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유난히 새파란 하늘이 떠오를 때가 있다. 파스텔 톤의 파란 하늘 위로 솜뭉치가 유유자적 흘러간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길고 긴 겨울동안 잠들어 있던 연두색이 나른하게 흔들린다.

 초봄이지만, 오전과 다르게 제법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손님이 적은 시간. 점심시간에 몰리는 손님이 빠지고 나면 카페 데이지에는 나른함이 내려앉는다.

  도로변에 자리를 잡은 카페 데이지지만, 상점가와는 거리가 제법 있는 주택가. 적당히 점심을 먹기 위해 카페를 찾는 손님을 제외하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기 마련이다.

 살짝 붕 떠버린 시간에 진소라는 적당히 설거지를 해치우고 부엌 밖으로 나와 가게 구석에 자리잡은 안락의자에 몸을 맡긴다.

 오전에 미리 선곡해놓은 음악을 들으며, 그녀는 책장을 넘긴다.

 그것은 나른한 오후. 카페 데이지의 풍경이다.

 물론 언제나 그런것은 아니다.

 오늘은 카운터 석에 나란히 세 사람이 앉아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있다.

 그녀들은 주택가 주변 한울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며, 종종 이 시간에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들이다.

 달달한 아이스티나 에이드를 시켜 놓고 긴 시간 수다를 떨다 어딘가로 가버리는 아이들이다.

  어느덧 다섯시를 향해 가는 시각.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보던 진소라는 그녀들을 흘깃 바라봤다.

 뭐가 그렇게 재밋는지 자신들만의 세상에 푹 빠져있는 모습이다.

 물끄러미 그녀들을 바라보던 진소라는 배달 주문을 알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띵동'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게에 울려퍼지는 소리에 그녀들의 시선이 진소라에게 집중된다.

 읽던 책에 책갈피를 꽂아 놓은 진소라는 천천히 부엌 뒤로 향했다.

 "음. 어디보자."

 알 없는 안경을 괜히 고쳐쓰며 주문을 확인하는 진소라. 그녀를 보며 카운터 석에 앉은 그녀들이 웃음을 터트린다.

 꺄르르거리는 높은 톤의 웃음에 주문을 확인하고 느슨하게 풀려있던 앞치마 끈을 동여메던 진소라가 물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거야?"

 진소라의 물음에 무리의 가운데에 있던 머리를 금발로 물들인 소녀가 끅끅대며 웃음을 멈추고 답했다.

 "언니 행동이 할머니같아서."

 그녀의 대답에 옆에 있던 두 소녀가 더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린다.

 느슨하게 풀려있던 짙은 갈색 앞치마를 동여 멘 진소라는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녀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 마셨으면 빨리 집으로 가."

 "조금 더 있을래."

 "어차피 집에가도 할거 없는걸."

 "맞아. 공부하라고 잔소리만 듣는걸"

 주문이 들어온 것은 차가운 카페라떼 두잔과 샌드위치. 진소라는 카페라떼를 만들기 위해 전동 그라인더를 작동시키며 눈 앞의 그녀들에게 물었다.

 "니들 학원은 안다녀?"

 원두 분쇄기의 드르륵 소리가 나른했던 분위기에 균열을 냈다.

 갈라진 틈 사이로 금발의 소녀. 황소희가 답한다.

 "안 다녀. 공부 재미 없어."

 진소라의 질문에 가운데 앉은 황소희는 다 마신 빨대의 끝자락을 잘근잘근 씹으며 따분하게 중얼거렸다.

 황소희의 투덜거림에 에스프레소를 내리며 진소라가 답했다.

 "맞아. 공부 재미없지."

 방금 뽑은 에스프레소를 우유가 가득한 플라스틱 컵에 내린다.

 얼음이 담긴 뽀얀 플라스틱 컵 속 우유는 에스프레소가 들어오자 커피색으로 금세 물들었다.

 "하지만 몰두할 것은 찾는게 좋을거야."

 플라스틱 컵의 뚜껑을 닫고 커피가 새나가지 않게 윗부분을 밀봉한 진소라는 냉장고에서 미리 만들어두었던 샌드위치를 꺼내 종이봉투에 담았다.

 포장을 마친 진소라는 카운터에 기대 셋을 바라봤다.

 그런 그녀를 보며, 황소희가 중얼거렸다.

 "진짜 우리 할머니처럼 말한다니까."

 "자, 마카롱 하나씩 줄테니까 해떨어지기 전에 빨리 집에 가봐."

*

 불량소녀 삼인방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데이지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제법 선이 굵은 얼굴의 청년이였다.

 제법 큰키에 다부진 체격의 청년이 가게에 들어오자 진소라는 안락의자에서 그를 맞이했다.

 "배달?"

 "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문 옆에 난 창문으로 슬쩍 보니 낡은 배달용 오토바이가 삐딱하게 짝다리를 짚고 도로변에 서 있었다.

 진소라는 책을 덮어두고 곧장 그에게 미리 준비해놓은 것들을 건넸다.

 "라떼 두잔하고 샌드위치. 맞지?"

 "네. 맞아요."

 청년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바쁜가봐?"

 "조금 바빠서요."

 "그래? 조심하고. 아 그래, 아까 소희 왔다갔어."

 아까까지 카페의 카운터 석에 앉아 시간을 죽이던 삼인조 중 하나.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한 소녀에 대해 이야기했다.

 굳게 닫혔던 문의 손잡이를 잡은 청년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나중에 또 올게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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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런분위기의 나른한 소설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