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 칠죄종과 네 가지 종말>


칠대죄 등으로도 알려져 있는 칠죄종

가톨릭에서 나온 개념으로, 죄의 근원이 되는 7가지 죄악을 말함

성경이 아닌 중세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본적인 사상은 이미 성경에서부터 비슷하게 언급되었기 때문에 가톨릭에서 7가지로 정립했다고 볼 수 있음


어쨌든 존나 뭔가 있어보이기 때문에 온갖 씹덕물에서 자주 가져다 쓰는 모티브 중 하나로

대충 7명이 나오는데 좀 세고 멋지고 나쁜 놈들 같다 싶을때 칠죄종을 찍으면 거의 정답임

뭐 너무 씹덕식 미소녀로만 만들면 음탕함만 7명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아무튼




선생이 부임한 첫날 탈옥해서 사고친 일곱 죄수, 칠수인도 칠죄종 모티브가 있을 것으로 보임

물론 우리 피카추가 신화/종교적 모티브를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고 은은하게 찹찹 샐러드로 잘 섞어 만들기는 하는데

애초에 완전 개별로 행동하는 애들이라 묶어서 고찰하고자 하면 역시 '7'과 '죄'에 키워드가 맞춰질 수밖에 없긴 함



그 외에도 가면 쓰고 다니는 수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한데

이건 현재까지 나온 2명에만 해당하는 거라 나머지 5명은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나온 정보가 아직도 적은 애들이니

뇌피셜을 풀가동해서 대충 때려맞춰보고자 함



일단 와카모는 좀 애매하긴 했는데 '교만'을 담당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함


첫 만남 이후 와카모의 행동 원리는 오롯이 '선생'을 위한 것만으로 뭉쳐져 있음

선생님한테 초콜릿 주고 싶은데 주변 것들이 방해되네? 제거

저게 선생님한테 싸가지 없게 구네? 말살


그 과정과 수단이 옳은지 그른지, 그게 정말로 선생을 위한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음

왜냐하면 '(선생을 위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옳고 바르다'라는 '교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임





특히 이런 와카모의 면모는 수비도스 이벤트에서 매우 잘 들어남


오로지 자신만이 선생을 위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옆에 있던 아비도스 애들은 무조건 '악'

선생에 대한 자신의 마음은 올바르기 때문에, 이에 반발하는 상대에겐 '교육'을 가함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으로 가치판단이 이루어지며

의견이 다른 상대에게 자신이 맞다는 걸 '가르친다'는, 자신이 윗사람인 걸 당연시하는 성격임



하지만 선생을 상대할 때는 그렇지 않음

선생이 조금만 야단쳐도 와카모는 그 완고한 자기주관을 버리고 죽을 죄를 졌다는 듯이 사과함


칠죄종 교만의 반대 속성은, 칠주덕 '겸손'

남들 앞에서는 천재지변, '재액'과도 같은 거대한 존재로서 타인을 전혀 존중하지 않지만

선생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며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게 와카모의 행적에서 드러나는 큰 특징임



아키라 역시 교만이 어울릴 법하지만 와카모가 교만을 가져갔네?

근데 사실 스토리를 살펴보면 '인색'도 어울린다는 걸 알 수 있음


인색은 영어로 Greed로 표기되어 보통 탐욕으로 번역이 많이 되지만

정확히는 '남과 나누지 않고 자신이 독차지하려는 욕심'에 해당함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진정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저뿐.

네, 그렇고 말고요. 이것이 아름다움에게 보내는 저의 한결같은 사랑.

저의 몸을 다하여, 아끼고 사랑하는 - 그야말로 '자애'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존재는 맥없이 어둠에 묻혀버리는 것.

언젠가, 아름다움을 이해할 자가 나타나는 것을 바라며-

우리는, 태어나면서 이름을 갖는 것이 아니에요.

불러지는 이름이란, 타인이 규정하는 것.

그것은 이름에 그치지 않고, 가치나 역할에도 통하는 것이랍니다.


아키라는 예술품이 가치를 모르는 자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음

그렇기 때문에 그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자신이 예술품을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미학'을 가지고 있음


이 부분에서 아키라가 '교만'하다고 볼 수 있긴 하지만

아키라에 행동 원리는 미술품에 대한 '자애', 즉 자신 나름대로 사랑과 선을 베풀기 위함


자애, '자선' 역시 칠주덕 중 하나이며, 반대에 위치한 칠죄종이 바로 '인색'

아키라가 순수하게 자애, '자선'을 베푼다면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들도 예술품을 사랑할 수 있게 박물관 등 모두에게 전시될 수 있게 해주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고 예술품, 정확히는 예술품을 사랑할 권리를 '독차지'하기 위해 괴도로 활동하는 아키라는 '인색'하다고 할 수 있음


단순히 '교만'한 것에 그친다면, 소유권에 연연하지 않고 예술을 모르는 알못들 뚝배기를 깨고 다니는 '폭군'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인색'하기 때문에, 예술품을 자신이 독차지하려는 '괴도'가 된 셈임



(토키)

당신은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아키라)

흠 - 그건...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 말인가요?

아니면 - 동맹 상대를 쉽게 배신하는 것?

아아... 자신의 숙원을 성취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던지는 각오를 하는 것?


(토키)

...


(아키라)

저의 대답 따위 알아채고서도, 굳이 물으시는 거라면, 말씀 드리죠. - '그 전부'라고.


여기에 더해 아키라와 와카모의 가장 큰 차이는, '그런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가'에 있음


와카모는 위에 서술한대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교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선생이 지적하지 않으면 타인의 선악 기준 등을 따지지 않고 자기 기준대로만 행동함


하지만 아키라는 괴도짓을 포함한 자신의 행동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음

다만 그 이상으로 예술품에 대한 자신의 자애(=인색함)을 우선하고 있을 뿐


위의 토키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악인'이라는 걸 거리낌없이 인정하는 장면이나

반대로 예술품 앞에서 피가 흐르는 건 자신의 미학에 반한다며 미도리를 구해준 장면 등을 통해서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여기지 않고, 통상적인 선악 기준을 인식하며 따르기도 한다는 걸 알 수 있음



와카모가 선생 앞에서 '교만'이 아닌 '겸손'을 보이는 것처럼

아키라도 다시 선생과 만나게 될 때 진정한 '자선'을 보이게 될지도 모름


아키라가 녹음하고 반복해서 듣는 선생의 목소리

"응, 물론. 모두 소중한 학생이야."라는, 선생의 '자선'을 드러내는 대사라는 점은

이에 대한 매우 느슨한 복선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