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장의 키보토스와 헤일로를 단 선생-프롤로그

   

   

정말 황당하면서도 내가 바라가도 하던 나날들이 시작했다. 누가 봐도 평범한 애니 제목같은 ‘현실에선 백수 히키코모리인 내가 이세계에서는 선생님?’ 이라는 뻔한 내용.

   

분명 어제만 해도 밤 늦게까지 블루 아카이브를 하고 있었다.

늘 그렇듯 수시로가 없는 나는 전술대회 억까에 당하고 (츠바키 개사기...)짜증난 채 잠을 들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엄청 익숙한 꿈을 꾸었다. 

나처럼 블루 아카이브에 목숨을 건 유저라면 더욱이 알 수밖에 없는 말이 들려왔다.

   

"......우리는 바란다. 일곱 개의 통곡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예리코의 화두話頭를.“

   

   

‘어...?’

   

눈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이런 장면은 여러번 본 적이 있었다.

   

하얀색 옷에, 긴 하얀색 머리카락의 소유자.

그녀의 왼쪽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피.

그리고 누가 봐도 죽어가고 있는 모습.

뒤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

   

   

총학생회장.

   

참 나도 미친 것 같았다.

‘어떤 미친 놈이 진짜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를 그대로 꿈으로 볼까....

대체 내가 얼마나 폐인이었던 걸까...?‘

   

라는 생각을 하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실수였어요“

   

블루 아카이브의 프롤로그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라 해도 되는 말.

   

하지만, 이후의 말은 프롤로그와 달랐다.

   

“선생님. 선생님이 다른 세계에서 오셨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어래...?”

   

   

“그리고 이런 상황을 이미 겪은 적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이미, 저희를 만든 세계에서 오셨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 세계에서 저희는 하나의 게임 속 세상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 세상에 애정을 쏟고, 얼마 없는 자본까지 써가며...”

“저희를 제자로서 아끼신 점이 선생님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입니다.”

   

   

더 어이가 없었다.

‘나는 그냥 게임에 돈만 쓰는 폐인이라고.’

   

   

“....그러니....저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아주시고,”

“제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인 당신만이”

“이 뒤틀리고 일그러진 종착지가 아닌 다른 결과를...”

“그곳으로 이어지는 선택지를......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선생님.”

“부디......”

   

   

“잠깐ㅁ....”

   

이때까지만 해도 꿈인 줄 알았다.

   

그리고 ‘얼마나 폐인이면 내가 대체 꿈에서까지 이럴까...‘

라는 자괴감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엄마...일어나면 효도할게요...’

‘취업도 하고 열심히 살게...!‘

   

   

   

   

   

   

   

“생님....?”

   

이때도 그냥 내가 미쳐서 환청이 들리나 했다.

   

“선생님?”

   

   

어....???
“선생님 일어나십시오.”

   

   

“으으으으으.....”

   

   

“선생님!”

   

   

“으어어어어어어어?!!?!!!!!????”

   

   

“...왜 그렇게 놀라시는거죠?”

   

   

뺨을 세게 때려봤다.

존나 아팠다.

   

“혹시 정신에 문제가 있으시면 지금 말해주십시오..”

   

“아니...잠깐만...”

   

“진지하게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막 울고 있지 않나, 일어나자마자 뺨을 때리질 않나...”

   

“아”

   

‘나 울고 있었구나.‘

   

재빠르게 눈물을 닦은 뒤 상황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어...그래...너가...나나가미 린?”

   

“제 이름을 아시는군요.”

   

약간의 적막이 흘렀다.

   

“제 소개를 정식으로 하죠.”

“저는 나나가미 린, 학원도시 키보토스의 총학생회 소속 간부입니다.”

   

“그 정도는 알아...”

   

“뭐....그리고....당신은 저희가 부른 선생님인 모양...이군요.”

“그럼 뭐....지금 상황도 아실 것 같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대충 총학생회장이 사라진 상황이지?”

   

“네...?그게 무슨 소리죠...?”

   

“어?!!?”

   

“학생회장은 집무실에 앉아계십니다만.”

   

이곳은 내가 알던 키보토스가 아니었다.

   

“잠깐만....그럼 내 역할은 뭐지?”

   

“간단합니다. 총학생회장에게 조언을 아끼지 말아주십시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그 능력 있는 총학생회장이 등신짓해서 막 흑화 시로코 같은 것도 나왔던 것이 아니었나.

그런데 그 개쩌는 총학생회장을 상대로 조언을 하라고?

조언을 해서 그 조언을 받아들이게 하라고?

   

그리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잠깐....그럼 싯딤의 상자는...?”

   

“대체 선생님이 어디까지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딱히 상자를 넘길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요.”

“학생회장이 명백히 일을 잘 처리하는 상황에서 굳이 상자를 넘길 필요가 있을까요?”

   

할 말이 없었다.

원래 게임에서도 상자는 총학생회장이 선생에게 남긴 것이지 선생의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핑계를 찾아야한다.

내가 상자의 권한 중 하나도 가져오지 못한다면,

프롤로그의 미래는 계속 될 것이다.

   

“저기...린...그런데...”

   

“네, 말씀하시죠 선생님”

   

   

린이 엘리베이터로 날 데려가면서 말했다.

   

“난 너네랑 달라. 총 한 대 맞으면 죽는다고.”

   

“선생님?”

“무엇인가 착각하신 모양인데, 혹시 머리 위의 헤일로가 안 보이시는 건가요?”

   

“...뭐??!?!”

   

“혹시라도 눈에 문제가 있으시다면...”

“스미 세리나 양을 불러드리겠습니다.”

   

‘이러면 핑계를 못 만드는데’

   

“저희가 선생님을 부른 목적은 단순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총학생회장의 조언을 위한 것과,”

“학생들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학생들을 믿고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능력.”

“그 점을 뺀다면, 선생님은 사실 이 도시에 필요가 없습니다.”

   

‘어...그래...열심히 할게...“

   

최소한의 걱정은 면했다. 몸에 아루지 도넛이 생길 일은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여전히 상자의 권한은 가져오지 못했다.

   

‘젠장...젠장...!’

   

띠링~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자, 선생님. 이제 선생님이 일하실 공간인, 샬레로 가실까요.”

   

건물 밖에 있는 몇몇 학생들의 얼굴이 보였다.

   

“잠깐만, 린.”

   

“네?”

   

“싯딤의 상자에서 약간의 권한은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겠어.”

   

“무슨 권한인가요. 제가 총학생회장에게 보고를 드리도록 하죠.”

   

“나한테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하는 의무를 준 상황에서,”

“학생들의 개인정보정도는 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야?”

   

“......”

“타당하네요.”

“제가 총학생회장에게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궤변이 먹혔다.

   

“만약에 필요한 권한이 있으면 종종 연락할게, 린.”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린이 썩소를 지었다.

   

“아, 그리고 이건 선생님의 핸드폰입니다.”

“아로나라는 이 A,I.가 이곳 생활에 어색한 선생님을 잘 도와줄 겁니다.”

   

“고마워, 린.”

   

“그럼 샬레로 안전히 돌아가십시오.”

   

   

   

   

   

   

샬레에 도착했다.

   

“날이 어둡네...”

   

빛의 고리도 보이지 않는 이 어두운 날씨.

마치 내 앞의 미래를 대변하는 듯,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샬레의 앞에는 학생들이 많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의 눈빛은....

   

짐승이었다.

   

키보토스의 유일한 남자 어른이기도 한 나는, 

짐승들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엔젤 24에서 소총과 탄약을 사고

재빨리 샬레의 업무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우편함에는 한 편지가 있었다.

   

   

   

   

-아비도스 고등학교 대책위원회 아야네 올림

   


소설 태어나서 처음 써 봄

반박시 님 말이 다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