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시즌2 제35-1화-리벤지 레즈 에스엠 계획(상)]





화요일 밤에 내 서재에서 편하게 쉬면서 업무로 인해 쌓인 피로를 풀고 있는 중이었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다 보니 괜히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드르륵'

내 폰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롤링스톤즈'의 이연경 사장으로부터 톡이 왔다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이연경 사장은 나에게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서 나와 상의를 하고, 내 의견을 구할 일이 있다고 우리 병원 근처의 카페 같은 곳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톡을 보냈다.

나는 그녀가 말하는 상의할 일이 무엇일까 궁금하기도하고, 또 그녀가 내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 같아서 목요일 저녁 8시쯤에 병원 근처의 카페에서 보자고 답했다.

이연경 씨는 내가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는 답톡을 보냈다.

그녀의 어투로 봐서는 어떤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실 이연경 씨는 나와는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또 걸어온 삶의 궤적상 접점을 찾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래도 나는 그녀의 순탄치 않은 삶의 여정을 존중하는 입장이고, 또 그녀와 같은 사람과도 두루두루 관계를 맺는 게 내가 편협한 시각을 갖지 않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힘을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의 상의 요청에 흔쾌히 동의한 것이다.





이튿날 수요일 일과가 끝난 시간이었다.

오늘 오후에서 병원에서 근무를 하느라고 바쁜 시간을 보냈던 현아가 인사하려고 원장실로 왔다.

그녀는 이미 퇴근 준비를 다 한 상태였다.

현아는 간호사들이 모두 다 퇴근하고, 지훈이마저 내 집으로 올라가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지 업무 시간과는 180도 다른 '귀여운 동생 모드'로 전환했다.

''아, 오늘은 좀 피곤했어요. 언니는 힘들지 얂았어요?''

그러면서 조현아는 팔을 벌리고 있는 내 품에 안겼다.

이럴 때 보면 그녀는 내 품 안의 한 마리 작은 새 같다.

''좀 피곤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나, 있잖아요. 요즘 이상하게 자기 전에 언니 생각이 자꾸 나는 거 있죠? 언니의 손길이 그립다는 느낌도 많이 들고요.''

그녀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사랑에 빠진 10대 소녀처럼 내 귀에 대고 달콤하게 속삭였다.

나는 한 손을 슬그머니 미끄러뜨려서 그녀의 다리 사이 부위를 더듬었다.

''나도 니 생각이 많이 나던데. 특히 네 여기가 자꾸만 떠오르더구나.''

나는 그녀의 바지 위로 성기 부위를 톡톡 쳤다.

''호호호, 언니 손은 진짜 내가 감당 못하겠어요. 여기는 그래도 장소가 좀 그러니 조만간에 우리 다시 한번 플 해요.''

조현아는 그러면서 하체를 슬쩍 뺐다.

그러면서도 내 입술을 찾아서 자기 입술을 포갰다.

우리는 선 자세로 작별 인사 격으로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한참 동안 서로의 혀를 탐하던 우리 두 사람은 아쉬움을 품은 채 떨어졌다.

''언니, 저 갈게요. 토요일에 올게요.''

조현아는 미소 지으면서 내게 꾸벅 인사하고는 문밖으로 나갔다.

현아 같은 좋은 여자가 내 켵에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최근에 레즈 에스엠 플을 경험했던 조현아와 이연경 사장을 문득 비교했다.

두 여자의 성향은 판이했지만 둘 다 나의 레즈 에스엠의 파트너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우리 셋이 에스엠 플을 매개로 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물론 그것은 조현아의 성향을 감안했을 때 현실성이거의 없는 망상에 불과하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요즘 현아와 관련해서 온갖 쓸데없는 망상을 곧잘 하는 내 모습을 상기하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만큼 조현아라는 여자의 존재가 내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 아닐까 싶다.








이튿날 목요일 병원 진료가 끝나고 나는 이연경 사장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갔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우리 동네의 아늑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였다.


이런 소형 카페가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매장보다 더 정겹고 살갑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내가 카페에 도착했을 때 이연경 사장은 미리 와서 테이블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장님, 어서 오세요. 업무에 바쁘신 분에게 제가 괜히 만나뵙자고 한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저를 위해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연경 씨는 나를 보자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예요. 우리 병원 근처까지 오시게 해서 오히려 제가 미안한걸요.''


우리 두 사람은 공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롤링스톤즈'의 현재 분위기나 업장이 잘되는지 등을 소재로 삼아 대화를 나누었다.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그녀에게 본론을 물었다.


''그런데 사장님, 오늘 저를 만나고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은데 제게 말씀해 주세요.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제가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좋겠네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나는 궁금한 사안을 물었다.


''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옳을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원장님은 저희 업소의 오래된 고객분이고 또 제가 특별한 분이라고 생각되어서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제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네요.''


이연경 사장은 내 눈치를 보면서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원장님도 잘 아시다시피 저는 한 5년 전까지 페티쉬 업소 페라리에서 근무했었어요. 굉장히 쑥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저는 그때 그 업소 '3톱'이라고 불리면서 인기가 좀 있는 편이었습니다.''


이연경 사장은 자신의 페티쉬 업소 근무 경험을 화두로 삼아서 이야기를 꺼냈다.


''네, 그러셨다고 들었어요. 사장님 정도의 뛰어난 외모와 화술, 그리고 솔직한 마인드라면 인기가 아주 좋았을 것 같네요.''


''아이, 원장님도 무슨 그런 과찬의 말씀을. 제가 근무할 때 저보다 7살이나 어린 박수연이라는 이름의 매니저가 한 2년간 같이 근무 했어요.''


''박수연 매니저요? 그 분 본명인가요?''


나는 이연경 사장이 왜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지 조금 의아했다.


''네, 맞아요. 그런데 걔는 키도 크고 섹시하게 생겨서 외모면에서는 인기를 끌기 좋았죠. 그런데 걔는 자기가 진짜 여왕벌이라고 착각해서 그저 건성으로 손님들에게 대하고 불성실하게 근무해서 점점 갈수록 인기가 떨어졌어요. 페티쉬 업소는 주로 돈을 받고 매니저가 펨돔 역할을 하는 것이 메인 컨셉인데 수연이같이 플 자체를 불성실하게 해서는 좋아라 할 손님이 있을 리가 없죠.''


나는 이 사장이 박수연이라는 생면부지의 여자 이야기를 장황히 하는 게 좀 이상했으나 그녀가 이렇게 나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잠자코 듣고 있었다.


''제가 수연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서 그러니 죄송하지만 끝까지 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그러면서 이 사장은 내 반응을 살피는 것 같았다.


''아닙니다. 편하게 계속 말씀 하셔도 됩니다.''


''감사해요. 그런데 수연이는 본인의 잘못은 생각지 않고 거기 유명 매니저였던 나를 미워하고 질투를 많이 한 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요, 저는 5년 전에 '페라리'를 그만두고 은퇴했고요, 수연이는 제가 은퇴한 후에도 1년 정도 더 근무했어요. 저는 페티쉬 매니저 일을 접고서 모아 놓은 돈과 융자를 받아서 작은 카페를 차렸습니다. '롤링스톤즈'를 시작하기 전에 말이죠. 그런데 제가 부족해서 그런지 그 사업은 시원하게 말아 먹었고 빚만 잔뜩 지게 되었죠.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 속에서 허덕이다가 나중에는 일수찍기 식의 고금리 사채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원장님도 아시다시피 불법 대부 업체 인간들은 무서운 인간들이죠.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자 해결사까지 나서서 괴롭히는데 전 그때 너무 무서워서 자살까지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이연경 사장은 자기의 참담했던 과거 경험을 털어놓았다.


나는 유흥가 출신으로서 가진 것이라고는 신체 하나밖에 없는 여자가 겪었을 험한 일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계속되는 이야기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제가 그런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었을 때 수연이는 손님 중에 돈 많은 아저씨를 하나 물었죠. 즉 빵빵한 스폰을 물은 것이죠. 그러고는 업소도 그만두었고요. 업소를 그만두고 난 후 걔가 어느 날 우리 가게에 찾아왔어요. 나는 그녀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는 여자를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신세 한탄을 한참 했어요. 그러고 난 뒤에도 수연이는 나를 돕겠다고 우리 가게에 뻔질나게 드나들었어요. 그때 걔는 스폰남이 선물한 벤츠 차량에다 명품으로 도배하고 다녔죠. 실제도 스폰으로 받는 돈도 많았고요.''


''진짜 그런 정신 나간 남자들이 꽤 있나 보네요.''


나는 듣기만 해도 한심한 남자 족속에 대해서 혀를 찼다.


''그러게 말이예요. 그건 그렇고 어느 날 수연이는 자기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내 빚의 원금과 이자를 대신 갚아주겠다는 제안을 했어요. 그녀가 한 제안은 월 2회 만나서 자기가 말하는 내용을 내가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죠.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말이예요. 나는 그 당시 사채업자에게 심하게 시달리고 있었을 때라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녀의 제안에 오케이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제안에는 무서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죠.''


''어떤 함정인데요?'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했던 차라 궁금해서 다급하게 물었다.


''수연이 걔는 원래 심성이 좋지 않았던 애이고, 다급한 처지의 나를 농락함으로써 같이 근무할 때 쌓였넌 질투와 시기심, 원망 이런 것들을 풀려고 한 것 같아요. 나는 그녀의 삐뚤어진 심성의 애궂은 희생양이 되어서 그녀에게 1년 동안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려요.''


과거의 비사를 밝히는 이연경 사장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겪었을 고초가 어떤 것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과연 이연경 사장과 박수연이라는 여자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고, 왜 그녀는 그 여자의 일로 내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일까?


나는 그 모든 게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