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바닷가에서

다음날 아침 (알몸 앞치마)

초음파 사진

스웨터

만삭사진

여름나기




























녀석과 함께 녀석이 원하는 아이스크림과 잡다하게 쇼핑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해는 이미 지고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헐렁한 자켓에 돌핀 팬츠만 걸친 녀석은 그새를 못참고 아이스바 하나를 꺼내 덥석덥석 해치우고 있었다.


"안 덥냐? 가까운 데 가지, 어차피 엘베 타고 내려가도 마트 있던데."


(참고로 녀석이 사는 집은 지하에 전철역과 마트까지 연결된 고급 맨션이다.)


"거긴 내가 찾는 아이스크림 없기도 하고, 선생님이 아기들 내려오게 하려면 꾸준히 걸어야 한대."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진통과 출산을 촉진하는 데엔 걷기만한 운동이 없으니까.


"만삭 사진도 찍었겠다, 이제 하고 싶은 거 뭐 남았어?"


"어디 보자... 부모분들에게 갈 아기옷은 다 만들었고, 가고 싶었던 맛집이나 디저트 카페 가기, 그리고 호캉스나 온천 여관. 여유 있으면 둘 다 하고, 이렇게 남았네."


앞으로 내가 녀석과 같이 해야 할 일들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걷고 있는데,


들고 있던 비닐봉투에, 뭔가가 띄었다. 보습 크림이라기엔 투명하고 페트병이라기엔 지나치게 작... 아니,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야, 이거... 그거 아니냐?"


"맞아, 젤. 이제야 봤어?"


"......이거 가지고 뭐 할건데...?"


"회음부 마사지. 낳다가 안 찢어지려면 해야지."


예상이 빗나가서 다행이다. 예상이나 대답이나 별 차이 없는 것 같지만.


"누가 하는데 그거..."


"너, 당연한 거 아냐?"


......물어본 내가 바보지.


"......언제 할 건데."


"집 가면 해야지? ㅋ."


젠장, 왜 난 당연한 질문을 하는 걸까...


녀석은 낄낄대며 다 먹은 아이스바 스틱을 펜마냥 빙글빙글 돌려댔다.


묘하게, 저 녀석의 손에서 휘둘리는 스틱에서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뭐, 그렇게 싫은 건 아니긴 하지만.





아이스바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톰보이 시리즈

정중선 거슬리는 거 옷에 지퍼나 단추 태그 달면 해결되긴 하는데

옷에만 먹히는 거라 배 드러내는 건 못 쓴다는 게 함정이네

배 만지게 해준다는 이야기는 이 이야기에서 빌려왔음

거기서 아주 살짝 더 나아가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