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지 말아줘…"

 선생님은 앙탈을 부리는건지 고집을 부리는건지 일어나 가려던 나를 상냥하게 붙잡아 와락 안았다. 그와중에 선풍기는 눈치도 없게 바람을 불며 내 뺨을 스쳤다. 선생님이 내쉬는 숨이 내 머리카락을 지나 등에 닿는다. 아련하다.

 "좀만 더 같이 있어줘."

 "선생님, 저 이제 가봐야 해요."

 따뜻한 8월의 햇살. 요즘엔 드문 새의 지저귐. 창문과 건물 너머로 푸르디 푸른 하늘과 구름과… 하지만 내 마음은 정반대였다. 이젠 더 이상 땡땡이를 칠 순 없었다. 나도 내 일이 있고, 선생님도 일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생님의 안는 힘은 점점 세졌다. 아프지는 않다. 조이거나 숨이 막히지도 않은 채 아프거나 힘들지 않게 무언의 떼를 쓰고 있었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았다. 선생님의 얼굴은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어린 아이 같았다.

 구름.
 8월의 따뜻한 햇살.
 죽은 나비.
 눈치 없는 선풍기.
 춤추지 않는 무도회.
 음악 없는 로맨스.
 들리지 않는 새의 지저귐.
 어둠 속의 꽃.
 내가 그려진 스케치.
 아득한 사랑… 사랑.

 나의 사랑은 언젠가부터 조용히 피어올랐다. 이상하게 부끄럽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았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여자는 신중하게 자신을 책임질 남자를 고르는 것이 본능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
 그야 이 남자는 금세 이런 말을 해버리곤 한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데… 보내기 싫은 걸…"

 아아 선생님은 어째서 그런 말을 곧잘 해버리시는 건가요.
 이 어린 아이 같은 남자는 보살핌이 필요한걸까. 왜 하필 나일까. 내가 필요한걸까. 나와 있기에 행복한걸까. 아님 나와 땡땡이 치는게 행복한걸까.

 사실… 사실은 모든 것을 내버려 둔채로 단 둘이서… 아니… 그것까지일 필요는 없다. 조용히 피어오른 사랑이지만 아이 같은 어른에게 잠시의 위로면 괜찮을거야. 사랑은 잠시 묻어두고.

 "그럼 조금만 더 땡땡이 쳐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