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여자로 만들어 주세요."
틋붕이는 자신이 소환한 데몬, 게르트루트에게 요구했다.
"...왜지?"
게르트루트는 틋붕이의 몸 안에 있는 마력량을 보며 말했다.
그정도 마력을 가지고 있다면 본인이 강하게 소망한다는 전제 하에 정의 생산기관을 부수고 스스로 알프가 될 수 있을 터
틋붕이는 게르트루트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틋붕이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틋붕이의 옆집에 살던 보라 양이다.
보라 양은 어릴 때 틋붕이의 옆집으로 이사 온, 말하자면 틋붕이의 소꿉친구였다.
틋붕이는 그동안 자신의 감정을 숨겨왔지만 나이가 들수록 커지는 그의 마음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틋붕이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 지 자그마치 12년만에 그녀에게 고백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매몰찬 거절
불행하게도, 그녀는 여색가였다.
보라는 틋붕이를 친구 이상 또는 이하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보라는 틋붕이와 계속 친구로 남길 바랬으나 틋붕이는 더이상 보라를 친구로 볼 수 없었다.
틋붕이는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자신이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그걸 위해 게르트루트를 소환한 것이었다.
인간 끼리의 사랑이라니, 그것도 암컷과 암컷끼리의
게르트루트에게 있어 틋붕이의 요구는 심히 같잖았지만 계약은 계약.
틋붕이가 자신이 내민 계약서에 서명하자 게르트루트는 손쉽게 틋붕이를 여자의 몸으로 바꿨다.
게르트루트는 틋붕이에게 마법으로 손거울을 만들어 건냈다.
"어떠냐, 마음에 드느냐?"
"...네."
거울에 비친 틋붕이의 모습은 제법 예뻤다.
이거라면 보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게르트루트는 당장 보라에게 달려가려는 틋붕이의 팔을 잡았다.
"미안하지만, 당장 계약에 대한 대가를 치뤄줘야겠다."
"제 영혼 말입니까? 그녀에게 고백하면 제 영혼, 아니 제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네 영혼이 아니다."
게르트루트는 자신의 마력을 틋붕이의 몸 속에 우겨넣었다.
그리고 동시에, 위대한 데몬의 장점과 사상을 틋붕이의 머리에 직접 심어넣었다.
"어떠냐, 데몬은 이토록 위대하고 멋지다."
"아아..."
틋붕이의 정신은 손쉽게 데몬의 사상에 감화되었다.
그에 따라 틋붕이의 몸이 다시금 변해갔다.
그의 검은 색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웨이브진 보라빛으로 바뀌었다.
인간의 상아 색 피부는 푸른색을 띄는 곱고 아름다운 피부로 변했다.
머리에서 구부러진 멋진 뿔이 돋아났다.
흰 자에 검은 눈동자는 루비와 같은 붉은색으로 빛나는 눈동자의 역안이 되었다.
귀가 엘프처럼 길어지고 등과 엉덩이에서 옷을 찢고 날개와 꼬리가 생겼다.
자궁이 자리잡은 위치에 하트모양의 문신이 새겨졌다.
그와 동시에 틋붕이의 가치관도 변화했다.
데몬이야 말로 세계 최고의 종족
어리석은 인간들은 모두 데몬의 앞에 무릎을 꿇고 복종해야 해...
변화가 끝나자, 틋붕이가 서 있던 자리에는 세상의 모든 남자를 홀릴법한, 요염한 데몬 하나가 완성되었다.
"그래, 데몬이 된 기분이 어떠냐."
"...최고에요. 얼른 하등한 인간들에게 마물의 위대함을 알려주고 싶어요."
게르트루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틋붕이가 입고 있던, 날개와 꼬리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넝마가 된 인간 남자의 옷이 점점 줄어들더니, 꼭 필요한 곳만 가리는 데몬의 아름다운 복식으로 변했다.
"너도 이제 어엿한 데몬이니 틋붕이라는 이름은 버려야겠지... 이제부터 네 이름은 우르술라, 내 동생 우르술라 폰 토르플이다."
"우르술라..."
우르술라는 자신의 이름을 몇번이고 되뇌었다.
"너무 예쁜 이름이에요 언니."
우르술라는 사랑하는 언니를 껴안았다.
게르트루트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우르술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게르트루트는 마계로 가는 문을 열었다.
"자, 우리의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네 언니."
그날, 틋붕이에 대한 모든 정보가 이 세상에서 지워졌다.
누구도 틋붕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르술라가 언니 게르트루트와 함께 보라의 앞에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날이었다.
보라는 우르술라의 아름다운 모습에 첫눈에 반해버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데몬인 우르술라는 '하등한 인간'인 보라에 대한 감정이 팍 식어버린 상태였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우르술라! 제발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이 몸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나와 계약해라 인간."
우르술라에게 단단히 반한 보라는 계약서의 내용을 읽지도 않고 바로 서명했다.
보라를 타락시키는 건 계약자 우르술라의 몫이었다.
우르술라에게 푹 빠진 보라를 타락시키는 것은 미지근한 물 한컵을 마시는 일보다 쉬웠다.
보라는 우르술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보라빛 단발의 데몬이 되었다.
"빌헬미나, 토르플 가의 막냇동생 빌헬미나 폰 토르플. 네 새로운 이름이야."
"네게도 여동생이 생겼구나 우르술라."
"네 언니♡"
마계에는 데몬 세 자매가 있었다.
가족간의, 특히 자매간의 유대가 약한 데몬이라는 종족 답지 않게 그녀들은 서로를 듬뿍 사랑했으며,
그녀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영원히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