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 보이는 사진은 클릭하면 커진다.


*야간 모드가 보기 편할 거다.







'그놈' 이후의 한 달




'그놈' 사건 이후, 핵계 밴웨이브를 제외하면 평소처럼 쌍천장 박고 학생을 음해하며 야짤을 달리는 둥 평탄한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4월 1일엔 우리 학생들이 아이돌 데뷔를 한 기념비적인 경사가 있었다.


하마터면 이 경사를 그새끼와 함께할 뻔했으니 그때 싸워둔 열사님들께 아직도 감사한 마음 뿐이다.


게다가 이 무렵 일섭 클뜯 정보로 아츠코 공주님의 실장 소식도 전해졌으니, 일배들이나 손주들이나 머리에 피가 철철 흐른 채 갓겜만 외치던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물론 그때도 저기나 여기나 '미완성 게임' 타이틀은 건재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볼 땐 그저 캐릭터 원툴로 밀고 나가는 똥겜이었다.



(픽)


그래도 캐릭터성에서만큼은 확실하게 유저의 니즈를 충족시켰단 점엔 이견이 없었기에 센세들은 큰 불만없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냈다.




그렇다그때까진...







발단



4월 12일, 공지가 올라왔다. 바로 전술대항전 초기화+지형 변경 공지였다.




일단 전술대항전 초기화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그룹'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한다.


블루아카이브에서 임무 지역 6-1을 클리어하면 '전술경연 대회' 컨텐츠가 해금된다. 동시에 '그룹'에 배치되어 15001등에서 시작해 다른 센세의 학생과 자웅을 겨룰 수 있게 된다. 한 그룹 당 15,000명의 상대가 있고 맨 처음 들어가면 리스트엔 A.I.만 존재하다가 실제 유저가 일정 수 이상 차오르면 다음 그룹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당시 한섭 오픈 초기인 11월부터 4월까지, 거의 반 년 동안 이 그룹은 바뀐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오픈 초기부터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을 달렸던, 소위 '고인물 집단'인 1그룹의 순위권은 그야말로 철옹성이나 다름없었다.



"할배!! 어차피 운빨좆망 컨텐츠인데 그냥 포기하고 유기하면 되잖아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어린 뉴비가 당시 인권픽업 연발사격으로 지갑에 구멍이 뚫려버린 할배들의 공허함을 알기나 할까?




1월 11일부터 3월 22일까지 석 달도 안 돼서 나온 픽업 라인업이다.


씹비틱질을 하지 않는 이상 한 번이라도 천장을 친 할배는 동전으로 가득 찬 저금통을 부수고 마이너스 통장을 꺼내서라도 계속 지를 수밖에 없던 구간이었다. 필자도 저 구간에서 x00만원은 빨렸다.




그렇게 어디 광산 캘 곳 없나, 둘러보던 중 할배들이 발견한 것이 있으니 바로 전술대항전 최고기록 보상이었던 것이다.


매일 주는 일일보상이야 청휘석에선 큰 차이가 없으니 다들 그러려니 했지만 최고기록 보상은 달랐다. 그 시즌에 자신이 달성한 최고기록에 따라 청휘석을 주는데, 최고 8,150 청휘석을 준다.


그런데 4월 19일에 시즌이 초기화된다고 공지가 올라왔다. 이번에 1찍튀를 하고 시즌 초기화 후 바로 1찍튀를 한다면?


무려 10,640 청휘석을 일주일 만에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흑우팩으로 따져도 십오만원은 훨씬 넘는 자산이다 보니 업데이트를 앞둔 당시 할배들의 주력 컨텐츠가 바로 '1찍튀'였다.




1찍튀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어떻게든 1위만 한번 찍겠다는 일념으로 세상 모든 억까를 감내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 전술대항전을 진행하다가 100위권 근처에 갔을 때 티켓을 충전하며 1위를 목표로 달리지만 이때는 모두가 청휘석을 씹으며 등반을 감행했다.


당시 1그룹에 매몰돼 있던 유저들 또한 어떻게든 1찍튀를 하기 위해 총력전을 포기하고 전술대항전에 재화를 몰빵했으며, 더러는 닉네임을 1찍튀 관련된 닉으로 바꾸던가, 더러는 이길 때까지 티켓 충전을 멈추지 않으며 오히려 손해를 본다던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등반을 시도했다.




이러한 하위권들의 노력이 안쓰러웠던 고인물들은 일부러 방어 편성에 츠바키 하나만 넣어서 1찍튀에 도전하는 뉴비를 도와주는 등 여러모로 훈훈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물론 실력이 딸리면 못 올라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정말 총력전을 빼면 게임에 컨텐츠가 이것밖에 없었으므로, 전술대항전을 대하는 할배들의 태도가 사뭇 진지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때 다른 그룹에선 정공 싸움이 있었는데 이건 또 얘기가 존나 길어지니 궁금한 사람은 4월 17일~18일자로 념글 목록을 찾아보자.







전개



기다리고 기다리던 업데이트 날이 되었다. 눈에 불을 켜며 기다린 블창들은 조기 점검 소식이 뜨자마자 오픈런을 준비했다.


이때 있었던 업데이트 사항은 '네버랜드에서의 술래잡기' 이벤트 추가와 '사야(사복)과 슌(어린이) 픽업' 진행, 그리고 '전술대항전 지형 변경 및 시즌 초기화'였다.


당시 이벤트나 픽업보다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주요 업데이트는 단연 '전술대항전'이었다.




위 그림에서도 설명했듯이 실제 유저가 차기 전까진 모든 상대가 A.I.로 잡혀 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들어가 A.I.를 상대로 날로 먹는 택틱을 사용하기 위해 접속한 유저는 모두 전술대항전으로 달려갔다.


이론상으로도 이견이 없는 완벽한 택틱이었다. 그랬을 텐데....



 


골고루 나뉘어야 했을 그룹 배치가 '선착순'으로 배정되어 버렸다.



이게 왜 진짜 좆된 일이냐 하면, '선착순'으로 배치가 되면 일반 유저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1그룹 고인물들이랑 싸우는 상대가




이런 뉴비가 된다는 소리였다.


정말 웃긴 게, 순위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로 그룹 내 15000명 중 A.I.는 없다시피 하고 정말 유저로만 꽉꽉 채워놨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아무리 티켓을 충전해 순위를 올려도 잠깐 시간이 지나면 다시 15001등으로 돌아가는 개좆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1찍튀는 고사하고 하루 코인 60개 챙기기도 더럽게 빡세졌다. 심지어 뉴비에게 전술대회 코인은 매일 90AP(45코인)를 챙기는 가장 중요한 재화인데, 저때 뉴비는 4000등 안에 들어오기가 아에 불가능했다.




심지어 2주 뒤엔 역대급 혜자 이벤트라 불리는 바니 체이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때문에 뉴비든 골수유저든 전술대회코인을 풀초기화 하면서 돌리는게 정공법이었는데, 이에 소모되는 전술코인 개수는 3천개에 육박했다. 하루에 운이 좋아 60개를 먹는다면 50일이 지나야 3천개를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많은 센세가 퇴근 후에도 들어가기를 거부하며 AP를 썩히는 상황이 일어났다. 다만 네버랜드 이벤트를 위해 존버를 선택한 센세는 천이 넘는 AP를 날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선두 그룹만은 아니길 빌며 게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올린 그룹별 순위와 자신의 그룹을 비교하며 곧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다시 게임을 끄곤 공식 홈페이지로 들어가 이 모든 게 사실 오류였길 바라며 한줄기 희망의 끈을 붙잡았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아로나의 명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혈압 주의







위기 _ 4월 19일




집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 유독가스를 한껏 들이켜곤 '젊은 나로 돌아간 것 같아요, 모두 이 열기를 즐겨주세요'란다.  ※사칭이다


열기가 뜨겁긴 했다. 게임 말고, 커뮤니티가.




아무리 성장해도 줄어들지 않는 그룹 내 평균과의 격차 때문에 새 시즌을 바란건데, 당시 선착순 셔플은 이런 유저들의 바람을 거하게 엿먹이는 희대의 병크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이미 일섭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해 개선을 약속한 상황이었다.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그 선착순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했다?


이쯤 되니 얘네가 캐릭터 디자인은 잘 뽑지만 과연 이 캐릭터들을 살릴만한 개발 능력이 존재할까? 사실 수정을 하게 되면 코딩 덩어리가 베베 꼬이게 되니, 되도 않는 헛소리로 자신들의 무능함을 감추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근본적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8시간만에 철회안을 내놓은 '그놈' 때와 달리, 이 사건에 대해선 하루가 지나도록 간단한 언질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절정 _ 4월 20일



4월 20일 새벽, 전설의 괴 광고 사건이 등장했다.


양산형 게임 광고로 자주 보이는 디자인인데, 이게 다른 게임도 아닌 블루아카이브였던 것이다.


정말 처참한 퀄리티 탓에 누가 그냥 악의적으로 편집한 가짜 광고일 거라 믿는 사람이 많았다.



시발...




안 그래도 대항전 셔플 문제로 마음이 꺾여 있는 데다가, 이미 아즈사 픽업 때 배너 디자인으로 오지게 욕을 처먹어놓고 저런 양산형 광고가 대놓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는걸 떠나서 이젠 진짜 게임이 망했다며 엉덩이 훌훌 털고 일어나 초연한 마음으로 게임을 접은 센세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민심이 터져나가는 와중에도 김용하는 피드백은 커녕 트위터를 돌아다니며 짤쟁이들 그림에 하트나 누르고 다니고 있었다.



이 시발련들이 게임 아니라고 드립치니까 진짜 포기하고 자빠졌노!!!!! 지금 공지 안 띄우면 너네 망한다고!!!!!!





공지를 올리긴 했다. 다만전술대항전 관련해선 철저하게 무시한 채로




이미 문제가 뭔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을 텐데 해명하려는 시늉조차 보이질 않으니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모조리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곧 있을 바니 체이서 이벤트의 홍보는 저녁까지 하고 있었으니, 유저와 소통하는 개발자란 인식도 이때를 기점으로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3차 절정 _ 4월 21일



사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통의 부재였다.


인게임에서 코딩 오류로 인한 잦은 버그가 발생해도, 스토리나 설명에서 번역이 잘 안 되어 있어도, 메모리얼이 없는 학생이 많아도, 심지어 메모리얼에 목소리가 없는 애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유저들이 한 달에 몇십만원이나 되는 돈을 꼬박꼬박 질러온 까닭은 이 개발자라면 언젠가 꼭 개선된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답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불만이 새어나올 때마다 짧게나마 답장을 남기던 친근한 모습과 달리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록 유저들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졌음에도, 김용하는 철저히 침묵을 지켰다.



이 와중에 일섭에선 신규 이벤트 스토리 '불인지심'이 업데이트 되면서 한 커뮤니티에 천국과 지옥이 오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금은 삭제된 게시글이다


결국 참다 못한 갤에서 주딱이 직접 1인 시위에 나서겠다고 글을 올렸다.


당시 시위글을 본 유저는 "회사 운영이 걸린 문제도 아니고, 전술대항전 보상이래봤자 그동안 유저가 지른 청휘석에 비하면 진짜 좆도 안 되는데 어째서 이렇게 사생결단을 낼 정도로 입을 닫고 있느냐,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얘기했다. 개중엔 용하가 윗선의 압박을 받지 않았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 정도로 낯선 모습이었다.


그래도 그동안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이렇게까지 크게 번진 사건은 없었기에 많은 유저가 끝까지 남아 그야말로 게임의 흥망성쇠가 달린 용하의 마지막 공지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의 결말은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애매한 결말을 맞이하게 됐는데...







결말 _ 4월 21일 20:18



4월 21일 저녁, 드디어 공지가 올라왔다. 원래 3개월이었던 대항전 시즌을 1개월로 단축하고 이후 진행될 시즌에선 새로운 그룹 배정 방식을 적용시키겠단 것이다. 이에 대한 보상도 같이 지급했다.


보상도 받고 수정 약속도 받았으니 해결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 게 문제였다.




당장 공지 하나로 묻어두기엔 이틀 간 보여준 침묵은 유저가 신뢰를 잃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심지어 커뮤니티에 시위한다는 글이 작성된 뒤 올라온 공지라서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임시방편이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많았다.


게임에 진심인 유저와 게임에 진심인 개발진이 만나 탄생한 게임이 바로 '블루아카이브'다. 블루아카이브가 오픈 후 지금껏 운영할 수 있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서로에 대한 신뢰'인 것이다.


이러한 신뢰가 단 이틀 만에 산산히 깨져버렸으니 유저들의 민심도 흉흉해질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당겨버린 대항전 스케쥴도 문제였다. 미래시대로라면 3개월은 족히 사용할 야전 지형의 주 학생들이 활약할 기간이 한 달로 단축됐기 때문이다. 미리 수히나와 카린, 호시노 등을 키운 유저들 입장에선 탐탁치 않을 수밖에 없었다.


추가적인 공지도 없이 당장 주는 500개의 코인과 1200개의 청휘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앙금이 용하와 유저들 사이에 깊숙하게 박혀버린 것이다.


극적인 해피 엔딩을 맞이한 버튜버 사건 때와 달리, 이 전술대항전 시즌2 셔플 사건은 올드 유저들의 불신만을 남긴 채 흐릿한 마무리를 짓고 말았다.







에필로그 _ 5월 17일



5월 17일 저녁, 개발자의 편지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내용엔 전술대항전 문제에 대한 해결안이 제시되어 있었다.


야전 지형이 유지됨으로써 미리 전술대항전용으로 학생을 성장시킨 선생은 기대 비용을 돌려 받게 됐고, 새롭게 변경된 그룹 배치에서 한 그룹의 14000명을 A.I.로 배치하고 유저를 1000명씩 나누는 방식을 사용해 모든 유저가 공평하게 보상을 받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본격적으로 게임 내 이미지 한글화를 적용시킬 예정이고 일섭에 적용된 여러 편의 기능들을 조기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안 그래도 0.5주년 이벤트로 머리가 깨져 있던 유저들의 민심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아직 여론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지만 이후 큰 사고 없이 최선의 운영만 선택하는 기특한 행보를 보였고, 특히 7월 서울코믹월드에 직접 찾아와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유저와의 거리감을 좁혀 지금의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정말이지 한 명의 센세로서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항전 셔플 이후로 완전히 아작난 줄로만 알았던 관계를 이렇게까지 회복시키다니, 운영의 신이란 말은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물론 앞으로도 블루아카이브가 최고의 모습만 보여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런 갓겜충은 모두 분탕이 되었다.


적어도 이 사건을 계기로 개발진이 유저와의 신뢰만큼은 놓치지 않고 쭉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임에 진심인 유저와 게임에 진심인 개발자의 관계 말이다.









'그놈' 글에서 많은 할배가 "얘네는 버튜버 때가 아닌 전술대항전 시즌2 사건 이후나 돼야 정신을 차렸다"는 말을 하는걸 보곤 아차, 싶었다. 개발진의 운영이 완전 뒤집힌 때라 할 수 있는 역사적으로 가장 큰 사건을 생략한 채 대충 뭉뚱그려버렸던 것이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자체 수습할 겸 아에 날잡고 오늘 글을 적어보았다.


뉴비들이 읽기엔 어려운 글일 수 있으나 당시 함께 고생을 나눴던 할배들에겐 안줏거리로나마 자그마한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니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방덱 좀 열어줘봐





그리고 용하형, 우리 약속한 거 알지?



아이돌 데뷔.... 기다리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