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어느정도 짬을 먹은 나와 동기들은
싸지방 망령이였음
그런데 막사가 구막사인지라
싸지방은 부대 외부의 다락방같은곳에
얼기설기 만들어져있었음
그 날도 어김없이 개인정비시간 풀타임 싸지방을
갈겼고 싸지방 문닫기 직전까지 있었음
그리고 곧 임무분담제 청소시간이 된지라
다같이 불을 끄고 나갔음
당연히 문은 잠그지 않았음
왜냐하면 임무분담제에 싸지방청소가 포함되었기
때문임
그리고 그 날은 나랑 같이 싸지방 죽돌이하던 동기
두 명이 싸지방 청소를 하는 날이였음
복귀해서 쓰레받기랑 대걸레를 들고
터덜터덜 싸지방으로 갔음
그런데 싸지방 입구쪽이 문 두개가 있고
문과 문 사이엔 창문하나 없는 완전한
어둠이 되는 지점이 있음
그렇게 세 명이 들어가고
어둠속에서 더듬더듬
싸지방으로 통하는 두번째 문고리를 당겼는데
문이 안열리는거임
왜 잠긴거지? 하고 다같이 열쇠로 열려고 하는데
어두워서 열쇠구멍이 안보이니까
잠깐 문좀 열어보라고 했는데
방금 들어온 첫번째 문도 안열림
다같이 패닉에 빠져서 우왕좌왕하다가
두번째 문 열쇠구멍에 어떻게 열쇠를 꽂아서
들어가고 후다닥 불부터 킴
그리고 다 이거 씨발 뭐냐고 커신이냐고
하면서 덜덜 떨다가
청소하고 나감
그런데 이 모든 상황은 내가 킹부러 놀리려고 한건데
사실 첫번째 문 두번째 문 둘 다 안잠겨있었음
두번째 문 열쇠구멍은 일부러 문고리 돌리면서
안열리는척하면서 소리내는 틈에
내가 열쇠로 문 잠그고
어 씨발 안열리는데 하면서 쇼한거였고
첫번째 문은 내가 문 아래를 발로 막고 있었다
완전한 어둠이기 때문에 가능했던것
그 날 이후로
싸지방에 커신이 나타난다는 헛소문이 돌았고
전역하기전 마지막 말년휴가 하루전에
사실을 알려주고 도망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