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bluearchive/43247076?category=%EC%B0%BD%EC%9E%91&p=2


모의전 출정 하루 전의 게헨나 학원 선도부 HQ.


누구 하나 잘못 움직였다가는 벌집이 될 듯한 삼엄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히나는 최종 점검 회의를 이끌고 있었다.


"병력과 물자 점검은 끝났을 테고, 그런데 구급의학부나 급양부 쪽은 전부 확인했어?"


평소대로 모든 것에 대해 철저하게 더블 체크를 하고 있는 히나,


"말씀하신 대로 물자와 병력은 확인이 끝넜지만, 급양부 쪽의 서류 제출이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미식 연구회가 식당을 폭파하는 바람에 현장에서 작성하고 있던 서류까지 휘말렸다고 하네요."


그리고 평소대로 히나를 전력으로 보좌하고 있는 아코.


"휴, 됐어. 어차피 당분간은 봄 방학 기간이니까, 그동안 학교 식당만 복구하면 되겠지. 체포는 학교에 남아있는 인원에 맡기면 될 거고."


여하튼 그런 식으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철저한 점검을 하던 도중에,


"그래서 그 '즉응 대대'인지 뭔지는 어떻게 할 거야?"

 

이오리가 즉응 대대 이야기를 꺼냈다.


"아, 하긴 대대장을 아직 안 정했었지. 요즘 과로라도 했나..뭔가 까먹는 게 많아진 것 같아."


즉응 대대.


정식 명칭은 선도부 본부 직속 즉응 대대. 전장에서 선도부 본부의 직접 명령을 받는 신속대응팀이자 선도부에서도 특출난 강자들만 넣은 엘리트 부대.


원래대로라면 히나가 이러한 부대를 지휘했겠지만, 히나는 총사령관 직책을 맡았기 때문에 전장에 함부로 나갈 수가 없다.


이번 회의에 구급의학부 대리인 자격으로 참가한 치나츠가 '이오리 씨가 있으니 대대장 자리 문제는 괜찮지 않냐' 라고 물었지만, 히나는


"아니, 이오리는 물론 강하긴 하지만 너무 저돌적인 게 문제야. 잘못해서 함정에 걸리기라도 하면 그 순간 엘리트 대대는 전멸이니까."


라며 이오리는 즉응 대대의 2중대장이라고 못박았다.


이오리는 뭔가 아쉬웠는지 반박을 해 보려고 했지만, 이내 히나가 보여준 사진 하나를 보고는 '그 변태 선생을 언젠가 유치장에 넣고 말 것이다' 라는 투로 말한 뒤에 선생에게 모모톡을 보내려다가 회의에 집중하라는 제지를 받고는 다시 착석했다.


"그래서 누구를 대대장으로 할 생각이야?"


그 뒤로도 논의가 꽤나 오래 진행되었으나 대대장 자리에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일단 그 문제는 잠시 치워 두고 나서 다른 것들부터 확인하고 보완한 뒤에 대대장 자리라는 회의 주제로 다시 돌아왔지만, 히나와 아코가 게헨나 선도부 데이터베이스를 아무리 뒤져봐도 그러한 자리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즉응 대대를 해산하고 다른 부대에 넣는다던가, 하는 아이디어까지 오갈 즈음에.


"여긴 회의 중입니다. 나중에 다시 오시죠. 부외자 씨."


"아~ 풍기위원쨩이랑 할 말이 좀 있어서 그런데, 안 될까?"


"..안 됩니다."


밖에서 누군가가 '풍기위원쨩' 이라는 사람을 찾아서 온 듯 했다.


그러나 풍기위원쨩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여기 있는 전윈이 게헨나 풍기위원회 소속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원들은 저게 누굴 뜻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들여보내."


"네?"


히나.


그녀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이야~ 간만이네, 풍기..아니, 히나 쨩."


"..그 모습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데, 일단 앉아 봐, 호시노."


타카나시 호시노.


다들 그녀의 등장부터 그녀를 들여보낸 히나의 행동까지 이해할 수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으나, 히나는 이미 결정을 내린 듯 보였다.


"선도부 즉응 대대의 대대장을 맡아줄 수 있겠어?"


"에? 내가 여기서도 이렇게 고평가받는 사람이었나? 이거 좀 곤란한데에~"


부외자 용병에게 엘리트 부대의 대대장을 맡기겠다는 히나의 판단. 그것만으로도 이오리나 주변 선도위원들이 걱정과 의심을 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거 괜찮은 거 맞아? 검증도 안 된 사람을 어떻게 믿으라는 건데?"


그러한 이오리의 반문에 히나는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는 투로 쏘아붙였다.


"적어도 내가 너보다는 이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데, 정보부 자료를 읽어보기라도 한 거야?"


"에? 아니, 그러니까 내가 하려던 말은-"


"한때는 게헨나의 잠재적 위협 리스트에도 올라갔던 사람이야. 여기서 일대 일로 싸운다면 널 제압하고도 남을 거니까, 이의 있어?"


갑자기 험악해진 분위기. 그런 상황에서 호시노는,


"..쿠울..쿨...음냐.."


자고 있었다. 그것도 책상에 엎드려서는 굉장히 편한 표정을 짓고 말이다.


"그러니까 저런 사람을 어떻게 믿으라는 건데?!"


히나는 호시노를 보고 잠시 '대체 뭐지?' 라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진지한 분위기로 호시노를 깨웠다.


"일어나."


"흐에? 나 얼마나 자고 있었던 거야?"


이쯤 되면 히나의 인내심도 바닥이었다. 요 며칠간 모의전 준비로 계속 과로를 하던 참이라 이오리의 투정을 논리적으로 받아칠 인내심도, 상황 파악 못하고 자고 있는 호시노에게 집중하라고 말할 인내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도 결국 게헨나의 학생이기에, 힘에 의한 정의가 무엇인지는 뼈저리게 느끼며 알고 있었다.


그래서 히나가 내린 결론은.


"이오리, 그렇게 못 믿겠으면 둘이 싸워 봐. 20미터 거리에서 셋을 세고 서로 쏘는 걸로."


힘에 의한 정의 그 자체를 나타내는 행위.


이오리가 이긴다면 대대장을 이오리가 맡고, 호시노가 이긴다면 이오리는 더 이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의 결투.


"문제없지. 저런 초보자 정도는 간단하게 맞출 수 있어."


이오리는 의기양양한 태도로 호시노를 초보자라고 부르며 확실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일이라고 생각하고 해 줘야 겠네."


호시노는 귀찮다는 것이 표정에 다 보이는 수준이었지만, 이내 히나의 표정을 보고는 어울려 주자는 듯한 태도로 총을 장전하고 있었다.


그렇게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셋."


"(체격 차이는 곧 근력의 차이. 총의 무게는 엇비슷하니까 회피까지 감안해도 조준사격은 내가 더 빨라.)"


"둘."


"(일단 말려들긴 했는데 저걸 어찌 피한담? 한 발만 맞아도 바닥에 뒹굴긴 할 텐데..)"


"하나."


"(와라!)"


신호용 권총의 격발음과 함께, 두 사람은 행동을 개시했다.


이오리는 정석대로 호시노의 상체를 조준하고 사격했다. 그러나,


"전술 란도셀?"


호시노는 옆에 메고 있던 전술 가방을 휘둘러 총알을 막아내고는 바로 산탄총을 조준했다.


"(당했다, 일단 차분하게 볼트부터..!)"


필사적으로 볼트를 당겨 차탄을 장전하려는 이오리였으나, 호시노는 반자동 산탄총을 조준하고 당기기만 하면 되는 상황.


그러나 오늘의 행운은 호시노의 편이 아니었다.


방아쇠가 당겨진 호시노의 총에서는 가볍게 탁 치는 소리만 났다. 격발 불량인 것이다.


이오리는 그 기세를 놓치지 않고 볼트를 당겨 차탄을 약실에 밀어넣었고, 호시노의 패배는 거의 확정된 듯 했다.


그러나 히나는 호시노의 전투 레코드를 봤던 입장으로써 '아직은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러한 히나의 예상대로 직후에 일어난 일은 모두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호시노는 방금 휘둘렀던 전술 가방을 이오리에게 전력을 다해 던졌다.


이오리는 기껏해야 가방인데 방해가 되겠냐는 듯이 제자리에서 차탄을 준비했지만,


터엉- 하고 쇠와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이오리는 균형을 잃었다.


그럴 만도 한 게, 그 가방은 단순한 가방이 아닌 휴대용 접이식 전술 방패였으니까. 단순 무게로만 따지면 몇십 Kg는 나가는 쇳덩이다.


호시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산탄총의 볼트를 한 번 당겨 차탄을 장전한 후에 총을 발사했다.


경쾌한 산탄총 발사음과 함께 이오리는 쓰러졌다. 명중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히나는 이오리를 한심하다는 듯이 한번 내려다보고는 조용히 지나치고 회의 탁자에 가서는,


"이걸로 이의는 없겠지. 만약 있다면 지금 나오도록 해."


라며 호시노가 즉응 대대의 대대장임을 선포했다.


이의는 없었고, 회의는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게헨나 비품 보관실.


"사이즈 맞는 교복은 찾았어?"


"응, 이거면 될 거야. 여기 락커에서 입고 올게."


그래도 게헨나 소속으로 참전하는 것이니 게헨나 교복을 입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아코의 제안에 따라서, 히나가 호시노를 데리고 간 곳은 비품, 그 중에서도 교복 보관실.


"꽤 멋진데."


"이거 좀 뻣뻣하긴 한데..뭐, 원단은 우리 것보다 훨씬 좋은 것 같으니 상관없겠지."


이번에는 선도부원들과 전투를 치르던 저번과는 달리 꽤나 편안한 분위기에서의 교류였다.


그러다가 히나는 '이런 분위기니까 괜찮겠지' 싶은 심정이었는지는 몰라도 호시노에게 조금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을 했다.


"그나저나 카이저 그룹과 그렇게 쉽게 거래를 할 줄은 몰랐는데."


"이번에는 함정이 아니였으니까, 어쨌든간에 잘 된 거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네가 참..뭐랄까, 부러워."


"이 아저씨가? 무슨 이유로?"


히나는 잠시 망설이는 듯 싶다가 호시노에게 '그런 일을 겪고도 후배들을 위해, 학교를 위해 싸울 수 있다는 게 부럽다'는 듯한 말을 하려고 했으나,


"아- 그 일은 묻어두자. 딱히 말할 일도 아니고, 후배들을 지켜주는 건 선배로써 당연한 거니까."


호시노는 중간에 말을 끊고는 대충 덮고 그 주제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피했다.


히나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충분히 알기에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교복을 다 입은 뒤 둘은 선도부 HQ로 돌아갔다.





비슷한 시각, 트리니티 정의실현부 본부.


"이렇게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이번 모의전에서 유격대 역할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시라스 아즈사 양."


정의실현부도 모의전 준비로 한창 바쁜 상황이었다. 그런 순간에 정의실현회의 부부장이 직접 요청할 정도면 꽤나 진심이라는 것.


갑자기 그러한 부탁을 받은 아즈사는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녀가 내린 결론은.


"보충수업부의 친구들과 같이 갈 수 있다면 나도 가겠어."




원래 플랜은 게헨나의 최종 준비와 트리니티의 최종 준비를 합쳐서 한 편으로 쓰는 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오리 Vs 호시노 장면까지 넣어버려서 트리니티는 다음 편에 넣어야 할 것 같음

여하튼 이번 화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글자수 6566자(1편) -> 4958자(2편) 실화냐? 진짜 뒷심 ㅈ도 없는 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