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검사가 소리를 높여 브붕이의 죄를 성토했다


살해는 계획된 것이다, 라며 운을 뗀 그의 장광설 앞에

배심원단이 술렁였고, 판사도 나지막이 혀를 찼다

정작 피고인석에 앉은 브붕이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법정 바닥을 기어가는 바퀴벌레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싸구려 변호인은 인파의 압박 속에 입을 다물었고, 무장한 경비들이 벌떼같은 군중을 헤치고 포승줄을 내밀었다

가엾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거리거리 내걸은 깃발이 바람에 세차게 흔들렸다


판사가 손을 내젓자 법정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브붕이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과는 달리, 그에겐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하나 남아있었다

왜 윾돌이를 죽였는가?


브붕이는 그때까지도 바퀴벌레의 움직임을 좇고있었다

반쯤 부러진 다리가 검사의 다리 사이로 사라진다

판사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왜 피해자를 죽였는가?


그제야 잠에서 깨어나듯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든 브붕이가 입을 열었다

정적

못을 잡아 뺀 듯 거칠고 깊은 목구멍 속에서 나오는 소리는 없었다

검사가 코웃음을 쳤고, 판사가 이를 갈았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어째서 죽인 거지?


브붕이도 알고싶었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고 싶었다

자신은 윾돌이를 죽이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브라운더스트를 삭제한 것 뿐이었다

천장을 치고, 용병들을 하나하나 팔아버린 후에, 한숨을 쉬고, 브라운더스트를 지우고, 데스티니차일드를 설치했다

일련의 과정들에서 브붕이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고, 실제로 그 주위의 인사들 역시 그를 동정했을망정 비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들'은 브붕이가 천장을 쳤을때 속죄하기를 바랐다

잘못을 깨닫고 속죄하기를 바랐다

빛바란 지폐를 꼬깃꼬깃 접어들고 보란 듯이 패키지를 사기를 바랐다

용병칸을 늘리고, 심호흡을 한 다음, 브라운더스트를 업데이트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브붕이는 그러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왜 그런거지?

중후한 목소리가 브붕이의 이마를 쳐 순간 브붕이는 뒤로 넘어갈 뻔 했다

소란했던 청중은 어느새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져있었다

시계는 어느덧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맘때쯤이면 길드전을 하고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후회는 되지 않았다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브붕이가 답했다

바람 때문입니다


분노한 청중이 경비들을 당기고 밀쳤으며

법정 바깥에선 피고의 사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려왔다

브붕이는 흔들리는 윾돌이 깃발을 보고싶지 않았다

해맑게 흔드는 그 모습이 싫어 바람을 택했지만

윾돌이는 흔들며 브붕이를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은 바람이 윾돌이를 흔들고 있었고

동시에 그의 정신마저 흔들고 있었다


판사의 의사봉소리가 법정을 뒤흔들었다

뒤돌아 선 검사가 대검을 뽑아들어 좌우로 흔들리는 브붕이의 목을 내리쳤다

이성을 잃은 몸이 뒤틀리고 활력을 잃은 머리가 뒤집혔다


브붕이가 바닥 위를 데구르르 굴렀다

흔들리던 깃발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시야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썼는데 먼개소린지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