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뿔잡펠 하나만의 신념을 가지고 달려온 TS물의 페이스 포지션
리뷰에 앞서, 이 리뷰는 절대적으로 주관적이며, 시점에 따라 비객관적인 힐난과 칭찬이 포함될 수 있음을 알립니다.
뿔을 생각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악마의 뿔, 염소의 뿔, 유니콘의 뿔 등 여러가지 뿔 등이 생각날 것이다. 그렇다면 판타지 세상에 마족의 뿔은 어떨까? 또, 소위 말하는 '뿔잡펠'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성공 가능한 것인가? 이번에 다룰 소설은 뿔 달린 히로인을 중점적으로 <낮져밤이 주인공의 뿔 달린 히로인이 되버렸다>이다.
이 작품의 캐릭터는 애슐리 필린 양이다. 물론, 주인공의 빙의 대상이다. 주인공은 흔하디 흔한 웹소설의 클리셰대로 미연시를 플레이하다 빙의되버리고 문제가 생겨버린다. 그 미연시는 낮에는 지고 밤에는 이긴다는 히토미적 전개로 남성의 성욕을 충족시켜주는 평범한 미연시 게임이다.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히로인을 엉망징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것은 애슐리 양에게도 예외는 아니라 애슐리에게는 무려 뿔을 잡고 남성의 성기를 빨아야 한다는 가혹한 미래가 주어진다. 거기다 대체 몸이 어떤 기제로 된 것인지 염준혁의 뿔과의 접점만으로 애슐리에게 성적 흥분이 전도되고 만다.
세상에, 더하여 이미 '나'는 염준혁과 바로 하루 전의 사귀었던 모양이다. 이제 어쩌지? 어떻게 빠져나가지? 무엇을 해야 주인공에게 운명된 뿔잡펠의 숙명을 회피할 수 있을까?
필린은 TS물이라면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튕겨내는' 남주(였던 것)이다. 기본 갈등의 골갱이로서 필린은 자신의 운명에 최대한 대적하려 하며 스스로도 과도하다 느낄 만큼 떨어트린다. 말 그래도 악마적인 주인공이다. 자신과 정신적 동성인 남자의 역겨운 사랑과 성욕을 거부하고 벗어나려 한다.
염소는 성욕과 괴기한 모양새로 인하여 구약 성경을 비롯한 야훼 계열 종교에서 악마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세로 동공은 보는 사람을 불쾌하게 하며 끝없는 성욕은 사람을 짜증나게 한다. 과연, 당대의 사람이 염소의 얼굴과 뿔을 악마의 상징이라 생각할만 했다. 이 사실적 이미지와 연관되어 필린은 한없이 음란하며, 심성이 악하며, 또한 괴기하다. 이러한 행동을 보며 일종의 착각물과 유사한 작품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점점 사랑을 밀쳐내고, 증오하지만 '악한' 준혁이는 오히려 불쌍하게 보이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비틀음이 한 번. 나쁘지 않게 팬케이크에 딸려나오는 카라멜처럼 설정이 달라붙는다. 사실 주인공은 결코 평탄한 삶은 보내지 않았다. 사랑을 결코 받지 못한 삶. 단칸방에 떨어져 외로움에 몸 떨었던 과거들. 이 요소들은 주인공이 준혁에게 받는 조건 없는 호의를 점차 거절할 수 없게 하는 요인으로 만든다. 스스로의 이성은 남성과의 동침을 거부하며 동시에 감성은 따스한 사랑의 온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이 모순성은 시간이 갈수록 극대화된다.
덧대어 준혁은 어떠한가? 준혁이 게임에서 보여주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자 일부분. 결코 진짜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점점 필린은 눈을 감으려 해도 보게 된다. 집은 가난하며, 부모님은 잔혹하고, 덩달아 주변의 환경도 절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환경이다. 자신과의 동질감. 똑같이 외로운 인간. 이미 적잖은 사건을 통해 준혁의 폭력성의 편린(밤이)를 보았건만 필린의 마음은 감화되기 시작한다. 준혁의 폭력을 생각할 때면 자신의 폭력도 덩달아 생각하게 된다. 연민은 곧 동정이 되고 동정은 곧 아가페가 되며, 아가페는 이윽고 에로스가 되어버린다.
이 기나긴 빌드업과 개연성과 핍진성으로 채운 암컷 타락으로 가는 행보의 전개는 약간 부족하긴 해도 납득하기에는 충분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제로콜라, 그래도 설원입니다. 같은 명작들에는 못미쳐도 결코 그 합당함이 녹슬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되었다. 전개가 조금 확실한 얼개가 없었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사건과 사건 사이에 이어지는 미묘한 여성 자각을 TS물로서 휼륭하게 해내었다.
이제 뒤돌아 나머지 인물들을 보자. 젖탱이 큰 임소연. 얘의 특징은 솔직히 별 기억이 안난다. 솔직히 꼴림 포인트가 적어서 아 아니 아무튼 이 애의 컨셉은 평범하게 무감각한 스윗한남 준혁에게 휘둘려버린 라이벌 히로인 1이다. 라이벌이라 그래서 뭐 필린양이랑 대적하고, 필린양이 넘기려 하는데 상황은 반대라 좀 미묘해지고 그러한 개그 씬을 연출한다. 개그씬은 그렇다치고 묘사적으로는 그저 걍 갑자기 필린 양을 질투하고 싸우는 느낌이라 별로였다.
아니 근데 또 외전에서는 기막히게 잘 씀. 준혁이라는 게임 캐릭터의 특징 때문에 '공략'이 끝남으로서 생기는 모순, 이름이라는 소재를 통해 갈구하는 안타까운 순애보. 캐릭터성도 진짜 잘 잡은 것 같은데 정작 본편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운 부분이였다.
그리고 다음.
세레나. 엘프답지 않은 엘프라는 클리셰 타파와, 필린의 소꿉친구? 비스무리한 조력자이자, 동시에 사실 레즈였던 아이. 세레나 레즈야...
세레나도 특출나지 않은 좀 고기 좋아하는 평범한 깐프 캐릭터지만 그걸 최신화에서 반전을 통해 바꿔버린다. 사실 세레나는 필린양에게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세레나의 친철한 호의의 이면에는 그 내정이 섞여 있었다는 것.
괜찮은 전개다. 뿔을 이용하여 그런 반전이 있다는 것도 잘 밝혀냈고. 그런데 확실히 이 내용이 나오니 선작이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의 호불호를 제하고도, 세레나의 성향, 사랑에 대해 좀 더 떡밥을 풀 기회가 있었을텐데, 분명 떡밥이 있긴 했으나 극소했고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엘프 생태에 동성애에 대해 질문하자 회피한다던가, 아님 뭔가 세레나가 성애를 가지고 있다는 큰 미끼가 있었다면 좀더 개연성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 뿔이 애정을 통한 거여서 세레나도 사실 사랑이 있었다는 반전은 참 좋았는데 말이지.
그 다음에... 이제 필력으로 넘어가겠다. 이 소설의 필력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중언부언이 적으며 글이 매끄럽진 않으나 거칠지도 않고, 스토리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스토리. 최고 필력을 5로 가정한다면 3.2~3.999는 되는 편안한 필력이다. 필린 양을 중점으로 펼쳐지는 내면 묘사부터 외부 대사까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좋은 소설이었다. 특히나 등장인물 간의 대화가, 워낙 캐릭터성이 잘 잡혀있다보니 되게 균형 잡혀있고 자연스러웠다고 느꼈다. 필린이 생각하는 것들이 유머러스하며 부드럽게 펼쳐진다. 웹소설 중에서도 내면 묘사를 잘한 작품이라 본다.
장점은 이러했고... 그럼에도 단점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는데, 조금 너무한 말 같지만 허심탄화하게 솔직하게 말해보겠다.
1. 환경 묘사가 아무래도 적다. 딴 여타 소설과 비교하며 느낀 바인데, 이 소설은 환경, 배경, 사물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편이다. 원래 소설이랑 상상력의 영역이 남아있어야 하는 주장도 있어서 내가 막 뭐라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전체적인 묘사가 부족하다 보니, 필린의 집이나 아카데미의 모습 같은 걸 상상하기 어렵다. 좀 비유적 표현? 섬세 묘사? 뭐 그런 거 넣으면 글이 풍성해진다나 뭐라나 그렇다는데. 아무튼 이 부분이 보완되면 더 좋은 소설이 될 것 같다.
2. ...의 이용. 사실 이건 어떤 웹소설이나 공유하는 문젠데, 문제점 하나만 쓰면 허전해서 대충 넣어놨다. 뭐, 글이면 ~적, ~의, ~것, ~들,
(...)을 줄이면 좋다 대충 이런 얘기다.
3. 플롯의 부족함? 이야기들이 다 재밌긴 한데 미래 결말의 지향점, 방향성 같은 점이 흐릿하다고 개인적으로 느꼈다. 이건 말로 잘 표현 못하겠는데, 뭔가 뭔가 장기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아마 완벽한 암컷타락화를 할 화차를 정해놓고 작품이 진행되면 이 느낌이 덜하지 않을까 싶다. 밀당도 좋지만 그 밀당의 강도가 화차마다 차이가 좀 있어서 어색함? 같은 걸 느꼈다. 이것도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알아서 걸러주시고요.
총평.
이 시대의 TS물 암컷 타락을 꼴리고 귀엽게 잘 표현한 작품. 그 과정에 있어 어색함과 급작함이 적다.
특히나 뿔이 잡히는 부분에서... 어우 작가의 꼴잘알을 느꼈다.
뿔잡펠이라는 자극적인 신념 하나만을 생각하고 달려온 왔다고 하는데... 그런 말 했던 것치고는 글이 안정적이며 무엇보다 재밌다.
그래서 TS물을 처음 접하는 사람보다는, 한참 TS물을 즐기기 시작하는 중기 TS러에게 추천하기 좋은 작품이다. 취향차를 타는 부분이 적어 범용적으로 틋붕이들이 보기 좋은 작품이다.
끝으로 결론. 뿔을 만지면 흥분해버리고, 그 흥분조차 점점 좋아하게되는 의존 순애 츤데레 필린이 등장하는 갓 작품 <낮져밤이>, 당신도 보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