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메인 스토리와 이벤트 스토리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 놀라울 정도로 잡스러운 이모저모


 


○ 로딩 일러스트 중 스즈미가 나오는 이 장면은 스즈미의 인연 스토리를 봐야 이해할 수 있는 장면으로, 스즈미는 섬광탄으로 제압한 불량배들을 묶은 뒤 '오스틴 비버' '베이비'를 강제로 듣는 고문을 진행한다. 이에 스케반은 스즈미를 '철 지난 유행의 노래에 매몰된 아저씨'라 부른다.


○ 섬광탄을 주무기로 쓰는 이유는 그 누구도 상처입히지 않고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트리니티의 달리는 섬광탄'이라 불리며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자경단을 자처하여 악행을 저지하는 학생이다. 로비 대사와 스토리에서 보이는 투철한 정의감이 스즈미를 자경단으로서 활동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 놀랍게도 모든 센세가 블루 아카이브에서 최초로 EX스킬을 사용했던 학생이다. 첫 EX스킬을 경험하는 튜토리얼에서 맨 첫 타자가 스즈미기 때문이다.


○ 사실 자경단은 정식 동아리가 아니다. 정의실현부가 잘 다니지 않는 외곽 지역을 위주로 순찰 돌며 스즈미 스스로 자경단이라 자칭한 것. 이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는지 스즈미 혼자였던 자경단은 현재 우자와 레이사를 포함한 학생 다수가 참여해 활동하는 동아리 형식을 갖추게 됐다. 물론 정식 동아리는 아니기에 그냥 스즈미를 따라 스스로 자경단이라 자처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스즈미는 이들 대부분과 면식조차 없다.








1. 자경단과 정의실현부



자경단과 정의실현부는 서로 다르면서도 명확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정의를 근간에 두고 활동하며 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그리고 둘의 차이점을 보자면 정의실현부는 트리니티의 공식 조직이며 자경단은 비인가 동아리 활동이라는 점이다.



트리니티 모두 그렇지만, 정의실현부는 특히 게헨나에 적대적이다. 정의실현부가 메인으로 나오는 '여름 하늘의 위시리스트'에서도 게헨나 학생인 이즈미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선생이 노력하는 장면이 나온다. 에덴조약 스토리에 이러한 관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 있는데, 일반 학생들이 게헨나 차량이란 이유만으로 부상자 수송 차량의 출입도 막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그때 나타나는 학생이 바로 스즈미다.



작중에서 스즈미가 게헨나나 다른 학생을 차별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스즈미는 자신만이 가진 투철한 정의감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트리니티 전체를 대표하는 정의실현부와 달리, 자경단은 온전히 스즈미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밀레니엄과 트리니티, 게헨나의 대표 각각 1명씩 모인 프롤로그에 스즈미도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 스즈미의 모티브


트리니티 모티브가 '삼위일체'이므로 대부분의 학생이 기독교와 관련된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스즈미의 모티브로 유력한 '사리엘'은 민간에서 달의 운행을 담당하는 천사로 알려져 있으며 사안(Evil eye)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스즈미의 성인 모리즈키의 '즈키(月)'가 달이며 주무기인 섬광탄이 상대의 시야를 제압한다는 점을 볼 때 상당히 설득력 있는 모티브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스즈미의 모티브를 두고 다른 인물을 떠올렸다.



그것은 중세 시대 종교개혁을 일으킨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다. 스즈미가 당장 트리니티에 개혁을 일으켰다는 건 아니지만, 루터가 직접적으로 교회와 충돌하며 개혁을 이끌어갔듯이 스즈미도 트리니티의 직속 조직인 정의실현부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


종교개혁을 잘 모르는 챈럼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교회의 회복운동이다. 본래 신앙의 길에서 점점 벗어나기 시작한 중세 카톨릭을 규탄하여 '성경'에 나온 본래의 교회로 돌아가자는 사상이다.



트리니티는 대표이자 학생회인 티파티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트리니티의 대표 무력 기관인 정의실현부도 티파티의 직속이다.


그리고 에덴조약 스토리에 나와 있듯, 대표 조직인 티파티의 붕괴로 트리니티는 전례없는 혼란으로 내부로부터 붕괴할 위기에 처한다. 정의실현부의 츠루기와 하스미마저 의식이 없던 상태인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으나 결국 모든 원인은 수뇌부 중심으로 돌아가는 트리니티의 지휘 체계에 있던 것이다.



16세기의 종교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시 카톨릭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죄와 은혜를 수여하는 교황 중심적 사상을 가졌다. 그들은 오직 주교만 성경을 읽고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일반 성도들이 성경 보는 것 자체를 금지하기도 했다.


이를 비판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고, 그중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마르틴 루터다. 루터는 삶과 신앙의 모든 영역에 있어 '성경'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직접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해 민간에 뿌렸고, 문맹률이 높은 자들을 위해 직접 학교를 세워 글자를 가르쳤다. 루터를 통해 비로소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된 성도들이 부패한 교회의 현실을 깨달으며 종교개혁은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블루아카이브에서 성경은 어떤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선생의 행보'라고 생각한다. 더러는 신의 말씀이라고 하지만 결국 성경은 하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블루아카이브의 이야기는 선생이 키보토스로 와서 학생들과 함께 지낸 청춘 이야기다. 목적이야 어찌됐든 티파티는 이러한 청춘 이야기에서 상당히 벗어났으며, 그 길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선생 또한 심각하게 다쳤다.




이야기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학생이 움직였고, 그 마지막 관문에서 스즈미는 섬광탄을 이용해 그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고 상황을 해결하게 된다. 스즈미의 행동으로 선생이 본래 자리로 돌아가 모든 학생의 중심에 섰기에 비로소 이야기가 다시 제 길로 갈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3. 앞으로의 행보


오픈부터 존재했으며 심지어 튜토리얼 때도 등장한 학생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자세한 정보가 없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떡밥 굴리기에 최적화된 학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설정이 매력적인 학생이다.


아마 마르틴 루터의 생애대로 간다면 이대로 정의실현부와 충돌하여 적대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루터는 직접 공의회에서 황제에게 카톨릭의 부패를 얘기하기도 했다. 이후 몸을 피해 10개월 간 잠적하기도 했는데, 만약 트리니티에서 몸을 피해 있을 곳이면 아리우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최초의 이중 학원 이격이 나올 수도!


마르틴 루터와 마찬가지로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에 이후 자경단이 아닌 학원 외부와 정의실현부 사이의 충돌로 이야기가 풀릴 수도 있다. 만약 학원과 외부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면 자경단인 스즈미는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혹시 스즈미 관련 떡밥을 더 보고 싶으면 전에 쓴 글 하나가 있으니 심심하면 봐주길 바란다.




https://twitter.com/hutaba_____/status/1523364696623296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