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봐, 내가 뭐랬어! 무턱대고 막 뛰어들면 안 된다니깐!"

"하지만 노르헤야 님..."


"인간 주제에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아 줄래? 고작 캄피오네가 된 것 가지고 나와 맞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착각도 유분수거든!"

"...저쪽에 길이 보입니다만."


지크는 창을 든 오른팔 대신 턱짓으로 어둠 저편을 가리켰다. 그란힐트는 손을 움직여 그쪽을 향해 구체를 이동시켰다. 여전히 새까맣지만 간신히 통로라는 것을 알아볼 수는 있을 만한 공간이 거기에 있었다. 노르헤야의 얼굴이 확 붉어졌으나, 다행히 어둠 속에서는 서로의 표정을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 지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가시지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한쪽밖에 남지 않은 팔로 힘차게 창을 들어 올려 어깨에 짊어진 지크는 통로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기 시작했다. 인상을 찌푸린 노르헤야가 종종걸음으로 그를 쫓아가고, 그란힐트는 날개를 펼치려고 했다. 하지만 발키리 소녀는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이 지독한 공간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끈적한 공기가 깃털 하나하나에 엉겨 붙는듯한 느낌이었다. 차라리 그냥 달리는 편이 나으리라.


"흥."


지크 곁에서 걷기 시작한 노르헤야는 고개를 휙 돌렸다. 두 사람에 비하면 한참 작은 보폭을 열심히 놀린 그란힐트는 겨우 합류할 수 있었다. 숨을 고르는 그란힐트의 눈에 꼼지락거리는 여신의 손이 보였다. 마치 무언가를 잡고 싶어 하는 것 같은.


그란힐트는 열심히 생각한 끝에 답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창조자를 향해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물었다.


"노르헤야 님은 어둠이 무서우신가요?"


"뭐? 그럴 리가 없잖아!"


노르헤야는 안쓰러울 정도로 허둥대었지만 그란힐트는 여신의 기이한 행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대신 그란힐트는 여신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으으."


순수함으로 가득 찬 어린 발키리의 표정을 보고 신음을 흘린 노르헤야는 이내 무서운 눈으로 지크를 노려보았다. 지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지ㅗ송합니다. 저는 팔이 하나뿐이라."


"누,누가 네 손을 잡고 싶다고 했어!"


지크는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노르헤야가 화나서 소리치는 것을 보자 그란힐트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맞압은 여신의 손은 따뜻했고, 지크의 뒷모습은 듬직했다. 그들이라면 통로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악의에도 절대 지지 않으리라.



그란힐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날개를 흔들었다.



-나레사가 들려주는 세계사 3화-



순애 야스 스토리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