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호
雪虎


종족

호선(虎仙)

나이

???세

거주지

한반도 산중 어드메

성격

유쾌한, 발랄한, 천진한, 장난스러운

취향

짓궂은 장난치기, 나쁜 사람 혼내주기

약점

????

상징 색

연한 옥색

추가 정보

웃음기 가득한 눈으로 산을 누비는, 장난꾸러기 백호 신령. 심심한 건 딱 질색이라고.

추가 일러스트

 

[두루마기를 벗은 일러스트]



 1. 개요





 멋진 건 기본, 귀여운 건 덤! 이러니 내가 바쁠 수밖에 없다니까~!


 똑똑히 봐둬. 이 얼굴, 이 꼬리, 이 털결— 그야말로 완.벽.


 응? 싸움? 귀찮은 건 싫어! 근데 누군가를 괴롭히면 네 꼬리부터 꺾을 거라구~


 너무 착하면 안 돼. 너무 똑똑해도 안 되고. 너무 사랑해도 안 되고. 너무 오래 살아도 안 되지…… 세상은 ‘너무’를 견디지 못하거든. 그러니까 나는, 딱 ‘적당히’ 괴물이어야 해. 후후.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검도 아니고 도술도 아니야. 그건 ‘잊히는 것’이야. 기억에서 사라지면, 이름도, 울음도, 웃음도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러니까 나는… 조금 시끄럽게 살기로 했어. 조금 요란하고, 조금 어지럽게. 그래야 오래오래 기억되지 않겠어?


 있지. 사람들은 자꾸 나더러 귀엽다고 해. 물론 그 말이 나쁘진 않지만 무서운 줄도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 꼬리가 흩날릴 땐 바람이 부는 줄 알지만, 저 바람이… 실은 칼날이었다면?


 무서운 건 싫고, 지루한 건 더 싫어! 그러니까 나랑 놀아줘! …뭐어? 신령이라면 위엄 있어야 한다고? 하! 위엄도 재밌게 차려야 오래 간다구~.


 나는 사람을 좋아해. 말을 걸고, 이름을 부르고, 손을 잡는 거. 그런 건 아무리 오래 살아도 질리지 않아. 무섭기도 하지만… 좋아. 왜냐하면 사람은, 아주 작은 손짓에도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존재니까.


 눈꽃이 어린아이의 심장을 가졌을 때 어떠한 얼굴을 갖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존재.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 백호는 누군가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묘한 힘을 지녔다. 지나가는 사내든, 길 잃은 아이든. 심지어 산의 기운조차. 그녀의 재잘거림에 미묘하게 웃음을 흘리는 듯하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물론 장난기만 있는 건 아니다. 진심일 땐 진심을 다하고, 필요한 때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다만 그런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한없이 천진하고 익살스럽고 귀엽고 유쾌할 뿐이다.

 전통적인 신령들이 보여주는 고고한 분위기나, 장중하고 절제된 말투 따위는 이 설호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새벽부터 뛰어다니며 나뭇가지 위에서 재잘거리고 폭포 옆 바위에 누워 해를 쬐는 게 일상. 태곳적부터 존재했을지도 모를 나이 많은 신령이나 앳된 얼굴에 새겨진 건 역사의 무게가 아닌 장난기 가득한 미소뿐. 선계의 모든 신령들 중에서도 이렇게 웃고, 떠들고, 자만하는 존재는 설호 뿐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2. 기록





 태백산 서쪽 줄기, 백봉천 근처에 고운 설기를 두른 한 호령이 나타나 길을 잃은 사내를 인도했다는 기록이 있다. 소녀의 발 밑에는 짐승의 발자국이 아닌 꽃잎 같은 바람 자취가 찍혔다 하며 그 말을 전한 자는 “사람인지, 신령인지 알 수 없었으나, 분명한 것은 그 미색과 웃음이 사람 마음을 어지럽히되, 어찌된 일인지 도리어 마음이 가라앉았다.”라 일렀다. 일설에는 이를 '설호(雪虎)'라 칭하되, 인간의 예를 모르는 이들 앞에선 눈부신 호랑이의 형상을 하고 나타나고 아이나 산짐승이 앞에 서면 부드러운 여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전한다. 이에 태백 일대의 산사람들은 비탈진 언덕 위에서 호랑이 울음이 들릴 때면 ‘설호낭자’가 웃는 것이라 하여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하니, 그 음색이 차가우면서도 묘하게 따뜻하여 백설을 머금은 매화꽃 같았노라 한다.

 《태백지기(太白誌記)》 제삼권


  평안도 순흥의 어느 승려가 쓴 비문 속에 기이한 한 구절이 실려 있다. “설중에 호인(虎人) 여아가 나타나 무명의 시체에 향을 피우고, 이를 묻으며 말하길 ‘너는 외로웠겠구나.’라 하더니 이내 안개 속으로 사라졌노라.” 이 자를 당시에 ‘설호모(雪虎母)’라 부르되, 이는 그녀가 생명 없는 자를 정성껏 감쌌기 때문이라 하며 후세엔 죽은 자의 곁에 앉아 염불을 읊는 백호 여령이라 전해졌다. 또한 조정에서 이를 조사한 기록이 《승정원일기》 병술년 삼월조에 간략히 보이는데, “삼도(三道) 국경 지대에선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지 않고, 밤마다 눈처럼 흰 여인이 무덤 언덕을 거닌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의금부로 하여금 탐문케 하였으나, 실체는 확인치 못했으며 다만 이상하리만치 해당 고을의 혼백이 편히 잠든다고 하니 경계하되 해침은 없는 듯하다.”고 적혀 있다. 

《야릉설화집(野陵說話集)》 권이(卷二)


 경상도 동해안 어느 포구 인근에서는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때 곧잘 흰 짐승이 들판을 가로지른다는 전승이 있으며, 그 형체가 한 소녀의 손을 빌어 사라진다는 기이한 목격담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경진년, 동해로 나간 어부들이 닷새간 풍랑을 만나 표류하던 중 한밤중 갑자기 고요가 내려앉고, 바다 수면 위로 “모두 살아 있어라. 오늘은 내가 지키고 있으니.”라는 나직하고도 천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적혀 있다. 그날 이후 배는 파손되지 않고 뭍에 닿았으며, 어부들은 흰빛을 두른 호령의 뒷모습이 파도 위에 잠시 서 있었다고 하였다. 여아의 이름은 알 길이 없으나 한 무당이 이를 듣고 이르길, “그대들은 설호를 보았다. 만복 중의 하나로 여길지어다.” 하였다 한다. 그 이후 마을에선 바닷날이 험할 때마다 떡국을 해 제사상에 올리고, 그릇 옆에 조약돌을 함께 두는 풍습이 생겼다. 이는 그녀가 지나갈 때 조약돌로 발자국을 남겼다는 미신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천성잡록(天聲雜錄)》 제오책




 3. 기타





  • 사람들이 산을 오르다 하얀 호랑이를 목격했다고 떠들 때면, 종종 밤에 몰래 내려가 그 마을의 정자나 우물가에 슬쩍 앉아 있었다고 한다. 놀란 마을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기라도 하면 “뭐야, 그렇게까지 무서울 일은 아니잖아? 내가 얼마나 예쁜데~” 하며 혼잣말을 일삼았댄다. 심지어 어떤 날엔 우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역시 난 조선 제일의 미모야’라고 중얼거리기까지.

  • 글씨를 못 읽는다. 아니, 안 읽는다고 주장한다. 본인은 글자 같은 건 인간들이나 읽는 거고, 신령인 제가 왜 굳이 그런 걸~ 이라며 허세를 부리지만 실상은 어느 날 관아 앞에 붙은 벽서를 읽다 ‘호신(虎神)’을 ‘호신(護身)’으로 잘못 읽고 우물쭈물한 적이 있다고. 그걸 옆에서 보던 꼬마가 가르쳐주자 무안해서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자취를 감췄다는 이야기가 있다. 

  • 가장 싫어하는 계절은 늦여름 장마철이다. 빗물이 젖은 흰 털은 쉽게 말라붙고, 쓸모없는 풀씨가 달라붙기 때문에.

  • 예전에 도둑 호랑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적이 있다. 장독대에서 고기만 골라 먹고, 쌀독에서 멥쌀만 쏙 빼가고, 심지어 떡마저 몰래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당연히 범인은 설호였다.

  • 꿈을 자주 꾼다. 말도 안 되는 꿈, 기상천외한 꿈, 황당하기 짝이 없는 꿈들. 예를 들어 “어제는 내가 꿩이랑 혼례를 올렸는데, 주례가 여우였고, 하객은 다 나뭇잎이었어. 근데 나중엔 다들 나랑 술 마셨지~” 같은 얘기.

  • 어쩌다보니 여러 인간들과 인연을 맺었지만, 스스로 인간이 좋다고 말한 적은 없다. 실제로는 매번 인간에게 휘말리고, 곁에 있으면 궁금해하고, 없으면 몰래 찾아본다는 것은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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