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는, 유우카에게 감사합니다!]

"요ㄱ... 어? 가, 갑자기 무슨 말이야?"

익숙한 목소리에게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말이 들려오자, 냉혹한 계산의 회계도 순간적으로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는 못했다.

[샬레의 1주년 기념 파티, 유우카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과 모든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였습니다. 어제의 유우카는, 그 어떤 게임의 디렉터보다도 멋졌습니다!]

"아하, 1주년 파티 말이지. 당연하지! 내 기획은 언제나 빈틈없다고. 최고의 파티를 만들기 위해 내가 전력을 다해 준비했는데, 어중간하게 끝날 리가 없잖아... 후...."

본인도 모르게 나온 자그마한 한숨. 아리스는 그 순간적인 미세한 모션도 알아챌 수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는 눈치였다.


사실 돌이켜보면 파티 준비는 정말 고난의 연속이었다. 키보토스의 학교들은 기본적으로, 각자가 고도의 자치권을 가진 사실상의 행정단체나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각 학교가 협력하는 경우는 기껏해야 타 학교 학생의 소란행위, 그나마도 대부분의 경우는 신변을 인도하는 정도의 간단한 행정절차가 다였다. 설령 규모가 커진다고 해도, 대개는 총학생회나 발키리로 넘겨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던 학교들이, 선생님과의 1주년이라는 중요한 행사를 다같이 기획한다는 것부터가 전대미문의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모두가 선생님과 함께하는 최고의 순간을 만들자는 일념하에 최대한의 이해와 협조를 하려 노력했지만, 개인으로서 백만 번 양보하고 싶어도 단체의 수장으로서 양해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은 서로에게 정말로 피곤한 일이었다. 아비도스의 참담한 자금 사정을 알면서도 학교의 권리 주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비용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 끝에 야아네가 그만 눈물을 보인 순간은, 유우카 본인에게도 내가 1학년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건가 하는 자책감이 점철된 뼈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죄송해요, 유우카. 아까의 일은... 제가 학교의 대표로서 온 이상 유우카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공적인 자리에서 제가 큰 실례를 했어요."

나중에 그 일에 대해 사과하러 갔을 때도, 애써 웃는 아비도스의 대표에게 세미나의 회계는 앞으로의 회의도 잘 부탁한다며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그래도 고마워 아리스. 선생님이나 기획에 참여했던 학생들 외에 수고했다고 해준 건 아리스가 처음이야."

[빠밤 빠밤~ 아리스는, 유우카에 대한 도전과제를 하나 더 달성했습니다!]

"여전하네. 도전과제라니...."

[아, 그러고 보니 유우카에게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응?"

[샬레의 1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은, 유우카가 선생님을 만난 지도 1년이 되었다는 뜻이지요?]

"음, 그렇지? 사실 샬레의 1주년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선생님께서 오신 지 1주년을 기념하는 거였으니까."

[그렇다면, 유우카도 승급 이벤트를 할 때가 온 거 아닌가요?]

"승급?"

[아리스는 아직 밀레니엄에 온 지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미도리가 추천해준 학원 게임에서는 주인공들이 매년마다 학년이라는 등급이 오르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유우카도 이제 3학년이 되는 건가요?]

"아, 학년 말이지? 그거라면 분명..."


유우카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정확히 7.2초 후, 아리스는 유우카의 자세가 급격하게 무너지는 것을 가까스로 저지할 수 있었다.


[유우카! 마침내 일어났군요!]

"여긴...."

"밀레니엄 양호실이에요. 아까 쓰러지신 걸 옆에 머리 긴 학생이 업고 와줬어요."

"아... 그렇군요. 미안해 아리스. 신세를 져 버렸네."

[아닙니다. 아리스는, 위급한 동료를 절대 버리지 않습니다!]


휴대폰 화면에는 13시 31분이라 적혀 있었다. 유우카는 파티를 준비하며 자신도 모르게 과로를 해서 이런 실수를 한 것인가 생각했지만, 그렇다기에는 수면시간도 언제나처럼 완벽했고 아침에도 어떤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사실 고민할 새가 없었다. 세미나의 회계로서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4시간도 넘게 업무 시간에 공백이 생겨버린 것이다.

아리스와 양호부 학생에게 급하게 감사인사를 하고 유우카는 세미나 부실로 걸어가며 처리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장 급한 일은 역시 어제의 파티를 위해 지출한 비용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샬레에서 들어간 비용의 일부를 대신 부담하기로 했기에 최종적으로 지출될 금액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학교 간에 공동으로 집행한 데다 샬레라는 외부로부터의 환급까지 엮여 있는 비용이다 보니 절차 면에선 오히려 훨씬 복잡해진 탓이었다.

그러고 보니, 환급이라는 것은 분명 수입. 돌이켜 보면, 유우카가 지금까지 처리한 절대다수의 서류는 지출이 전부였다. 밀레니엄 소속의 수많은 동아리들을 위한 지원금, 엔지니어부나 C&C가 박살낸 건물을 수리하기 위한 수리비, 그 외에 수많은 설비의 유지비와 운용비 등. 그래서일까, 수입이란 것은 어딘가 어색했다. 수학적으로 따지면 단순히 지출의 반대, 플러스. 경제 용어를 굳이 사용하자면 자본의 증가. 끊임없이 지출이 일어나는 끝에 자본이 잠식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리고, 밀레니엄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자 구조적으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것....'


유우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밀레니엄에서 할로우 포인트 탄을 금지하겠다는 포부가 무색하게도 약간의 흉터를 남길 정도로 찍힌 상처가 이마에 남아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