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쉬지 않고 끝없이 시끌벅적하게 돌아간다.

이곳, 게헨나 학원은 그런 곳이다.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매일 매일 지루할 틈 없이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소란을 피우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불량배가 소요를 일으키고.


때로는 온천개발부가 온천개발을 명분으로 파괴활동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미식연구회가 급식부를 납치하기도 한다.


뭐, 이런 일상이지만...


그것들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리 선도부원들의 일이다.


나는 그 선도부를 이끌고 있는... 즉, 선도부장 직함을 가진, 소라사키 히나.


갑작스럽지만, 조금 불평좀 하게 해 줘.

...게헨나의 선도부원은 격무에 시달린다.


앞서 말했듯이 소요 진압은 물론이고 각종 서류 처리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에 관해서는 게헨나의 학생회인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의 강요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선도와 만마전은 소위 앙숙인 사이인데, 무슨 일이던 교묘하게 괴롭히는 게 귀찮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걸까... 정말이지...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한다면.


...어쨌든. 어쨌든 바쁘다.


오늘도 어김없이 서류에 시달리겠거니 하고 매의 눈으로 집무실로 향했다.


한숨을 내쉬며 내 책상에 도착하니 평소처럼 쌓여있어야 할 서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낯선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는데, 행정관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내 비서 같은 입지를 갖고 있는 앉아 있는 아마우 아코가 활짝 웃으며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듣자하니 오늘은 이례적으로 만마전이 하루 종일 외근으로 게헨나에 없다고 한다. 이런 일은 거의 없는것 같았는데... 드물게는 그런 일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평소처럼 괴롭힘으로 생기는 업무가 없다는 뜻이다.



다소 마음이 편해지지만...

그래도 반드시 소요는 일어날 것이다.


일이 조금 줄었으니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는 것은 아마도 매일 쌓이는 업무량으로 인해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아코는 여전히 들뜬 표정이다. 그렇게 기쁜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아코는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로 방 안에 울려퍼지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히나 부장님은 오늘 선도부장을 쉬어주셔야겠습니다!」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 아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선도부장을 쉬게 한다...?


「히나 부장님, 저는 생각 중이었습니다.」


「...?」


「저와 히나 부장님은 올해 게헨나를 졸업합니다. 그 말은 곧 선도부장의 교체를 의미하죠.」


「...응. 그렇지.」


아코는 갑자기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방금 전의 이야기와 연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게 너가 말한거랑 무슨 상관이야?」


「현재 우리 선도부는 히나 부장님이 있어야만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또한 히나 부장님의 절대적인 힘에 의한 억지력 역시 그렇고요...」


「그것과 같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부장님의 권한으로만, 즉 히나 부장님이 시행할 수 있는 업무량이 비정상적이다... 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아...」


확실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내년도 이후의 게헨나는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오리에게 일일 선도부장을 맡기기로 했답니다.」


「...이오리한테?」


「네. 본인에게 이미 승낙을 받았어요. 오늘은 특이하게도 그 너구리 녀석들이 게헨나에 없으니 쓸데없는 업무도 없겠다, 체험하기에 딱 좋은 날이라고 생각해요.」


아코가 그렇게까지 생각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아침의 그 짧은 시간안에 오늘의 상황을 순식간에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겼을 줄은...


「...뭐, 하고 싶은 말은 다 들었어. 그럼 오늘은 이오리에게 선도부장을 맡긴다고 치고... 나는 뭘 하면 돼?」


「아까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


「오늘은 히나 부장님... 아니, 히나 씨는 선도부장 및 선도부 일은 쉬는거에요.」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그 후의 아코의 민첩함은 이상했다.


나는 이오리한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후, 설마 나만 쉬는 건 아니겠지...라면서 버텼지만, 어느새 코트가 입혀지고 선도부의 완장까지 벗겨진 후 방 밖으로 내쫓겼다.


「...하아.」


아코와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대충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진 알 수 있다.


아마, 나를 쉬게 하기 위해서 다른 선도부원들과 짜고 한바탕 연극을 하자... 라고 생각한 거겠지.


뭐, 만마전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후임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


어쨌든, 이렇게 된 아코를 설득하기에는 다소 힘들기 때문에, 단념하고 그녀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기로 했다.


그런데...


바쁘다, 바쁘다, 격무라고 말하면서 막상 쉬는 날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진심으로 원했던 것일 텐데, 왜 그럴까? 없는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은 흔히 하는 말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에 가서 잠을 잘까? ...아니, 그건 모처럼의 휴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와 놀아볼까? ...아니, 나는 그런 성격도 아니고, 놀고 싶은 마음도 없다.


「으음...」


한참을 고민했지만 떠오르는건 없다.


...아니?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아니, 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에 따른 감정은 순식간에 내 안에서 커져갔고, 깨달았을 때는 목소리가 되어 외부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나온 것에 놀라 얼굴이 붉어졌지만, 다행히도 지금 이곳에는 나 말고는 다른 사람은 없다.


가끔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일단 하고 싶은 일은 정해졌으니, 감정이 이끄는 대로 선생님이 있는 샬레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선생님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한 덕분인지, 체감상 몇 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게헨나에서 샬레까지 꽤 멀리 떨어져 있을텐데...」


아마, 스스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들떠 있었기 때문일 거다. 전혀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그게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고...


...뭐. 괜찮다.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사적으로 만난 게 언제였을까? 요즘은 유난히 바빠서 업무에 관한 이야기조차 나눌 기회가 없었다.


샬레의 문 앞에 선 나는 맥박이 뛰는 고동을 억누르기 위해서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빨라진 맥박과 정반대로 천천히 문을 열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원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의 책상을 보니 특별히 일이 쌓여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미리 모모톡으로 연락을 했어야 했나...」


몸집이 작은 나에게는 다소 넓은 샬레의 사무실에서 투덜거려도 정적 속으로 사라져 갔다.


「뭐어, 딱히 할 일도 없기도 하고...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까.」


소파에 앉아있을까 싶어 옆의 휴게실로 향한다.


방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린다.


「뭐야, 선생님 이쪽 방에 있었구나.」


발걸음을 가볍게 내딛고 문을 열었다.


그곳에 내가 찾던 사람은 없었지만, 대신에...


선생님의 것으로 보이는 재킷에 얼굴을 묻고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밀레니엄의 세미나 소속, 하야세 유우카가 있었다.


「...하야세 유우카? 뭘 하고 있는거야?」


「히익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이건 어떤 상황일까.


「아니 저기 이건 그게, 그 게헨나의 선도부장!? 왜 여기에 어째서...!?」


아무래도 상당히 화가 난 모양이다.


「아뇨, 전혀 별다른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고, 그냥 세미나 일이 끝났으니 어차피 선생님이 방을 더렵혀뒀을거라 생각해서 치우러 갔더니 선생님이 안 계쎴고, 제 계산대로 휴게실이 더럽길래 선생님이 벗은 채로 놔둔 자켓을 접으려고 한 거에요. 그저 냄새를 맡았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니까 정말이에요, 정말로!」


「...냄새를 맡고 있었던거구나.」


「아니 전혀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이게 그 유명한 밀레니엄 세미나 회계의 초스피드 설명인 것 같다. 분명히, 황륜대제 때 선보이고 난 후, 1부때 화제가 되었던 거 같은데.


...아니 그런 건 상관없고.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계속 주문처럼 변명을 반복하고 있었다.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진정했어?」


「...네,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선생님을 만나려고 왔던 나는 왜인지 하야세 유우카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사과를 건넨다. 그 뺨은 여전히 붉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와는 별로 인연이 없었다. 존재 자체는 서로 알고 있었던 정도의 관계였을 것이다.


「신경쓰지 않아도 돼. 나는 오늘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못 봤고,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


그녀의 치태를 목격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만의 휴가에 들떠서 그런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평소에는 절대 입 밖에 안 냈을 말을 그녀에게 하고 있었다.


「당신처럼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러워.」


「...아니, 부러워할 만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요...」


그녀는 아직은 어색해 보이지만, 아까보다는 긴장이 풀린 것 처럼 모인다. 모처럼이니까... 라는 말을 전제로,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나는... 내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편이야. 뭐, 애초에 하고 싶은 일 같은 것도 다른 사람에 비해 극히 적은 편이기도 하고.」


「하, 하아...」


「하지만,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쏟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알 수 있었어.」


「아시다시피 나는 게헨나에서는 유명인사... 아니, 분명 너의 학교 내에서도 내 소문은 퍼졌겠지?」


「...네, 그렇죠.」


분위기를 파악한 것인지, 하야세 유우카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백명분의 힘이라고 하면서 나를 두려워하고 있고. 사실, 나 혼자 해결한 소요도 셀 수 없이 많아.」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댄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어.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나에게도 손을 내밀어 주고, 도와줬어...」


「그 덕에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어. 나도 누군가에게 응석부려도 괜찮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


그녀는 변함없이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사실은... 선생님에게 더 잘해주고 싶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칭찬도 받고 싶어. 그것만으로도 구원받은 기분이 들고... ..다시 열심히 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되니까.」


「...미안해. 갑자기 이런 말을 해서... 곤란하겠지...」


내가 단언하기 전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 이해해요!!!」


「...응?」


「선생님은.. 우리 학생들을 가장 먼저 생각해주셨어요. 이게 바로 어른이구나! 싶고 곤란할 때는 무조건 도와주시고, 상냥하시고, ...가끔, 멋있으시고.」


「...앗, 하지만 안 좋은 점도 많이 있으시구요!」


그녀는 깜짝 놀라며 마지막에 빠른 말투로 이렇게 덧붙였다.


「..후훗... 아하핫!」


「히, 히나 씨?」


「...후후후」


「...이렇게 웃어본 건 오랜만인 것 같아. 너, 재미있구나?」


「아니 재미있다고 한 적은 없는데요!?」


빠른 말투는 이미 그녀의 전매특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옆에서 봐도 충분히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후후훗... 괜찮으면, 유우카라고 불러도 될까? 앞으로도... 그...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 부, 부디! 잘 부탁드릴게요, 히나 씨!」


그 후에도 유우카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나는 샬레의 고문을 맡고 있고, 모두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갑작스러운 긴급 업무로 인해 호출을 받아 샬레를 비운 건 2시간 전이다. 그리고 돌아온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30분 전이다.


불려간 안건이 생각보다 간단한 것이어서 금방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30분 동안이나 내 직장의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안에서 유우카와 히나가 나에 대해 이야기하던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엿듣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본능에 따라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아무래도 내가 칭찬받는 것 같아서....


...그게 30분 정도 계속 이어지는 바람에 부끄러워서 들어갈 수가 없다는 상황인 것이다.


뭐, 오늘은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고.


조금 산책이나 할까, 라고 생각했을 때,


「그런데... 선생님, 늦으시네요.」


「…그렇네. 바쁘시면 폐를 끼칠 수 있으니..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럴까요.」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쿠, 이러면 안 되지. 학생이 이런 신경을 쓰게 하다니, 선생님 실격이다.


나는 내 부족한 연기력을 발휘해서, 최선을 다해 평온한 척하며 샬레로 들어갔다.


“...어라~ 유우카랑 히나구나. 무슨 일이람~ 특이한 조합이네~...”


「앗 선생님!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선생님, 어서 와. ...기다렸어.」


“...하하, 난 행복한 사람이네.”


두 사람은, 멋진 미소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그 후의 이야기.


나는 사랑하는 학생을 맞이하는 행복한 상황에 현혹되어, 엿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무심결에 말해버렸다.


거기서부터는 상상할수 있겠지만...


...나는 히나와 유우카에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혼나고 꾸중을 들었다.


...후후. 뭐, 이것도 선생님의 역할이겠지.


설교가 끝난 후, 3명이서 게임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히나도 유우카도 평소의 생활에서 잠시나마 숨통이 트인 것 같았다.


”힘들거나 고민이 있거나 그런 게 없어도 언제든 나를 믿고 의지해도 돼.”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고 웃으며 배웅했다.


그녀들도 수줍은 듯이 웃음을 되찾아 주었다.


너희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게 바로 선생님이니까.


원본

번역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