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1
군용 소형정이었다.
정찰 임무에 쓰인 것 같다.
이렇게 작은 배에 목숨을 맡긴다 생각하니 눈이 깜깜하다.
정말로 농담같다.
물론 내겐 선택지가 없었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건 분명 그런 거겠지.
난 살아서 벌을 계속해서 받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의 죄를 지었으니까.
그 날 이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울부짖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참혹한 기분이 든 적이 없다.
뭔가가 될 거라 생각한 날 죽이고 실다.
감정을 발산하고 나면 그 후엔 아무것도 안 남았다.
나 페이 엘데는 담담히 임무를 받아들였다.
아무도 배웅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러 사람이 모였다.
이게 처형이라면 정말 대단한 볼거리였겠지.
사람들은 독기를 피하기 위해 얼굴까지 덮는 방호복을 뒤집어써, 바깥 공기에 살갗을 드러낸 사람은 얼마 없었다.
나는 헬멧 뒤로, 배웅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나갔다.
그들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은 아마 증오겠지.
그 날 몇 명이 죽었는지 난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대다수는 가족을 잃었다.
내가 실패했으니까.
배는 바다로 나섰다.
고향은 한순간에 점으로 변해 수평선 저쪽으로 사라졌다.
바다는 붉게 물들어, 해안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더 독하고, 더 생생하다. 그 무엇보다도.
정말로 피처럼 보인다.
하늘도 마치 불같이 빨갛다.
붉은 광경 속에서 우리들의 작은 배가 나아간다.
바다를 계속 나아가자 독기가 더 짙어진다는 걸 알았다.
물론 내겐 독기에 대항할 수단이 있다.
수단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독기가 섞인 공기를 마시면 폐가 썩는다.
살갗에 닿기만 해도 피부가 썩는다.
체내에 들어가면 더이상 구원할 수 없다.
내 몸에 새겨진 술식과 룬이 없었으면......난 치사량의 독기 속에서 꼼짝 못하고 죽었을 거다.
생명의 힘인 소울이 뭔가의 영향으로 병들어, 생명을 좀먹게 변한 것을 독기라 부른다.
독기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공기에도, 물에도, 대지에도.
붉은 하늘 밑에 오염을 면한 곳이란 없다.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건 인공적인 환경 속 뿐이었다.
몇천년을 보내온 인류는 그 환경을 조금씩 넓혀, 지금에 다다랐다.
인간이 왜 그렇게까지 발악했을까.
난 조금 이해했다.
오염과 함께 깨끗하게 파멸한다......라는 선택지는 당사자들에게 없다.
그런 선택을 한 인간도 있겠지만 이미 죽었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 중에서도 특히 포기를 싫어하는 부류의 말로였다.
"독기 결정은 쌓일만큼 쌓였다."
배의 조차 장치를 쥔 남자-가르가는 이쪽으로 눈도 안 돌린다.
수평선 저편을 지긋하게 바라만 본다.
이 배에 탄 건 그와 나 뿐이다.
가르가는 변함없이 최소한의 말만 한다.
난 그게 고마웠다.
섣불리 신경써주면 나도 곤란하다.
독기 결정을 발생시키는 격한 독기가 방호벽 건너로도 전해진다.
닿을 것만 같은 농도의 독기.
-독기 결정.
우리의 세계를 오염시키는 독기는 그 끔찍한 결정체에서 나온다.
독기 결정이 있는 한 독기가 사라질 일은 없다.
하지만 그 결정은 강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므로 연로로 최적이다.
우리의 문명을 세우는 것도, 이 결정의 에너지 말곤 없었다.
우리는 세계를 오염시킨 존재에 의존해 살아간다.
"목표는 쫓고 있나요?"
난 굳이 확인을 한다.
서로가 조용히 있는 상황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이제부터 죽는다고 해도 서로가 나쁜 감정을 품으며 죽을 일도 없겠지.
......가르가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지만 옅은 희망일 것이다.
가르가에게서 왠지 훈련된 둔감함이 느껴진다.
이것도 전사의 자질일까.
"독기의 흔적이 남아있어. 옅지만 추적은 가능해."
"안심이네요. 접적 후의 작전안을 들을 수 있을까요?"
내 목소리엔 약간의 냉소가 섞이고 말았다.
어쩌면 난 가르가와 절망감을 공유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르가는 아랑곳없이 말했다.
"내가 빈틈을 봐서 단숨에 찌르겠다."
"구체적이네요."
"실수한다면 난 거기서 끝이다."
사실이었다.
그러고 보니, 난 벌써 끝났다.
난 끝을 계속 맞이할 뿐이다.
나만이 아니다. 이 붉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우리는 한참 전에 파멸했다.
독기의 오염이 퍼졌던 이유는 모른다.
아는 것은 이것도 벌이라는 것 뿐.
솔직히 지금 세대의 우리에게 책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가 얼굴도 모르는 선조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는 걸까.
이렇게 부조리하다.
그렇기에 대체 왜 내가 이렇게까지 추락해야 하는 걸까.
"당신은, 그래도 좋을 지 모르지만요......"
"......배 조종에도 익숙해져라."
"제가 죽으면 다음엔 혼자 어떻게 하려고요?"
"내가 죽을 경우 상황에 따라선, 정보를 갖고 돌아가는 것을 우선으로 삼아."
"여기까지 와서 우선 사항이 있나요?"
"어떤 상황에서든 우선 사항은 있어."
"당신은 합리적이네요. 이렇게 부조리한 상황인데도."
"부조리에 맞서 부조리를 맞부딫혀도, 상황은 해결되지 않아. ......그래서 우리 토멸사는 존재 그 자체가 부조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