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챈질을 한 예비 블창 센세라면 가끔 아카콘으로 올라오는 이런 짤을 봤을 것이다.


신규 모자라며 치세의 양뿔에 장갑을 끼워넣는 저 그림은 오픈할배들 마음 속에 아프게 남은 응어리 중 하나다.





한섭 초창기 시절, 치세와 아카네의 장비는 현재와 달랐다. 치세는 장갑이 아닌 모자를, 아카네도 신발이 아닌 모자를 그리고 목걸이가 아닌 시계를 착용하는 학생이었다.


특히 당시 공격타입이 신비인 딜러는 아스나, 치세, 하루나, 이즈나, 아리스까지 모두 다섯 명이었는데 3성 학생을 제외하면 뉴비가 쉽게 얻을만한 신비 딜러는 아스나와 치세 단 둘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괜히 할배들이 이로하 무조건 들고 가라고 목에 핏발 세우며 말하는 게 아니다.) 그중에서도 평타 기반 아스나와 달리 범위 스킬을 가지고 있고 3성 하루나와 맞먹는 딜량까지 뽑아낼 수 있었으니, 치세는 모든 센세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귀중한 신비 딜러였던 것이다.





그러나 운명의 날, 2022년 1월 10일 오후 3시, 공식 홈페이지에 업데이트 공지 하나가 올라온다.


내용엔 체리노 픽업을 알리는 이반쿠팔라 이벤트의 설명과 함께 치세와 아카네의 장비를 픽스한다는 글씨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당연히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비주류 학생도 아니고, 모든 센세가 공평하게 잘 쓰고 있던 국밥 학생 둘이 장비를 바꿔 끼면서 간접적으로 너프를 맞았기 때문이다.




3성 빼면 신비 원탑이었던 치세는 딜 계수가 내려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아카네 또한 딜 계수는 물론 조금 있던 치명 수치를 모조리 빼앗겼다. 신발이야 체력을 올려줘서 탱커와 서폿을 겸하는 아카네에게 유리한 장비였지만 목걸이로 바꾼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는 게 당시 여론이었다. 힐러도 아니고 보호막도 안 쓰는 아카네에게 치유력 옵션은 하등 쓸데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13지가 열린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기껏 열심히 캔 5티어 모자를 같은 티어의 장갑과 신발로 바꿔준다는 내용도 문제였다. 좀 더 분노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지금 딜러들이 착용하고 있는 시계를 목걸이로 바꿔준다고 업데이트 되기 전날 알려준 것. 하지만 양심없는 대머리가 되긴 싫으니 무려 최상급 강화석 5개를 주고 생색을 낸 것.


탓에 당시 커뮤니티는 민심이 불타는 수준이 아니라 TNT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이 모든 건 오픈 때부터 고치지 않은 버그였습니다.


일섭 초창기부터 치세는 원래 장갑을 착용했었고 아카네는 신발과 목걸이를 착용했었다. 그러다가 11월 일섭에서 신규 생성한 계정에 있는 치세와 아카네가 다른 장비를 착용하는 버그가 발생했고, 이 버그를 그대로 한섭에 끌고온 채 오픈을 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일섭에선 11월 30일에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한섭은 이에 대한 짧은 공지 한줄조차 없었다.


그랬는데 오픈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야 '기획 의도'를 운운하며 픽스를 강행한 것이다.


이딴 게 기획 의도?




"버그면야 고치면 끝이지, 왜 이렇게 불타는 거지?" 하는 센세들은 필자가 얘기했던 TNT가 불타는 상황이란 말을 기억하길 바란다.


오픈 초 때부터 이때까지 일어난 사건사고를 나무위키에서 뽑아와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1)자연회복AP와 카페AP 푸시 알림, (2)노노미 엘레프 미지급 버그, (3)미래시 붕괴, (4)쿠폰 중복 보상, (5)천장친 건 아루인데 지급된 엘레프는 시로코, (6)레벨차 패널티 미적용, (7)정공전 핵 사용자 미처벌, (8)배너 디자인 부실, (9)스토리 오역 문제, (10)월정액 기간 버그 등이 있다.


안 그래도 쌓인 문제가 한둘이 아닌데 진작 고쳤어야 할 버그들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학생 장비 바꿔주는 건 버그 픽스가 아닌 '기획 의도'로 설명하고 있으니 당시 센세들 입장에선 개발진이 유저를 같잖게 보고 있구나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고, 바로 이 점이 기폭제가 되어 억눌러왔던 분노가 펑 터져버린 것이다.




식질이 하나도 안 되어 있는 인게임 내 스토리 그림들


아이러니하게도 Q&A 배경은 식질을 다 끝내놨다.


평소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래도 우리가 게임을 살려보자며 으쌰으쌰 했던 블붕이들이지만, 이때는 으쌰고 지랄이고 그냥 여기가 초상집이었다. 남들 한 달에 한 번 겪을까 말까하는 좆같음을 두 달에 십수 번을 겪었으니 애정이 있던 블붕이도 없던 블붕이도 조용히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이때 액티브가 1만이 넘게 빠졌다.



이렇게 장작이 활활 타고 있을 때도 용하는 실장도 안 한 정월 하루카 그림에 좋아요를 누르고 다녔다.





결국 하루가 지난 11일이 돼서야 추가 보상 공지가 올라오면서 장비 변경 사건은 마무리를 지었다. 물론 떠나간 유저들은 돌아오지 않은 채로...






지나고 보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 마련인데, 저때는 정말 테스트 서버 하는 기분이었다.


탄탄한 미래시(없음), 고쳐진 버그(없음), 더 나은 서비스(없음), 신규 업데이트(없음) = 한섭 왜 함?


과거를 잊은 게이머에게 미래는 없다. 이 모든 생사고비를 넘기고도 끝까지 게임을 포기하지 않은 우리 오픈팔육 할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유사 코딩 덩어리라도 게임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오늘만큼은 할배들에게 지게짤 대신 따뜻한 감사 인사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