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보는 게 편할거임. 솔직한 평가 부탁함.
한성은 1,000만의 인구를 자랑하는 제국의 수도로서 세계 5대 도시들 중 하나이다. 태조 고황제께서 한성을 수도로 정하신 이래로 현재까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건축물과 자연이 매우 잘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 문화적인 가치가 높은 도시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공습, 전투 등으로 인한 피해와 수원, 개성이 70% 넘게 파괴된 것을 고려했을 때 기적적인 일이라고 평가받는다. 한성은 기차를 통해 동쪽으로 상하이까지 연결되는 기차역과 전국을 잇는 고속도로 등 방대한 교통망을 가지고 있다.
- 문화계몽국 홍보책자 중 -
01
검은 먹구름이 비를 토해내던 것이 다시 잠잠해질 때쯤 도로는 직장에 출근하는 차량들로 가득찼다. 인도를 걸어가는 사람들은 직장에 늦지 않기 위해 서로 밀치며 걸어갔고, 경적소리가 빗소리를 감췄다. 그런 모습에서 문화계몽국이 홍보하는 배려하는 한성시민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미리 준비된 문서 뭉치를 들고 천천히 읽어나갔다. 정체 상태에 걸린 한성의 도로에서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문서에는 한성 시청에서 근무했던 한 공무원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인사과에서 평가한 그의 인사 기록, 매점과 복도 그리고 휴게실 등에서 도청된 기록, 그의 주변 인물들이 그에 대해서 발언한 기록 등 그의 인생이 오십 쪽 정도의 분량으로 정리되었다.
옆좌석에 앉은 중위를 바라봤다. 아직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그의 얼굴은 어린 티를 벗지 못했고, 급하게 움직여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엉망인 머리는 그가 아직 소년이라는 증명해줬다. 생기가 담긴 밝은 두 갈색 눈동자가 마구 움직였다. 히터의 더운 공기 때문인지 그의 이마에선 땀이 흘러내렸다.
"김한 중위. 자네 생각은 어떤가?" 손에 쥔 문서를 그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도청된 내용들이나 그의 인사 기록, 주변 인물들의 평가를 살펴봐도 불순한 점은 없었네. 친위대 중위로서 왜 그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겠나?"
아직은 친위대의 검은 제복이 어울리지 않는 어린 소년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문서를 받아 앞장부터 빠르게 훑어보았다. 문서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그의 주변에 테러 집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다른 취미가 없으며, 가족도 없는 이가 갑자기 변할 수 있는 계기라면 테러 집단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저 단순한 정신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 보고서에 적혀있겠지만 5년 전부터 우울증 및 불면증 치료를 받았네. 또 동료들은 그가 근무시간에 의욕이 없다고 증언했고."
"정신적인 문제라면 정신과에서 징후를 포착했을 겁니다. 무엇보다 그의 범행은 너무 계획적이었습니다. 심각한 정신 문제가 있는 일반인이 그런 계획을 세울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년이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과는 별개로 확신이 담긴 그의 목소리에 흥미가 생겼다. "괜찮은 생각이군. 그런데 자네의 추리에는 큰 문제가 있네. 만약 그가 테러 집단과 접촉했다면, 어디에서 접촉했다는 건가?"
탁 하는 소리를 내며 보고서를 무릎 위에 내려놓은 채 나를 응시하며 그가 말했다. "한성 시청 내부입니다. 우리 제국은 전쟁 이후 확보한 영토에서 인력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들 중 노동자로 위장한 테러 집단이 숨어들었을 것입니다."
빠르게 내뱉던 말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고 이어 말했다. "더 자세한 추론은 추가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시청에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는..."
"친위대가 나서서 대대적인 감찰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지. 아주 은밀하게."
"저의 추측은 그렇습니다. 사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그가 빼돌린 서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저의 추론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테러 집단이 아닌 다른 국가가 개입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제국은 전쟁 이후 얻은 영토에서 값 싼 노동력을 동원했다. 그들 중 특별노동허가를 얻은 이들은 수도의 공기관에서 잡일을 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다른 이들이 보수를 받지 못하거나 집값를 감당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 생기는 것과는 다른 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그가 퇴근한 후 집에서 접촉했을 수도 있지 않나? 왜 보안도 삼엄하고 발각되기 쉬운 시청에서 접촉했다는 건가?"
"오히려 집이 더 위험합니다. 그가 머물던 곳은 표준거주구역 다급으로 방음이 잘 되지 않게 의도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혼자 살던 이가 누군가를 데려온다는 것은 이웃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으며 분명 아파트 출입명단에 기록됐을 겁니다."
이제 조금이나마 어울리는 검은 제복을 입은 소년이 올바른 대답을 내뱉었다. "아주 훌륭한 추리네, 중위. 부족한 정보로 그런 추리를 하다니. 훌륭한 탐정이군."
교통순경이 도착해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도로를 정리하자 차량들이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전기사가 엑셀을 밟자 디젤 엔진이 묵직하면서 조용한 소리를 내며 검은 관을 움직였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자네는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네. 다음부터는 서류를 끝까지 읽는 습관을 가지게나."
천천히 세종대왕로를 지나 승전로로 진입하자 창문 너머로 하얗고 붉은 건물의 모습을 보였다. 승전문은 제국의 중심 도로에서 언제나 고고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것은 승전문의 의무였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창 밖의 풍경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대한 문의 안쪽에는 무수히 많은 글씨들이 새겨져 있어 마치 중동의 벽화를 연상시켰다. 전쟁에서 사라진 이들은 이곳에서 영원히 기억되었다. 그렇게 영혼들은 작게나마 위로를 받았다.
승전문에 새겨진 이름들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 문서의 마지막 다섯 장은 자네에 대한 것이네. 그 배신자에 비하면 관심을 덜 받고 있으니 아쉬운가?" 나는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자신의 보고서라는 소리에 그의 눈동자가 길을 잃고 헤멨다.
"그 문서 좀 주게. 1956년 인천에서 태어나 왕실친위고등학교에 진학. 그 후 친위대학을 차석으로 졸업. 1974년에 졸업 후 친위대 방첩1국 소위로 입관. 꽤 마음에 드는군." 친위대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때 가장 요구되는 것은 정확하고 정직한 내용이다. 그런 보고서에서 가장 정확하고 정직한 부분을 읽어나갔다.
"휴게실에서 도청된 내용, '경무국의 느린 일처리를 비판'. 복도에서 도청된 내용, '방첩2국의 이 대령을 비판'. 아, 이 대령이 까칠하긴 하지. 그래도 자네 직속상관에 관한 건 없어서 다행이군. 중위, 보고서의 내용보다 중요한 건 보고서가 작성되었다는 사실 자체라네."
국가과 상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이 요구되는 친위대의 중위가 나를 바라봤다. 군부는 친위대를 까마귀라고 부르곤 한다. 그러나 지금 불길하고 저주 받은 검은 새는 보이지 않았다.
"보고서는 위험인물을 대상으로 작성되기도 하지만 상부에서 관심을 가지는 인물을 대상으로 작성되기도 하지. 다행히도 이번 경우는 후자라네. 그러니 너무 긴장하지 말게." 그의 겁에 질린 모습에 나지막하게 웃음이 나왔다. 내 말을 들은 중위의 표정에는 안도감이 드러났다.
"나는 친위대의 수장이긴 하지만 모든 친위대원들을 알지는 못하네. 당연한 소리지. 어떻게 수천, 수만명에 달하는 친위대원들을 기억하겠나. 하지만 몇몇 특별한 대원들은..." 생기가 담긴 갈색의 눈동자 안에 까마귀가 비췄다. "그들은 기억한다네. 절대 잊을 수 없지."
02
승전로에서 문종대왕로로 진입해 10여 분을 가면 한성의 녹색 빛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숲에선 글자로 기록조차 되지 않은 과거의 사람들이 과일을 따고 사냥을 하며 부족을 이뤘다. 고대의 국가인 신라가 통일을 이룰 때도, 신라가 고려에 의해 몰락하고, 그 고려가 조선이 될 때까지. 그리고 제국이 된 현재까지 함께 해온 동반자였다. 숲이라는 환경은 대한에게 그런 존재였다.
전쟁이 끝나고 한성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한성의 자연은 예전보다 울창해졌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겪던 환경문제를 해결하자는 폐하의 혜안에 의한 것으로 기억된다. 덕분에 한성 시민들은 선조들이 지켜오던 자연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500여 년 전, 선왕들께서는 사냥을 하며 수많은 신하들과 함께 숲을 찾으셨다. 그리고 20여 년 전에는 제국을 지키던 이들이 숲에 숨어든 붉은 짐승들을 사냥하기 이곳을 찾았다. 그들 중 일부는 이 대자연 속에 남아서 영면을 취하고 있다.
비포장도로에 차가 세워지고 중위와 나는 숲 속을 걸어갔다.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작전이 진행되었을 때 사용되었던 길이었다. 잡초들이 높게 자라나고 나무의 뿌리가 자리잡아 모험되지 않은 곳을 개척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약돌이 발과 부딪히고, 나무의 뿌리를 밟고, 붉고 푸른 이름 모를 꽃들과 열매들을 지나쳐 산의 중턱까지 올라왔다.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해 도시가 잘 보이지 않던 숲 속 길과는 달리 탁 트여 도시의 풍경이 한 눈에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황실 궁전을 중심으로 퍼진 한성의 넓은 시내가 주변 나무들과 함께 절경을 이뤘다. 그리고 그 절경 속에 작은 비석 일곱 개가 섞여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렸다.
비석은 긴 세월 동안 관리되지 않아 돌받침에 이끼가 자라나고, 비와 바람에 깎여져 나가서 깨진 돌조각들이 주변 잔디 위에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섬세하게 조각되었던 처음의 모습은 아직 남아있어 아직 자신은 살아있다고 호소하는 것만 같았다.
중위는 한성에서 볼 수 없는 목가적이며 몽환적인 풍경에 이 순간을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최대한 눈에 담아두고 있었다. 나는 바쁜 그를 뒤로 한 채 비석을 향해 걸어갔다. 그 누구의 방해 없이 자라난 잔디와 작은 꽃이 밟히며 깊은 자국이 생겨났다.
중심에 있는 비석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위로 자라나 비석의 이름을 가린 이끼를 손으로 긁어 치웠다. 흰 장갑에 묻은 이끼의 차갑고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코트의 안주머니에서 수통을 꺼내 투껑을 열었다. 그러곤 비석 주위에 수통을 흩뿌렸다. 알싸한 술냄새가 풍겨오고 붉은 꽃잎의 끝에 아침 이슬처럼 맑고 투명한 액체가 맺혔다.
구경하던 것을 멈추고 중위가 내 곁에 다가왔다. 젊은 군인이 중년의 군인에게 물었다. "이들은 누구입니까? 저는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들입니다." 현충원이 아닌 아름다운 산의 중심에서 이런 비석을 본 것이 신기한 듯 했다.
나는 비석을 응시한 채 대답했다."17연대 소속 장병들이네." 17연대. 짧은 설명이었지만 더 설명할 것도 없었다. 중위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비석을 바라봤다. 그러곤 잠시 고개 숙여 묵념을 했다.
죽은 자에게는 장황한 연설도, 휘황찬란한 묘비도 필요 없다. 그저 정면으로 마주보고 위로하는 것. 감사를 표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친위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중위의 짧은 묵념이 끝나자 나는 그에서 말했다. "이제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해주겠네. 자네의 추리처럼 친위대 상부에서는 시청의 보안 상태를 우려하고 있네. 그의 집에 설치된 도청기에선 의심스러운 사담이 도청된 적이 없거든."
공무원이 정신적인 문제로 치료를 받게 되면 친위대는 그에 대한 감시에 돌입한다. 도청기가 설치되고, 순경들은 그의 거주구역 주변을 특별순찰구역으로 지정한다.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의 일환이다.
"그런데 시청의 보안 상태를 검열했다간 놈들이 도망칠 게 분명하지. 눈치 하나는 좋은 녀석들이니. 자네는 지금부터 순경으로 위장한 채로 시청에서 이번 사건을 조사하도록. 놈들이 두려워하는 건 친위대지 순경이 아니야. 자세한 사항은 이 문서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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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동안 내용을 질질 끄는 느낌이 들더라. 참고로 지금 올린 건 2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