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챕터2

난 대답하지 않았다.
가르가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가르가는-
독기를 피하기 위한 술식 각인도, 룬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에겐 필요없다.
가르가-토멸사에겐.
우리의 선조가 이 붉은 바다의 정점 포식자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인간의 모습을 한 병기.
그것이 토멸사였다.

소형정에서의 생활엔 익숙해지지 않는다.
가장 먼저, 생활 공간이 좁다.
게다가 항상 흔들리고 있어서 마음이 편할 틈이 없다.

그래도 개인방을 쓸 수 있는 건 다행이었다.
방 안에서는 독기도 억제되기 때문에 조금은 공기가 맛있다는 기분도 든다.
창문도 없고 조명은 룬 하나뿐.
방 안은 항상 옅게 어둠이 드리웠고, 딱딱한 침대는 내 무게를 이겨주지 못한다.
하지만 독방임을 생각하면 윤택한 환경이고, 파도소리만 신경쓰지 않으면 고독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혼자서 시간을 아낌없이 보낼 여유가 없었다.
난 결국 그렇게까지 강하지도, 뻔뻔하지도 않다.
난 내게 주어진 이 독방에서 스스로를 비난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재판장, 페이 엘데 씨는 페이 엘데 씨에 의한 정신적 고통을 맛보고 있습니다.
판결, 페이 엘데 피고를 금고형에 처한다.

이 독방에선 죄수가 간수도 겸한다.
식사는 하루 두 번.
휴대 식량은 1년분 준비되어 있다.
전부 내열 휴대식이다.
군용 비상식이라 칼로리만은 높다.
못 먹을 정도의 맛은 아니지만 식욕이 돋궈지는 맛도 아니다.

배에는 바닷물을 정화할 수 있는 기능이 장치되어 있어, 식수는 부족하지 않다.
몸을 씻을 만큼의 물도 얻을 정도다.
이것도 고마운 이야기였다.
몇 초 후에 배가 잠길지도 모르지만 매일 몸을 씻고, 식사도 한다.
살아있다는 건 귀찮다.
하지만 그런 귀찮음을 반복하는 것이 살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갖고 온 짐은 많지 않았다.
애초부터 적하량에도 제한이 있다.
내 짐은 갈아입을 옷과 화장품과 소수의 소지품이다.
그러나 규정량에 아슬아슬하게 걸쳤다.
짐 중엔 노트도 있다.
종이라는 건 머나먼 고대에선 식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현대의 종이는 석회와 합성 수지로 만들어진다.
내가 수기를 쓰고 있는 것도 이 노트다.
덕분에 신경이 많이 뒤섞여있다.
문장을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될 것 같다.

가르가와 나는 식사를 따로 한다.
같이 식사하는 것도 어색하고, 가르가에게 화제를 말해봐도 말 한마디로 화제가 끝나버린다.
그 날 나는 드물게도 식사중인 가르가와 만났다.

"......음, 뭐 먹고 있어요?"
"육포다."

당연히 알고 있다.
토멸사가 그걸 먹는 걸.
난 가르가가 그걸 씹고 있는 걸 보며 전율했다.
가르가의 손에 들린 육포는 독판 보랏빛을 띄고 있었다.
씹는 소리는 돌이 부숴지는 소리와 비슷했다.
육포를 먹는 소리가 아니었다.

"맛이 어때요?"
"콜타르 맛이 나는군."
"......그런가요."

내가 말을 고르고 있자...가르가는 육포를 버리고 무기를 들었다.
그 무기는 나에겐 익숙했다.
어쩌면 내 존재 이유라고 할 수도 있다.
-토멸기.
토멸사가 지닌 무구다.
토멸기는 독기를 뱉어내며 울부짖는다.
마치 생물처럼.
이건 살아있다.
생물로서 살아있는지는 미묘하지만......

"군세가 다가온다."
"놈들이......!"

드디어 왔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파도에 떠 있는 우리의 배가 감옥이라면.
그것은 처형인이라 불러야 되겠지.
-명멸수(메기도).
이 환경에서, 독기로 흘러넘치는 최악의 환경에서, 자기 땅인 양 살아가는 생명체.
인류 최대의 위협......하지만 놈들은 인류의 천적 따위가 아니다.
메기도는 인류따윈 씹어먹지 않는다.
먹이조차도 아니다.

"......영격한다."

살며시 맡하며 가르가는 토멸기를 준비한다.
놈들이 지체없이 작은 배로 쇄도한다.
하나하나의 크기는 이 배에 필적한다.
중형 군생 타입이다.

그 모습은 물고기를 닮았다.
우리들, 붉은 바다에 사는 인간들은 물고기를 양식해서 식용으로 쓴다.
당연히 붉은 바다에 평범한 물고기는 없다.
물고기는 선조들이 남긴 귀중한 유산 중 하나다.
현재보다 문명이 발달했던 고대 사회에서, 식량 생산은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서 선조들은 수조에 물고기를 길렀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 셸터 안에도 수조를 준비했다.
덕분에 우리는 물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지금 먹을 수 있는 건 우리들이지만.
물보라 속에서 야수가 다가온다.
커다란 턱을 열자 듬성듬성 난 이가 보인다.
예리하지 않고, 둔기같은 이다.
가르가는 냉정했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익숙하게 보였다.
가르가는 지체없이 달려들어 괴어의 배에 토멸기를 찔러넣었다.
단 한 번이었다.
괴어는 배를 뚫려 두 갈래로 나뉘었다.
계속되는 습격.
가르가는 자신의 팔을 물고기의 미간에 꽂아넣고 그대로-
물고기의 정수리를 부순다.
괴물같은 전투력.
보란 듯한 행동과는 다른 짐승같은 효율성.
어떻게 해야 머리를 이렇게까지 쉽게......싸우는 데에 바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