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장 후기


이 글에는 한섭의 스토리 전체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최종장을 보지 않았고, 한섭의 내용을 기준으로 적힌 글이니 댓글에는 한섭유저를 위해서라도 최종장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삼가주길 바란다. 일섭 할배들이 이 글을 본다면 2부까지만 아는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훓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2부 2장은 생각보다 호불호가 대단히 많이 갈리는 이벤트였다. 호불호랄 것도 없이 너무 밝게 흘러갔던 2부 1장과는 달리, 츠카츠키 리오라는 캐릭터가 훅 치고 들어오면서 2부 2장은 무거운 주제를 담기 시작했다.

문제는 2부 2장의 스토리를 혹평하는 사람이 꽤나 많으며, 이 이야기를 “쓰레기”라고 부르며 사실상 외전 취급해버리는 사람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난 최종장을 즐기기 전에 버리고 싶은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2부 2장을 돌아보며 어떻게든 이 이야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스토리를 보면서 생각했던 점, 생각해볼 점, 아쉬웠던 점들을 두서없이 적으며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런데 적다보니 워드로 사진포함 A4 50장 분량이 나왔다. 너무 길어져버렸네...

 

1. 텐도 아리스에 관해

텐도 아리스는 특이한 학생이 많은 블루 아카이브 세계관 내에서도 대단히 독특한 학생에 속한다. 이 친구는 일반적인 학생이 아닌, 기계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선생은 다른 학생들마냥 다른 학교에 가서 아리스를 ‘만난’게 아니고, 폐허에서 ‘주워서’ 오게 된다. 폐허에서 발견된 아리스는 게임개발부 폐부를 막기 위해 모모이에 의해 게임개발부 일원이 되어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문제는 2부 1장의 이 상황이 대단히 밝게 묘사된다는 점이다. 수상한 점이 한두개가 아닌데도, 2부 1장의 메인 플롯은 게임개발부 폐부를 막는 것이기에, 아리스가 내재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타하의 독백 부분을 제외하면 1장에선 사실상 다뤄지지 않는다. 

 

1-1. 화두 1: 텐도 아리스를 학생으로 볼 수 있는가

나중에 리오가 언급하는 ‘트롤리 딜레마’가 아니더라도, 난 이 주제 또한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리오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리스가 인간이 아닌 ‘병기(인간이 아닌 것)’이기 때문에 리오의 선택은 아주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사실 그렇다. 공항에 폭탄이 설치되었는데, 그 폭탄을 해체한다고 “기계에도 인권이 있어요 ㅠㅠ”하는 미친 인간은 없을 것이다. (있…나?) 인간과 물건의 가치는 도덕적으로 크게 다른 것이 당연하다. 물론 그 물건이 상상을 초월하는 비싼 재화라면 가끔 흔들리는 경우도 있지만… 물론 블루 아카이브의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으니 제외하겠다.

사실 “인간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는 수많은 매체에서 다뤘던 것이기도 하다. 당장 생각나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 게임

루시 – 게임

아이, 로봇 – 영화

 

마치 자유의지를 가진 것처럼 인간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로봇이라면 인간과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즉, ‘자유 의지’가 있는 로봇이라면, 그것이 인간과 다를게 무엇이냐는 것.

잘 와닿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물음이 가능하다.

인간의 의식을 로봇의 몸에 이식했다면, 그건 인간인가? 로봇인가?

어떤 사람이 크게 다쳤다. 신체를 대체하려고 대부분의 장기와 기관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사이보그화를 진행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문제가 생겨 계속해서 대체하다보니, 모든 신체를 로봇으로 대체했다. 뇌마저 대체되어 이 사람의 의식은 뇌를 완전히 복사한 컴퓨터에 의해 발현된다고 할 때, 이건 인간인가? 로봇인가? (테세우스의 배)

이 자유의지라는게 상당히 골때리는 개념인데, 이건 공교롭게도 추후 등장할 공리주의 및 의무론 분야에서도 가끔 거론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심지어 인간도 자유의지를 가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자유의지 라는 개념 자체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이 답도 없는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다. 이 논제는 로봇공학 발전의 미진으로 현실에서는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개념으로, 아직까지는 탁상공론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대단히 의도적으로 아리스가 ‘인간’과 다를바 없다는 표현을 한다. 특히 2부 2장의 5화까지 있어서는 대놓고 아리스가 너무나 소중한 학생이라고 어필하게 된다. 선생에게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또한 무난하게 형성되었다는 것이며, 한 때 적이었던 네루와의 게임 이야기까지…. 심지어 모모이를 다치게 한 후 ‘슬퍼하며 자책하는 장면’은 로봇이나 병기가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고? 의심마저 들게 만든다. 리오를 좋아하는 블붕이들은 이것을 작가의 “의도적 함정” 수준으로 생각한다고 하는 댓글도 보았다.

하지만 블루아카이브는 이 화두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선생은 ‘선택’했을 뿐이다. 선생이 아리스를 ‘학생’으로 보는 이유는, 그냥 선생이 아리스를 학생으로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는 2부 1장 및 2부 2장 5화까지의 내용을 통해, 아리스가 다른 학생들과 다를바 없는 일반 학생으로 여겨질 수 있음을 블붕이들에게 어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리오는 아리스를 ‘병기’로 보지만, 선생은 아리스를 ‘학생’으로 본다. 이 양반들 고집으로 봤을 때, 아마 본인의 가치관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선생과 리오는 이 논제를 저 너머로 넘겨버린 채, 평행선을 달리며 대립하게 된다.

그리고 리오에게 이 점은 스토리에 있어서 어마어마한 페널티로 적용되는데 이는 추후 “리오의 억까”를 다루면서 이야기하겠다.


2. 츠카츠키 리오에 대해서

리오는 베일에 쌓인 캐릭터다. 뭔소린가 싶겠지만, 갤챈에서 리오의 빵ㅋㅋ 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아 친근한 블붕이들과는 달리, 선생과 리오는 이번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대면한다.

리오는 서술되어 있는 정황상, 다른 학생회장들과는 달리 학교의 실무에 별로 개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선생이 유우카에게 리오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을 때, 유우카가 학생회장의 소재를 “조사해보겠다고” 한 것으로 보아, 리오는 평소에도 학교 행정 실무 보다는 이러한 “미래의 예측 및 대비”같은, <천년 난제>의 해결과 같은 것에 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리오는 아리스를 선생과는 달리 가까이서 관찰하지 못했고 이는 아리스를 단순한 ‘병기’로서의 취급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리오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단히 상식적인 사고방식으로, 로봇을 처음부터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리오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모종의 ‘조사’를 통해 아리스가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무명사제’에 대해서는 게임 내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되진 않으나, 너무나도 강력하고 신비로운 힘처럼 묘사된다. 아리스가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라고 결론지은 리오는, 자연스레 아리스를 폐기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2-1. 리오의 독선적인 선택에 관해서



사실 2부 2장 처음부터, 리오는 의심스러울 정도의 독선적 선택을 강행한다. 아리스에 대한 조사는 리오 혼자 한 것이 아니다. 히마리랑 같이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리오와 히마리는 밀레니엄 내에서도 손꼽히는 인재라고 묘사된다. 따라서 이 둘의 조사결과는 크게 의심스럽지 못한 것으로 사료된다. 그럼에도 리오와 히마리의 의견은 대립한다.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 VS 그냥 귀여운 후배

난 개인적으로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조사결과를 두고 다른 해석이라니? 그런데 내가 기대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두 명은 갑자기 총구를 들이밀더니 싸우기 시작한다. 리오는 토키를 이용해서 히마리를 리타이어 시켰다.

난 이 부분이 대단히 의문스럽다. 왜 리오와 히마리는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았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더라도, 이건 그 대단한 “키보토스의 멸망”에 관련한 이야기 아닌가?

연구자들은 본인들의 연구결과를 그저 발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논문 하나를 쓸 때마다 철저한 동료평가(Peer review)를 통해 연구결과를 검증받는다. 동료평가는 잘못된 연구 결과로 인해 잘못된 사실에 연구력이 추가로 투입되거나, 사회에 올바르지 못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리오는 히마리 뚝배기를 깨고 자신의 의견을 그대로 관철시킨다. 난 이 부분에 있어서 두가지 판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리오는 그저 독재자형 캐릭터이며, 독선적인 태도로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2) 리오가 히마리의 말을 듣지 않을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난 처음에 1번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생각을 바꿨다. 리오의 이런 행동을 1번으로 치부하게 되면, 내가 말했듯 그냥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인간은 제거해버리는 시발련이 되어버린다. 그냥 독재자지.

그런데 리오의 행동은 작위적일 정도로 확신에 차 있다. 리오는 마치 시간에 쫒기는 것처럼 히마리와 논의를 할 새도 없이 충돌했고, 이는 선생과 리오의 갑작스러운 대면으로 이어지게 된다.


2-2. 리오와 선생의 대면과 대립

선생과 리오가 아리스를 방치하는 동안(난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는데, 이 역시 추후 서술하겠다.) 아리스는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고, 모모이가 다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이 모모이가 다쳤다는 부분은 스토리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블루아카이브는 그리 쉽게 학생이 다쳤다는 묘사를 하지 않는다. 건물이 날아가는 폭발에도 검댕이 좀 묻는 정도. 그런데 모모이는 의식을 잃을 정도로 크게 다쳤다. 아리스의 위험한 힘이 실감되는 장면이었다.

아리스는 모모이의 부상에 크나큰 충격을 받고, 게임개발부에 틀어박힌다. 선생이 아리스를 달래러 온 그 때, 선생과 리오는 대면하게 된다.

그런데 리오와 선생의 대립은 이상하리만치 어색하게 느껴진다. 서로 아리스를 두고 서서 자기 할말만 한다. 그러다 결국 리오는 선생에게 총구를 들이민 채로 아리스를 그대로 납치하게 된다.


2-2-1. 아쉬운점 1: 리오와 선생의 의문스러운 시간

선생은 아리스를 폐허에서 이끌고 온 장본인으로, 아리스가 미지의 존재임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건 리오도 마찬가지다. 이미 2부 1장에서 리오와 히마리는 아리스가 이질적인 존재임을 눈치채고 있었고, 테스트도 끝마쳤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선생과 리오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히마리도 포함)



선생은 정말 아무런 것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다. 리오는 걱정했단다. 선생은 ‘몰라서’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고, 리오는 ‘알면서도’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

2부 2장은 서술에 의하면 2부 1장에 비해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으로 묘사된다. 아리스의 인간관계가 꽤나 넓어졌고, 네루와의 대면 장면에선 약 50번 같이 게임을 했다고 한다. 매일매일 만나 게임을 했어도, 최소 50일이 지난 뒤다. 매일 만났을 가능성은 작으니, 대강 1장(레트로의 로망)로부터 2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고 가정하겠다.

문제는 이 긴 시간동안, 선생과 리오는 이상하리만치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대체 왜?

내가 선생이라면, 히마리를 찾아가건 베리타스에게 부탁하건 세미나를 찾아가건 엔지니어부에 부탁하건 아니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리스의 정체가 무엇이고 최소한 어디서 기원되었는지 알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은 아리스가 사고친 후의 반응을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묘사된다. 선생이 아리스가 이런 위험을 품고 있는 것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아리스 폭주를 미리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리오라면, 아리스의 신병구속부터 실시할 것이다. 아리스는 원래 밀레니엄의 학생이 아니다. 신원불명자를 체포하여 조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위로,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가 아닌 일반 인간이라도 그 정체가 밝혀질 때까지 조사받는 것이 당연하다. 요새도시가 아니더라도 단순 세미나 건물조차 2부 1장에서 볼 수 있듯이 철저한 보안 속에 관리되는 것으로 보아, 아리스를 외부 위험요소(그 문어대가리)으로부터 ‘보호’하여 아리스 폭주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은 이러한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둘은 아리스 폭주를 예방하는데 실패해버렸고, 2부 2장은 이 실패를 어떤 방식으로 수습할지에 대한 대립으로 흐르게 된다.

아마 많은 블붕이들이 불편한 이유는 이것일 것이다. 1부과 3부, 4부는 외부의 압력에 의한 사건이라면, 2부는 선생과 리오의 실책으로 인해 사건이 터져버렸음이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나는 이 글 초반에 스토리를 이해해보기로 했었다. 그런 관점에서 맞춰보자면, 리오는 아리스에 대한 분석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으며, 선생은 밀레니엄 소속이 아니기에 다른 학교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거나 등의 설정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런 설정이 있다고 해도 위 문제들이 완벽하게 해결되는게 아닌, 단순히 아 바빴거나 뭔가 하고 있었구나… 정도의 이해정도에 그치겠지만.


2-2-2. 아쉬운점 2: 소통의 부재

이 둘은 대립조차 작위적이다. 블붕이들은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이나?

1) 아리스는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이므로, 반대가 있어도 무시하고 제거한다.

2) 아리스는 ‘학생’이므로, 위험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존재다.

3) 아리스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한 것은 사실상 선생이고, 리오는 선생이 모르는 각종 정보들을 알고 있다. 선생과 리오가 만나 대화한다면 최선의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보통 3번 아닌가? 그 꽉 막힌 트리니티조차 사건이 터지면 포스트모템이니 불편한 다과회니 하며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진다. 해결책은 대화를 통해 도출되며, 범죄자의 처분 또한 청문회와 같은 공식 절차를 거치며 적법하게 처리된다.

그런데 리오와 선생은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다. 아까 내가 동료평가 언급했듯이, 연구자들은 꽉 막힌 너드들이 아니다.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고 학회에 나가 의견교환을 적극적으로 주고받는다. 그런데 리오나 히마리나 선생이나 각자 의견만 피력하고, 서로 만나서 대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체 왜? 심지어 리오나 히마리는 대화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 “누가 더 나은 의견인가”보다는 “누가 상대방을 먼저 제압하는가”로 의견을 통일한 꼴이 되었다. ㅋㅋㅋㅋㅋㅋ 사실상 누구 의견에 따를지 가위바위보로 정한 것과 다를게 없다…

리오와 선생의 선택지도 대단히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다. 그냥 둘의 의견 적당히 합의봐서 어디 한 곳에 가둔 뒤 조사 계속하면 안 되는건가…?

아마 이 둘이 이런 선택지를 택한 건, 이 둘의 소신이 대단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리오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밀레니엄을 지킨다.”이고, 선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학생을 지킨다.”. 좋게 말하면 신념과 소신, 나쁘게 말하면 고집과 독선적인 성격을 가진 둘은 대화를 시도해보지도 못했다.

너무 아쉬운 점은, 이 아쉬운 점 1(아리스 방치)과 아쉬운 점 2(소통의 부재)가 없었다면, 트롤리 딜레마 문제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거다.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을 놓쳐버렸다.


2-2-3 화두 2: 트롤리 딜레마

3번이라는 선택지가 지워진 뒤 1번과 2번을 사이에 둔 선생과 리오 사이에 대립이 있었고, 리오의 입을 통해 트롤리 딜레마가 언급된다.



난 이걸 보면서, 작가가 트롤리 딜레마를 정말 언급하고 싶어했을 거라고 느꼈다. 저 위의 아쉬운 점들은 이 트롤리 딜레마를 리오의 입에서 꺼내기 위한 거대한 빌드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내가 2-2-1, 2-2-2를 통해 지적했던 캐릭터성과 개연성을 포기하더라도, 선생과 리오를 대립시키고 싶어했다.



리오의 말은 트롤리 딜레마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틀린 설명이다. 트롤리 딜레마는 다음과 같은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다.



아주 유명한 사진이다. 누구든지 이 사진을 한 번쯤 보고 지나쳤을 것이다. 흔히 “5명이 죽는 것보단 1명이 죽는게 낫지 않은가?”라는 뉘앙스와 함께 이 사진을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단순히 5명과 1명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진은 청자에게 다음과 같은 두가지 선택지를 강요한다.


1)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5명이 죽는 결과를 지켜본다.

2) 레버를 조작하여 1명을 죽인다. 


두 보기는 대단히 폭력적이다. 방임하여 5명이 죽는 것을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1명을 죽이는 선택을 함으로서 5명을 살릴 것인가.

리오가 흔히 공리주의자라고들 표현하는데, 바로 이 트롤리 딜레마가 공리주의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사고실험으로 등장한다.

아래의 내용은 비전공자가 스토리 분석을 위해 철학을 수박 겉핧듯 늘어놓은 것이니, 가볍게 읽어주길 바란다.

공리주의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며, 이러한 결과를 추구하는 행동이 선과 정의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공리주의는 결과주의의 한 종류이며, 이들은 결과를 위해서라면 과정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과정이건 간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 과정은 선하고 정의로운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공리주의자들은 과정에 개의치 않는 동시에 “아무 행위도 하지 않는 것”과 “어떤 행위를 하는 것”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트롤리 딜레마에서 “레버를 당기나(행위를 하는 것), 당기지 않으나(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 것)” 공리주의자들에겐 똑같으므로, 다수를 죽이고 한명을 살리는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공리주의는 리오의 선택과 정확하게 부합한다. 키보토스의 멸망을 막기 위해(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아리스를 파괴하는 것(과정)을 선택한다. 키보토스의 멸망을 정말 막을 수 있다면, 아리스를 파괴하는 행동은 선이며 정의다. 

그렇다면 선생 측을 보자. 공리주의가 있다면 이에 반하는 사고방식 또한 존재할 것이다.

의무론이란, 결과주의와 다르게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이다. 왜 하필 의무론인가 싶겠지만, 의무론자들은 대부분 “선과 정의는 특정한 윤리적 의무를 지켰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라는 명제에 동의한다. 즉, 결과가 옳다고 해도 과정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선과 정의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무론자들은 공리주의자들과는 달리 과정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아무 행위도 하지 않는 것”과 “어떤 행위를 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트롤리 딜레마에서 두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공리주의자에 비해 의무론자라는 말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과 법 등 사회적 규범이 바로 의무론을 바탕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규범이 의무론 바탕인 것은 아니며, 서로 다른 의무가 충돌할 경우 공리주의적 해석을 바탕으로 법이 제정되기도 하는데,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의무론과 공리주의는 단순한 대립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



선생은 정확히 의무론자에 부합한다. 결과가 어찌되었건, 아리스를 포기하는 행위는 선생으로서는 해선 안되는 행위(윤리적으로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너무 자연스럽게 아리스를 데려가려는 리오에게 반대 의사를 내비친다. 선생의 저 답답하다고 느껴질 법한 대사는, 이 의무론에 기반하여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나마 이해가 될 것이다.

트롤리 딜레마를 통해 리오는 본인의 공리주의적 행위를 선생에게 이해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선생에게 통하지 않았다. 어떤 신념에 관련해서는, 리오 못지않게 선생도 소신이 대단하기 때문이다.(둘 다 소신인지, 고집인지…) 결론적으로 선생의 존재 때문에, 리오는 2장 2부에서 페널티(개억까)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리오는 트롤리 딜레마의 가장 큰 헛점을 간과했다.




현실은, 트롤리 딜레마와 같은 사고실험 따위와는 달리 선택지가 2개로 한정된 것도 아니며, 단 한가지 원인과 단 한가지 결과만 존재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


선생은 리오가 놓친 그 점을 이용해 최종적인 목표를 이루게 된다.



3. 모모이와 게임개발부

잠깐 잊을 뻔했지만, 2부의 주인공은 아리스와 리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개발부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개인적으로 이번 2부 2장이 조금 허전하게 느껴진 건, 2부 2장 후반부부터 게임개발부보다 C&C, 토키, 엔지니어부, 세미나 등 다른 학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까 모모이가 다쳤던 장면을 다시 기억해보자. 모모이의 의식불명은, 아리스의 위험함을 알리는 경종임과 동시에 리오의 방식을 옹호할 수 있는 근거다. (내가 리오라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다른 학생들에게 아리스가 위험한 병기라는 사실을 알린 뒤, 여론에 힘입어 제거하는 방향도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나는 사실 이 모모이가 스토리에서 해줄 역할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평행선을 달리는 리오와 선생 사이의 대립을, 다쳤던 모모이가 일어나면서 어느정도 해소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스토리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모모이가 너무 빠르게 훌훌털고 일어나버렸다;;




모모이가 깜짝 부활;;하면서, 아리스가 위험한 병기라는 메시지의 효과는 반감되고, 리오의 방식을 옹호하는 역할도 크게 약해졌다. 아리스 주포에 정통으로 맞았다 한들, 게임하는 너드조차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라면 사실 미식연구회 테러와 경중이 크게 갈리나 싶을 정도…

물론 아리스는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이므로 미식연구회 테러와는 결을 달리하지만, 문제는 이 점이 유저들한테 크게 와닿게 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은 연출의 아쉬움이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모모이의 부상은 분명 리오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됐어야 했을 터인데, 모모이가 아리스를 구하러 가는 시작점부터 강력하게 아리스 구출을 어필해버리는 바람에 사실상 리오의 선택에 있어서 모모이의 부상은 더 이상 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렇다. 리오는 여기서부터 “대의를 위해 악역을 자처한 자”가 아닌 “어거지로 친구를 납치한 악역”으로 격하되어버렸다. 취급 너무하네 ㅋㅋㅋㅋ 이게 리오가 겪은 첫번째 억까다.

 



난 이 모모이의 활용이 너무 아쉽다. 모모이가 없음으로서 아리스 구출 시 미도리에게 발생하는 멘탈붕괴와, 모모이가 없으므로 조금 더 용기내어 의견을 피력하려 노력하는 유즈는 여러 방면으로 매력적이었을 것 같다. 물론 모모이의 두근거리는 대사에는 만족했지만.(미도리의 멘탈붕괴는 진짜 귀여웠을 것 같은데 아쉽다.)


4. 치트 플레이어는 토키가 아니라 선생이다

선생은 너무 유능하다. 그게 문제다. 이 양반은 미친 환경에서 자기 정의를 다 지키면서도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 유명한 캡틴 아메리카조차 정의를 위해 시빌 워를 일으키는 미친 짓을 일으켰음을 감안한다면, 선생은 치트 플레이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미친 인간은 자기 정의 지킬거 다 지키면서 결과를 미친듯한 고점으로 내놓는다.

바로 이 점이 문제다. 스토리 진행 상, 리오는 선생보다 더 나은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았다;;(추후 서술하겠지만, 실제로도 그래버렸다.) 심지어 리오가 결과를 더 중시하는 공리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2부 2장에서 선생과 대립하는 리오의 의견이 나름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 하나는 실현되었어야 했다.

1) 과정은 선생이 옳았지만, 리오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2) 선생이 결국 옳은 결과를 내었지만, 과정에서 선생이 일정부분 물러나 리오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2부 2장은 잔인하게도 리오에게 위 두가지 중 어떤 것도 주지 않았다.


4-1. 과정도 좋고 결과도 좋았던 선생



아… 리오는 두번째 억까를 당해버렸다. 본인이 분명 가장 나은 결과를 위해 움직인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오의 선택은 오히려 키보토스의 멸망(행복의 소멸)을 불러오는 트리거가 되었다.

공리주의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며, 이러한 결과를 추구하는 행동이 선과 정의라고 주장한다고 위에서 적었었다. 그런데 리오의 선택은 키보토스의 멸망을 불러와 버린다는 결과를 낳으며 과정의 정당화에 실패했다. 리오의 행동은 선도 정의도 아니게 되었다.

이건 리오 입장에는 억울할 만한 서술이다. 아니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ㅋㅋㅋㅋㅋ 말 그대로 “의도만 좋았고” 과정도 결과도 리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 대립에서 리오가 승리해버리면 아리스는 파괴되는 것이 자명할텐데,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거 다 알고 있었잖아… 리오는 의도는 좋았지만, 이길 수 없는 “진짜 현실의 문제”에 치여버리는 바람에 키보토스를 멸망에 빠뜨릴 뻔 한 악역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선생은 여기서 미친 폼을 보인다. 아까 리오가 “키보토스의 멸망보다 아리스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라고 했었던가? 리오는 공리주의적으로 최선의 방책이 아리스를 포기하고 키보토스의 멸망을 막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 이 미친 인간이 일을 쳤다.



키보토스의 멸망도 막고 아리스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

공리주의적으로 봤을 때, 리오가 ‘원했던’ 결과(아리스 포기, 키보토스 멸망 막기)보다 선생이 만들어낸 결과(아리스 구출, 키보토스 멸망 막기)가 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가깝다 ㅋㅋㅋㅋㅋㅋㅋ 공리주의자인 리오가 아닌, 리오와 대립하던 선생이 더 공리주의적으로 옳은 결과를 만들어내 버렸다. 이 뭔… 리오는 궤변이라고 했지만, 선생은 그것을 증명했다. 사실 위에 서술했듯이, 트롤리 딜레마는 선택지가 단 두개뿐이라는 을 가정한다.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트롤리 딜레마는 다룰 필요조차 없게 된다.

공리주의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공리주의의 최대 행복은 “1명을 죽여 100명을 살리는 것”이 아닌, “101명을 모두 살리는 것”이다. 이건 억지가 아니라 진짜로 이렇다. 공리주의는 전체주의보다 개인주의에 가깝기에, 집단과 개인을 분리하지 않는다. 그저 개인이 모인 것이 집단이고, 모든 개인의 최대 행복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집단의 최대 행복이 된다.

사실 이런 스토리는 옛날부터 흔한 스토리다. 옛날 옛적 은하영웅전설에는 공리주의를 비판하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네놈들 권력자는 언제나 그렇지! 다수를 구하려고 어쩔 수 없이 소수를 희생한다고, 그렇게 자신들을 정당화하지! 하지만 네놈들 자신이, 네놈들 부모형제가 소수에 들어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더냐!" – 다나카 요시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자는 만약 희생자가 본인이라면, 레버를 당길 수 있을까?

앗… 아아… 그렇다. 흔하디 흔한 ‘주인공이 기적을 일으키는 시나리오’에 리오는 그만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카이저 이사의 경우 절대 악역을 맡고 있었지만 학생이 아니었다. 따라서 별 논란이 일지 않았지만… 리오는 다르다. 리오도 기본적으로 학생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악역의 포지션을 맡아버리고 말았다. 학생이 악역을 맡았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스토리 상에서 악역을 맡았던 학생으로는 조마에 사오리, 미소노 미카 등이 있었다. 실제로 이 둘은, 아직도 호불호가 갈리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사오리를 뽑지 않았다. 절대 청휘석이 부족한게 아니다… 아마도…)

리오는 자신이 저지를 실수에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지만, 선생은 그것마저 해결해버리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리오는, 스토리에서 선생의 정의를 부각하기 위한 장치로 써먹히고 말았다.


4-2. 너무 완전무결한 선생

아까 제시한 두가지 경우 중, “선생이 결국 옳은 결과를 내었지만, 과정에서 선생이 일정부분 물러나고 리오를 이해하게 된다.”가 왜 불가했는지 서술하겠다.

2부 2장은 타이밍이 좋지 않다. 1부 2장, 3부 4장, 4부 1장이 나온 뒤, 마지막으로 나온 스토리다. 그런데 선생은 이미 1부과 3부에서 너무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버렸다.

자기 지키고 싶은거 다 지켜가면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온 선생은, 이번에도 역시 자기 지키고 싶은거 다 지켜가면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버렸다. 에라이 너가 다해먹어라

(한섭 1장 마지막에 호시노 타다이마 생겼더라 몰랐던 사람들은 듣고와라 ㅋㅋ)

선생은 자신의 신념(학생을 돕는 것이 어른의 역할)을 절대적으로 중시한다. 특히 학생에 관해서라면, 이 인간은 눈깔이 돈다.



리오의 의도였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 보다는 1명을 확정적으로 희생시키는 것도 방법 아니야…?”가 안 먹혀버렸다. 현실에서는 충분히 고려해볼만 한 일이겠지만, 선생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의 스토리에서 보여버렸다.

이게 리오가 당한 세번째 억까다. 선생이 너무 무결하고 완벽해서, 리오의 어찌보면 현실적인 선택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 리오가 당한 억까

난 리오가 억까를 3번 당했다고 이야기했다.

첫번째 억까: 자기의 행위를 정당화시켰던 근거인 모모이 부상이 ‘깜짝 부활’로 사라져버림

두번째 억까: 선생은 의무론자답게 과정을 정의롭게 가져가면서 공리주의적으로 리오보다도 나은 결과를 만들어버리면서 명분을 잃음

세번째 억까: 리오의 ‘좋았던 의도’, ‘현실적 선택’이, 스토리에서 지켜져야 할 선생의 완전무결함 때문에 세계에서 실현되지 못했음

이 3가지 문제 때문에, 블붕이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1) 스토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 아니 리오 쟨 독선적이지, 급진적이지, 결과가 좋았던 것도 아니지 대체 뭐하는 거임??

2) 스토리의 외부 요소를 고려할 경우: 이거 리오 너무 억까한거 아니냐…? 스토리가 너무 리오 안티 급으로 흘러가는데…


2번의 경우 심하다면 2부을 아예 외전 격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봤다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최종장에서 2부 관련한 이야기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니, 리오가 어떤 사정이 있어서 저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인다.

 

6. 결말부에 대해서

2부 2장을 보고 나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물으라면…. 재미있는 오락영화를 보고 난 뒤의 허무감. 딱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물론 재미없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일정 부분의 개연성을 포기한다면, 어쩌면 게이머들에겐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는 스토리였다.


전체적인 플롯을 보자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스토리임은 분명하다. 아직 내가 게임을 붙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6-1. 선생이 박살낸 트롤리 딜레마

2부 2장은 이야기의 주제를 “트롤리 딜레마”라고 정해뒀음에도 불구하고, 트롤리 딜레마를 깨버리고 선생에게 정당성을 부여했다.

트롤리 딜레마의 관점에서,

리오: 과정 불합리, 결과 합리

선생: 과정 합리, 결과 불합리

이런 관계여야 트롤리 ‘딜레마’인데, 결말부를 보니 잉?

리오: 과정 불합리, 결과 불합리

선생: 과정 합리, 결과 합리

이렇게 되어 버렸다. 트롤리 딜레마를 뭐 어떻게 꺼낼 수가 없다. 물론 리오의 의도가 아주 잘못된 건 아니었지만 선생의 의도도 아주 잘못된 건 아니다. 애초에 “의도는 좋았다” 식 악당이 한두명도 아니라, 의도 하나 가지고는 리오의 행적을 모두 감싸주기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런 전개는 위에 서술했듯이 아주 흔하다. 주인공이 기적을 일으켜 대립구도 자체를 박살내고 “진정한 정의”를 구현하는 스토리는 클리셰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리오가 아니라 선생이었다는 것이지만…

리오가 결말부에 아무 말없이 도망쳐버린 건,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리오는 아마 그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의로운 결과를 위해 부조리한 과정을 미움받는 걸 무릅쓰며 애써 실행했지만, 그 결과는 정의롭지 않았다. 공리주의자이자 결과주의자인 리오는, 아마 자신이 저지른 일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과가 정의롭기에 과정이 정의로울 것이라고 믿었는데, 결과가 부정되며 과정도 부정되었다. 그래서 잠시 생각하고 반성할 시간을 가질 겸 도망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무책임하게 도망간 것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3부의 미카나 사오리처럼 아군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그런데 너무 아무런 책임도 안 지고 도망간 거 아니냐??? 솔직히 이 점은 좀 열받네.

리오의 독백이나 에필로그 등으로 리오를 조금 변호해줬다면 좋았겠지 싶다.


6-2. 갈등의 해결 과정조차 트롤리 딜레마와는 무관하다

1부를 생각해보자. 최종적인 갈등이었던 호시노 납치 구출작전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선생이 검은양복을 대면하여 “어른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대책위원회와 함께 동료를 구하러 간다. 이 점은 과한 책임을 홀로 짊어지던 호시노에 대한 구원이다.


3부를 생각해보자. 3부는 아주 친절하게, 이 이야기의 주제가 <낙원의 존재 증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들어간다.


 


그리고 선생은, 3부 3장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도움을 청하고 이해하려 함으로서 스쿼드에게 승리했고, 4장에서는 자신을 공격했던 미카와 사오리마저 감싸안으며 모든 학생을 구원의 길로 이끌었다.



4부를 생각해보자. 아직 1장까지 나온 4부의 주제는, 신념과 소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생각하던 SRT의 정의를 지키기 위한 래빗소대는, 책임을 대신 지겠다는 선생을 믿고 신념과 소신을 지키기 위해 발키리 경찰학교에 쳐들어가 당당히 칸나의 비리를 밝힌다. 폭우로 꺾일뻔 했던 신념과 소신을 그대로 관철하며, 앞으로의 생활에 다짐을 더한다.


 


문제는 2부다. 2부 2장의 화두는 “트롤리 딜레마”인데… 갈등 해결 과정에서 “트롤리 딜레마”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2부 1장은 트롤리 딜레마 그 비슷한 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엔지니어부 C&C 트레이닝부 초현상특무부 베리타스 심지어 세미나까지, 모두 연합해서 리오 하나를 털어버린다. 이건 놀랍게도 트롤리 딜레마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아까 내가 맨 처음 적은, 화두 1을 기억하는가?

“텐도 아리스를 학생으로 볼 수 있는가?” 오히려 이 쪽이 그나마 갈등 해결 과정에 가까워보인다. 왜냐하면 게임개발부가 다이브하고 난 뒤 이 장면이라도 있었거든.



갈등의 해결 과정이 단순히 선생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한 구출작전이다보니, 선생과 리오의 대립 자체가 희미해진다. 구출작전 내에선 오히려 네루와 토키가 주인공인 수준이다.

따라서 몇몇 블붕이들은 다음과 같은 감상을 남긴 것이다.

“선생은 리오 집단린치 한 뒤 티배깅한 게 한 일의 전부 아님?”

사실 이 부분에서도 선생이 할 말은 있다.



난 그 “티배깅” 장면이 사실은 선생이 리오에게 손을 내밀고, 스토리로서도 트롤리 딜레마를 뛰어넘은 기적 같은 결과와 화해… 를 연출하려고 했다고 생각하지만, 구출작전 내내 선생과 리오의 대립이 희미해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티배깅이라는 모습으로 연출되고 만 것이다.


6-3. 차라리 주제가 다른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난 차라리 이야기가 화두 1, “텐도 아리스를 학생으로 볼 수 있는가?”에 집중했더라면 어떨까 싶다.

많은 블붕이들과 대화를 해보니, 리오를 옹호하는 블붕이들은 대부분 논지가 같다.

“아니 아리스는 기본적으로 병기인데 리오의 판단이 옳았던 거 아닐까?”

맞다. 이 부분이 이번 스토리에서는 해결되지 않았다. 왜 선생이 아리스를 학생으로 판단했고, 왜 리오는 아리스를 병기로 판단했으며, 왜 히마리는 아리스를 후배라고 판단했는지. 그 근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ㅋㅋㅋㅋㅋ 이정도로 근거없는 의견의 난립은 신선하다. 각자의 의견 표현과 대립이 있었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이게 핵심주제라고 하더라도 트롤리 딜레마 요소까지 자연스레 첨가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이외에 다른 화두를 들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6-3-1. 화두 3: 예측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이 또한 생각해 볼 화두라고 생각한다. 리오의 의견이 여기에 명백히 부합한다.

“아리스는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다.” -> “따라서 미리 제거한다(살해한다).”

아리스가 세계를 멸망시킬지 아닌지, 그것을 앞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선생은 리오의 처분에 반대할 것이다. 이런 대립 구도로도 2부 2장의 스토리는 무난하게 진행된다. 물론 이런 주제도 흔히 쓰이는 소재이긴 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 영화

“시빌 워2” – 만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캐치프레이즈는 다음과 같다.


The system is perfect until it comes after you. 시스템은 완벽했다. 그것이 당신에게 적용되기 전까지는.


시스템이라니, 무언가 연상되지 않는가? 리오의 “빅 시스터” 별명에 어울리는 소설이 떠오르기도 한다.


“1984” – 소설


집단을 위해 개인의 권리 따윈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당하는 사회를 그린 1984의 BIG BROTHER는, 재미있게도 리오의 별명으로도 쓰이고 있다. 물론 전체주의와 공리주의는 엄연히 다른 개념으로, 비유에 있어서는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BIG BROTHER(SISTER) IS WATCHING YOU”


이 논제의 장점은, 결말부에 가서도 리오의 의견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트롤리 딜레마는 공리주의적 물음이기에 결말부 가서 공리주의적으로 박살나버린 리오의 의견을 수습할 수가 없었지만, 화두 3에 따라 “미래의 일을 미리 예방하려고 하려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의해 일을 그르쳤다.” 정도라면, 이해의 여지가 있었을지도. 선생이 결과적으로 옳았더라도, 그 결과 때문에 더 나은 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리오의 가치관이 완전히 부정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현실세계에선 “예방 전쟁”이라는 개념도 실재하니까.


7. 어른의 방식이란 어려운 걸까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가 밝다고 생각되는 점 중 하나는, 학생들은 결국 선생이 구원할 것이라는 미래가 정해져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메인스토리에 등장한 빌런이 학생인 경우는, 모두 의도는 좋았다.

나기사: 트리니티의 배신자를 찾아 트리니티를 지키고 에덴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증오의 고리를 끊고 화해의 길로 가기 위해

사오리: 내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칸나: 발키리 경찰학교의 역량을 높여 더 정의로운 키보토스를 만들기 위해

리오: 키보토스의 멸망을 막기 위해

문제는 졸업논문에서 낙제받은 대학생들마냥, 그 결론이 심각하게 엇나갔다는 것이다.

나기사: 배신자 후보가 4명이니까 시험을 빌미로 4명 다 추방하면 되는게 아닐까? (그냥 신병 확보하고 정상적으로 수사하면 안 됐던 걸까?)

미카: 세이아가…죽었다고? 어… 난 원래 게헨나가 미웠던 거니까 나기사도 처리하고 티파티 호스트 자리를 내가 갖겠어! 그리고 전쟁할 거야! (멘탈의 상태가…)

사오리: 트리니티랑 게헨나를 지도에서 삭제. 겸사겸사 선생도 도넛으로. (얜 그 정도가 심각해서 아직도 키보토스 내에서는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칸나: 경찰 무기를 개선해야지. 불법으로 리베이트받은 돈으로. (아무리 정의를 위해서라지만 경찰이 불법으로 뇌물수수하는 건 좀…)

리오: 아리스를 제거해야 하는데. 히마리가 내 의견에 반대했어? 무력으로 제압해. 선생이 내 의견에 반대했어? 무력으로 제압해. (우리 한 10분만이라도 대화로 해결하지 않을래?)

이들의 책임을 이제 와서 고로시하자는 건 아니고, 다행히 “행위가 잘못되었을 뿐, 근본부터 틀려먹은 학생이 아니다”라는 묘사를 스토리 내내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스토리에서는 칸나와 리오도 선생과 함께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선생의 완전무결함은 그것을 포함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이 학생들은 생각은 대견하지만 그 행동은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유가 없는 모습도 두드러진다. 이 학생들은 매우 극단적이며, 본인의 위치와 능력을 활용할 줄 모른다. 난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똑똑한 편이 아니지만, 나기사와 리오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을 것이다. 단순 망상이니, 이런 방법도 있었겠구나 하고 가볍게 읽으면 되겠다.

내가 나기사라면, 배신자 후보 4명을 정의실현부, 그걸 믿지 못한다면 티파티 감찰실 등으로 소환하여 수사를 지시했을 것이다. 국가를 전복하려고 하는 행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죄이며, 구속수사도 불사하는 경우도 많다. 구속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들을 소환해서 조사하고 일정 위치에 격리했더라면, 보다 정당한 방법으로 배신자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첩보원 하나씩 붙여서 뒤를 밟게 하던가. 이는 부정의한 행위에 속하겠지만, 4명 중 배신자 못 찾겠다고 전부 내다 버리는 것 보다야…

이건 리오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학생회장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스즈미와 같은 자경단이나 써먹을 듯한 방침으로 움직인다. 납치한 뒤 살해라니? 그냥 아리스 소환해서 조사한 뒤 원래 밀레니엄 학생이 아니었음을 꼬투리잡아 한 곳에 가둬놓고 당분간 생활시키던지, 게임개발부 등에 유폐시켰다면 선생이나 게임개발부도 딱히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신원불명자를 당분간 조사하겠다면서 옆에 ‘당분간’ 두겠다고 말하는 건 아주 정론이니까. ‘당분간’이라고 말한 뒤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꼼수를 쓰면 시간을 계속 벌 수도 있을거고. 솔직히 그렇게 잡아놓고 아무도 모르게 살해한 뒤 “작동이 멈췄다”고 잡아떼면 눈 뜬 채로 코 베는 것도 가능하겠다. 이 방법을 이용한다면 미움받을지언정 아리스를 파괴하는 결과에는 아주 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 이런 격리는 그 문어대가리 로봇으로부터 아리스를 ‘보호’하여 아리스의 폭주를 막는 장치로도 기능했을 것이다.

이어, 내가 리오라면 여론전을 했을 것이다. ‘빅 시스터’라는 별명으로 보아 밀레니엄의 시스템을 어느정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아리스가 학생을 공격한 “미지의 살인 병기” 따위의 소문을 퍼뜨리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소문을 퍼뜨릴 필요도 없이 나라면 기자회견을 열어, 아리스가 미지에서 발견된 병기이며, 학생 하나를 공격해 혼수상태에 빠뜨렸음을 설파한다면 여론정도는 순식간에 장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모모이의 혼수상태 사진까지 자료화면으로 퍼뜨리거나, 자극적이거나 잔인한 사진까지 슬쩍 섞으면 효과만점. 섞은 것이 걸려도 시안이 급박하여 급히 정리하다 자료가 잘못 섞였다라고 변명하면 그만이다. 밀레니엄 학생들이 리오에 대한 반감을 품고 있다고 한들 상대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보내버리는 것 정도는 가능하며, 조금 더 나아가 키보토스의 멸망이라면 다른 학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다. 애초에 그 크로노스 스쿨에 맡기면 개같이 달려들었겠지. ‘감히’ 병기가 인간을 공격했다는 사실만으로 여론은 아리스는 자연스레 ‘병기’로서 파괴할 대상이 되어버릴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고, 리오는 손도 안대고 코를 풀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리오가 파괴 이야기 꺼내지 않아도 여론이 먼저 죽이라고 했을걸? 에덴조약 때 트리니티만 봐도 ㅋㅋㅋㅋ 잘만 흐르면 아주 고맙게도 외부 학교나 총학생회 등에서 밀레니엄에 아리스를 파괴해야 한다는 여론을 이끌어 줄지도. 

따라서 나기사나 리오, 칸나와 같은 학생들은 “왠지 어른스럽다”라고 생각하는 블붕이들이 많겠지만, 이들은 진짜 어른이었던 빌런인 “카이저 이사”나 “베아트리체”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이저 이사와 베아트리체는 본인의 위치를 아주 교활하게 이용하여 각 학교를 진짜 위기까지 몰아붙였다. 카이저 이사의 “채권자” 지위나, 베아트리체의 “교육자” 지위가 얼마나 무섭고 대담하게 활용될 수 있었는지를 떠올려보면, 도저히 선생의 도움 없이는 학생들이 이를 이겨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정리하자면, 학생들의 방법에는 ‘행위가 그럴 듯 해보이는 명분’이 제외되어 있었으며, “지위의 활용”이 미숙하다고 느꼈다.



리오가 독선적이라며 선생이 말하는 장면도 참 인상깊다. “팩트를 재수없게 말하는 행위”를 하는 주체가 전반부에선 리오였는데, 후반부에선 선생이 맡는다. 개인적으로는 거울치료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티배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또한 리오가 좀 주변 인물들과 함께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번 리오의 패인 중 하나는 유우카와 노아가 선생을 도왔던 탓도 있다. 자기가 속해있던 단체의 참모조차도 대적하는 사람에게 붙어 있는데, 대립에서 이길 수 있을리가… 선생의 지적이 정확하다. 자기 편도 없는 주제에 적은 숨쉬듯이 만들어낸다. 



리오가 마치 집단린치를 당한 것처럼 그려졌지만, 밀레니엄의 거의 모든 동아리인 C&C, 베리타스, 엔지니어부, 초현상특무부, 트레이닝부, 게임개발부, 심지어 본인 소속인 세미나까지 모두 적으로 돌려버린 건 명백한 리오의 실책이다. 괜히 어른들이 회식이니 워크샵이니 하면서 친목질을 하는 게 아니다. 사회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생이 억지로 애들을 끌고간 게 아니다. 오히려 리오에게 분노한 건, 학생들이었다.



재미있는 건 밀레니엄의 사실상 모든 동아리가 선생 편을 들어준 게 제일 재미있다. 우리는 아리스가 ‘병기’니 ‘학생’이니 해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이야기하지만, 정작 키보토스 속의 인물들, 최소 밀레니엄 학교의 학생들은 리오를 제외하고는 단 한명도 예외없이 선생의 편을 들었다. 키보토스의 멸망을 두려워하지 않는건지, 허황된 이야기라고 믿지 않는건지, 아니면 친구라서 그런건지.

리오의 행적에선 독선의 한계점이 여실히 들어났다. 독선은 본인의 힘이 충분하고 아쉬울 게 없을 경우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의를 단호히 밀어붙일 수 있지만, 본인의 힘이 부족해지고 뭔가 아쉬워질 때 치명타가 되어 돌아오게 된다.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이유와 동일하지 않은가? 본인의 실적이 충분하다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관계없이 인사고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지만, 본인이 실수 하나 저지르는 순간 기댈 곳, 부탁할 곳, 물러설 곳이 아무것도 없다. 낭떠러지를 걷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호시노가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후배들을 믿고 책임을 나누어 지게 된 것과 다소 비교되어 보이기도 한다.

 

8. 끄적여보는 기타사항

여긴 내가 스토리를 두번째 보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는게 없었는지 확인하는 도중 인상깊은 장면을 뽑아 한마디씩 하는 란이니, 스킵해도 좋다. 다음 항목에서 글을 마칠 생각이다.



씨발… 이걸 보고 안 구하러가면 선생은 사람새끼가 아니다 ㅋㅋㅋㅋ 작가 진짜 개악질이네 ㅋㅋㅋㅋ



생각해보니 끝나고 선생에게 사과 안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다시 돌아와서 사과는 하고가!!!



그래씨발… 중갤분탕봇치 유즈도 아네. 야 대화좀 해라 좀 진짜 왜 그렇게 대화를 안 하는건지 이해가 안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면 리오나 토키나 적은 정말 잘 만드는 스타일인 것 같음. 아카네가 저렇게 빡친 건 네루 게임방에서 발견한 것 다음으로 제일 빡쳐하는 일일 듯.



깡 하나는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



유즈야, 그게 무슨 소리니?



니가 독선적인 애가 아니면 누가 독선적이냐? 그런데 총 들이밀면서 찾아온 걸 나중에 설득이라고 표현할 때부터 모를 것 같긴 했어…



리오가 억까당한 부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다가 전부 깨져버리고 말았다.



아아… 다시는 “이공계”를 무시하지 마라…



현실 고증인게, 대부분 공대생들의 디자인 감각은 이따위인게 현실이다…



결국 2부는 이 장면으로 귀결된다. 선생도 선택했고, 아리스도 선택했을 뿐.



씨발… 결국 횡령한 돈 전부 폐쇄엔딩 ㅋㅋㅋㅋㅋㅋㅋ



고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런데 토키 버려두고 런치는건 진짜 다시봐도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 토키한테 악역이란 악역 다 시켜놓고 버리고 가버리면 어뜩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 C&C가 말도안되게 착해서 망정이지 내가 네루였으면 가만 안뒀음 ㅋㅋㅋㅋ



우리 골댕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 마치며

글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실 이 글은 스토리를 보면서 내 머릿속을 정리하고자 했던 시도였다. 보고 나서 워낙 혼란스러웠어야 말이지.

2부는 다른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밝은 결말로 끝났지만, 1부, 3부와는 다르게 무언가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여지가 최종장에 가서 잘 꽃피어서 2부의 커다란 빌드업을 깨닫게 되는, 그런 미래를 기대해보고 싶다. 일섭 할배들은 어떻게 되는지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아리스가 자신은 “마왕”이 아닌 “용사”임을 증명하는 순간을 나는 고대한다.




그리고 스토리 사진 일일히 찍기 ㅈㄴ 귀찮구나. 빠르게 넘기기 기능 제발 좀…

제발 이번에는 사진 업로드 실패하지 마라…

A4 50장 분량이길래 엄청 길 줄 알았는데 또 막상 올리고 나니 괜찮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