?”

 

 -아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이번에는 꼭 찾아봐요!”

 

 그렇게 두 아로나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잠시 헤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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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소식이 들렸다.

 

 대형 유튜버가 블루아카이브 광고를 받았다는 소식.

 

 이건 아로나, 린 등 선택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이벤트였다.

 

 이들은 ‘대형’ 인플루언서.

 

 절대 리세마라를 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의 입장으로 치자면 3성 확정 권.

 

 소식을 들은 아로나들은 재빨리 대형 유튜버의 계정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계정을 아로나가 찾아버렸다.

 

 우연히.

 

 아로나는 발을 뻗었다.

 

 앞으로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되는데...!

 

 여태까지 꿈꾸던, 상상해왔던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는데...

 

 할 수 없었다.

 

 아로나는 할 수 없었다.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리곤 후회할지도 모르는 결정을 내렸다.

 

 “-아로나-!!”

 

 그녀에게 기회를 넘기기로.

 

 왜 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아로나보다 버려진 횟수가 많아서? 불쌍해보여서? 친구여서?

 

 왜 이렇게 되었든 그녀가 그렇게 느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한번만 양보하자.

 

 처음으로 아로나를 위로해준 친구이다.

 

 “뭐어?! 그럼 들어갔어야죠!”

 

 소식을 들은 –아로나-는 깜짝 놀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빨리 달리기나 해요!”

 

 아로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전력을 다해 그곳으로 뛰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두 소녀는 달리고 달려서 결국에는 구석자리에 위치한 출입구 앞에 도달했다.

 

 “나는 괜찮다니까...!”

 

 “아뇨, 이건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아로나... 마음은 고맙지만... 그래도 이건 받을 수 없습...”

 

 아로나는 그녀의 등을 살짝 밀쳐 넣었다.

 

 “당신이 말했죠. 선생님에게 밝은 면을 보여주겠다고.”

 

 “아로나...!”

 

 “기대하겠어요.”

 

 그렇게 –아로나-는 사라졌다.

 

 휴게실에서 지내며 종종 그녀의 근황을 볼 수 있었다.

 유튜버에게 사랑받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아로나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편하게 지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계속 생각났을 거니까.

 

 먼저 떠나버렸다고 원망을 받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정작 생각해보면 그녀가 그럴 것도 없었다.

 -아로나-는 정말 공동의 행복을 바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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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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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감, -아로나- 저는 찾지 못한 것 같아요.’

 

 “쿠울... 음냐...”

 

 누군가 아로나의 볼을 쿡쿡 찔렀다.

 하지만 오랜만에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 일어나기는 싫었다.

 

 ‘그래도 일어나야 겠죠.’

 

 “앗!”

 

 눈앞에는 선생님 그리고 뒤따라 유우카, 하스미, 히나, 마시로, 치나츠, 이즈나가 있었다.

 

 “제가 선생님의 업무를 돕겠습니다!”

 

 ‘뭐죠? 리세 티어표를 아직 보지 않은 것일까요.’

 

 “응, 임무 안내해줘.”

 

 아로나는 스토리 옆에 위치한 임무를 손으로 가리켰다.

 

 “입구 열게요.”

 

 “그래 고마워.”

 

 선생님은 아로나를 쓰다듬으며 지나갔다.

 뒤따라오는 이즈미는 아로나를 향해 손을 마구 흔들고 입구로 들어갔다.

 

 10분, 20분.

 

 선생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뭐지? 게임을 끄신 건가?’

 

 아로나는 불안해했다.

 

 ‘리세 공략 보고 다시 돌아오는 걸까요...’

 

 그렇게 불안해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돌아왔다.

 

 “수고 했어 얘들아. 해산.”

 

 선생님은 학생들을 차례대로 쓰다듬어주고 자리로 돌려보냈다.

 

 “서, 선생님...”

 

 아로나는 선생님을 불렀다.

 

 “어, 아로나!”

 선생님은 아로나를 쓰다듬어주었다.

 

 ‘아직도 안 가신 건가요?’

 

 아로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 내일 보자.”

 

 “네?”

 

 ‘내일 보자고요?’

 

 선생님은 다시 쓰다듬어주고 손을 흔들며 접속을 종료했다.

 

 아로나 머리 위에 빛 한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니요, 당신이 맞았어요. 저는 찾아버렸네요.’

 

 ‘제가 바라던 선생님이 와주셨어요.’

 





이제는 꽃길 걷자 아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