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느2장... 개인적으로는 불만이 많은 스토리지만 한편으로는 블아답다라고 생각을 했다.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했기 때문에 

보는 사람도 슬슬 피로감을 호소할 수준인 것 같아서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하도록 하고...



좀 다른 이야기. 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왔다. 

그렇다고 리오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리오에 대한 생각에서 파생된 생각의 줄기를 글로 옮겼다.








리오에 대한 말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이게 어떻게 학생임 빵ㅋㅋ"





나는 건전선생을 지향하는 유저라 센남충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정상적인 의미에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리오는 너무 학생답지 않다.'




학교라는 배경을 내세웠을 뿐, 사실상 사회 전체를 담고 있는 키보토스에는 애초에 그렇게 디자인 된 캐릭터들이 많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캐릭터로는 총학생회장 대행인 린이나 호시노, 슌 , 나기사 같은 애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으로는 스스로 많은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학생이라는 점이 있다.

아무래도 이런 캐릭터들은 어른스럽게 표현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그런데 리오는 이들 중에서도 아주 이질적으로 비(非)학생적이다. 최소한 파반느 2장까지의 시점에서는 그렇다.


'리오는 왜 이렇게 학생같지가 않지?' 이 의문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했다.




먼저, '학생스러움'의 반대는 '어른스러움' 이 아니다. '어른스러움'의 반대는 '아이스러움' 이다.


실제로 내가 리오의 학생답지 않음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혹자는 이런 말을 했다.

"모모이가 진짜 학생같지 귀엽고."

나는 이게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 말을 듣고 내 생각은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




내가 생각할 때, 모모이는 학생답지 않다.

 나는 모모이가 오히려 학생이라기보다 그저 어린애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여기서 '아이같은 모습' 이 '학생스러움' 이 아니라면, 반대로 '어른스럽기 때문에 학생스럽지 않다' 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그 예로, 리오보다 더 어른스러우면서도 더 학생스러운 캐릭터들은 많다.

당장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캐릭터는 히나인데, 리오는 굉장히 '책임감'이 없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데 비해서 히나는 '책임감' 빼면 시체가 아닐까 싶은 캐릭터이고, 이 '책임감' 이 어른스러움과 아이스러움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마도 대부분의 유저들은 히나가 "학생답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엄청난 책임감에 눌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볼 때도 히나는 나기사보다도 더 학생스럽다.




책임감과 어른스러움이 학생스러움을 결정하는게 아니라면

어떤 요소가 학생스러움을 결정짓는가? 를 생각하기 위해 한가지를 더 생각해봤다.


'리오'가 가장 학생스럽지 않은 학생이라면 가장 '학생스러운' 학생은 누군가?


이 부분의 답은 사람마다 다를테지만, 일단 내 개인의 머릿속에 떠오른 학생은 '이즈나' 였다.




이유를 먼저 생각할 것이 아니라, 떠올리는 대로 이유를 찾아가야 한다.

나는 왜 저 물음에 이즈나를 가장 먼저 떠올렸을까?


일단 이즈나는 별로 어른스럽지는 않다. 사고를 많이 치고 책임감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아이스러운가? 그렇지도 않다. 


아이들은 변덕이 굉장히 심하고 그때그때 눈앞의 것을 쫓는다.

하지만 이즈나는 자신의 꿈인 닌자가 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한다. 

그런데 그 꿈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주기 어려운데다가, 현실성도 없는 꿈이다.

나는 이게 왜 학생스럽게 느껴진 걸까?





학생들, 좀 더 특정짓자면 사춘기 나이대 쯤의 아이들은 다른 사람 말을 잘 듣지 않으며 '남들과 다른 나'를 굉장히 추구한다. 

또한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모순되어 보이는 행동의 궁극적인 행동 원리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이다. 

남들과 똑같으면 인정받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남들을 완전히 배척해도 인정받을 수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언가 한 가지 혹은 모든 일을 특출나게 잘해서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 분야를 몇 년 동안 진득하게 하는 것도 아닌 학생들이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남들과는 다른, 남들이 잘 안 하는 '기발한 생각' 혹은 '독특한 개성'을 고집하고 밀면서,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했다' '대단하다' 하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어른들은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고 현실과 부딪혀 봤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것은 다른 누군가가 이미 생각했었을 것' , '남들이 안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 이라는 현실의 법칙을 뼈저리게 알고 있지만 어린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다시 블루 아카이브의 학생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나는 블루 아카이브를 하면서 스토리나 메모리얼 등에서 학생들이 선생에게 감동받는 부분이 '인정' 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이 생각을 하고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니라, 블루 아카이브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이건 뭐.. 해석의 다양성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학생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냥 '이성에 대한 유혹'일수도 있고 - 몇몇 학생들은 많이 의심스럽긴 하다. -

아니면 좀 심심해지는 해석이긴 하지만 자신의 일을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나는, 내가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를 볼 때는 학생들의 감사와 선생에 대한 집착을 '인정' 또는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 에 대한 감사와 집착으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내가 '학생스럽다' 라고 여기는 학생들은 '자신의 존재, 혹은 자신의 행동을 인정해 주었으면 하는 욕구가 강한 학생'들이었던 것이다.



이즈나는 여기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한다. 

이즈나가 처음 나왔던 이벤트 스토리를 보면 이해가 잘 되는데, 

악역으로 등장한 냥텐마루는 이즈나의 닌자의 꿈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고, 이용해 먹을 생각 뿐이다.







하지만 선생은 이즈나의 이 '닌자 놀음' 에 최대한 어울려 주려고 한다.

공식 인터뷰에서조차 키보토스에도 '닌자' 혹은 '인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못을 박아버린 만큼 

실제로 이즈나의 이 진지한 꿈을 제대로 응원해 주는 사람은 선생 한 명밖에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블루 아카이브에서 선생은 가끔 엄청 유치한 모습이나 애들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런 학생들을 진심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내가 상당히 학생스럽다고 말한 히나로 돌아가 보면, 에덴 조약에서 굉장히 잘 표현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학생다운 히나의 모습은 이 장면에서 다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다른 스토리들을 읽어 보면 히나는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면서도 그것을 선생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의미 전달을 확실히 하자면 여기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칭찬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칭찬받는 것을 추구하는 아이들은 "학생"보다도 더 어린 아이들이다.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는 나이대의 아이들이 '칭찬'을 받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시키는 것을 하고, 

칭찬받으면 기뻐서 똑같은 행동을 또 하고 또 하고 반복하거나 한다.


하지만 머리가 굵은 학생들은 자신의 개성과 고집이 있고, 이것을 끝까지 밀어붙여서 자신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고 성취한 뒤 '아 그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라고 인정받으려고 한다.

 단순한 칭찬을 받기 위해 남이 시킨다고 어떤 일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인정받는다'라는 것이다.


블루 아카이브에는 이에 잘 부합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있으며, 판타지 설정의 배경상 아이들의 개성과 특징이 더 두드러지기에, 이런 내용을 표현하기도 쉬운 편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전개한 뒤에 리오로 돌아가면 많은 의문이 명쾌해진다.

리오는 학생회장이라는 높은 지위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굉장히 비밀스럽고 독선적으로 많은 일을 일사천리에 진행시켜 버린다.


선생(어른) 의 의견을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묵살한 학생도 리오가 처음이지만, 여러 이해할 수 없는 과정 -스토리 작가의 실력 부족과 어른의 사정에서 비롯된 것 같은- 을 거쳐 리오의 계획 자체도 실패했을 뿐더러, 

분명 이해할 수 있었을 법한 동기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상의 문제인지 뭔지- 처음부터 방향이 틀려 있었다 라는 결론이 나 버리면서 리오는 선생님에게 인정받을 이유도, 수단도 없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단으로 일을 진행시킨데다 이해의 여지도 없이 끝나버리고 

빤스런까지 했기 때문에 인정욕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리오는 블루 아카이브에 나오는 그 어떤 학생들보다도 가장 "학생답지 않은" 학생으로 남아버렸다.


나중에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세탁기가 돌아가긴 할 텐데 그렇다고 해도 이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채로 손을 놓아버린 모습이 '학생스러움'을 되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참고로 리오 이전에도 스스로의 독단으로 많은 일들을 처리하면서 '학생스러움'과 몇만 광년쯤 떨어진 행보를 보여 준 학생이 또 한 명 있긴 했다.



그리고 그 학생은...






























이 대사 하나로 그 모든 '인정'에 대한 갈망을 보여줬다.


'이 세상에 있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기 위해 살아온' 아이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을까 되돌아보게 되는 대사였다.





이렇게 보면 참 파반느 너무 에덴조약에 비교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