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보면서 갈등 일으키는 신 캐릭터 등장할 때마다 사실 욕이 안 나온 적이 없었음


나기사 -> 구제불능의 의심암귀년

미카 -> 싸이코패스 고릴라

사오리 -> 내 배때기에 구멍내고 아즈사 멘탈 박살낸 년

리오 -> 우리 딸 죽이려는 닭장

폭스소대 -> 최종장 때까지 도와주기는 커녕 분탕 친 거품 집단

카야 -> 진짜 개씨1발 너무 비겁하고 나쁜년


블루아카이브는 언제나 이런 ‘와 이건 진짜 세탁 못하겠다 싶은 기름때 같은 년들‘ 의 세탁에 성공해내는데 그 방식이 세련됐다고 느껴짐.


난 솔직히 ‘이 자식도 사실은 사연(대의)이 있었고 원래는 좋은 녀석이었어’식의 억지 세탁은 싫어함. 나오자마자 존나 나쁜 짓만 하다가 다 끝나고 이제 주인공이 줘패거나 죽이려고 하니까 ‘잠깐!!’ 하면서 알고 싶지도 않은 구구절절한 사연 나오는 느낌의 세탁.



그런데 블루아카이브식의 세탁은 방법이 좀 다름.


대의나 사연은 나쁜 짓하면서 제시함. 미카는 처음부터 끝까지 게헤나 싫어서임. 리오도 처음부터 박고 감. 아리스가 키보토스 멸망시킬 위험이 있으니까. 4장에서 전개되는 폭스 소대도 어느 정도 사연이 보임. 지들도 정의가 아닌 거 어렴풋이 알지만, 무국적 난민 같은 생활을 후배들한테 강요하기 싫으니까.


스토리상 당초에는 뚜렷한 이유를 가진 반동인물들을 철저하게 극한 상황까지 몰아넣어서, 단죄해야 하는 악역에서 우리가 구해줘야만 하는 학생으로 만드는, 이게 블루아카이브가 보여주는 세탁의 방식임.



그 과정에서 벌도 확실히 받아서 좋음. 당연히 우리가 벌을 주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역 전환했다고 사건 끝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하호호 웃는 그런 작위적인 상황보다는 훨씬 나음. 학생이니까 다 용서되는 그런 건 아니라는 거임. 학생끼리는 확실히 끝맺어야 하는 게 있는 거니까.


사오리는 노가다판을 전전하고 있고, 미카는 대부분의 혜택을 박탈 당하고 왕따를 당하고 있음, 리오는 최종장까지 죄책감에 시달리며 동료들 앞에 얼굴도 못 내밀었음.


그 모습에서 연민을 (무릎 껴안고 혼자 우는 리오) 느끼기도 하고, 유열감을 느끼기도 하고(도게자하는 사오리, 멘탈 터져서 오열하는 미카), 유머를 느끼기도 함(카스 지우개가 된 카야)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가 느꼈을 화나 짜증을 다른 감정으로 덮어주거나 희석시켜줌.


솔직히 이번 카야랑 폭스 소대는 진짜 정이 안 가는 캐릭터들이었음. 분탕질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지. 거의 외계인이 침공하는 수준의 사건이 터졌는데 그 와중에도 권력욕에 눈이 멀어서 뒤통수 치는 거하며, 뭔 이유인지는 몰라도 후까시나 존나 잡으면서 키보토스 최고 부대라는 것들이 카야가 저지르는 일 뒷처리나 하고다니는 게 굉장히 비호감이었음.


근데 이번 4장 내용 나오고 개인적으로 느낀 인상도 확 바뀌고, 커뮤니티 반응도 좋은 쪽으로 뜨겁고 밈도 재밌게 나오는 거 보면 확실히 세탁기 성능은 확실한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