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살다가 초중고 전부 한 지역에서 졸업하고


그냥 시간 흐르는 대로 여러 일들 전전하면서 살아왔는데


21년 여름에 진짜 이대로는 못 살겠다 싶어서, 그간 모았던 돈들이랑 나머지 보태서


그냥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 해보기로 결심하게 되었음


자격증이야 씹덕만화 자주보고 고등학교때 관심생겨 따뒀던 JLPT도 있으니


일본에서 다른 것들도 많이 배워보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상경하게 됨


맨 처음에 나이제한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딱 커트라인은 넘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 후 무엇이 더 필요한지 사전조사 철저히 하고 난 뒤에 계획을 천천히 진행했는데


그래도 20대 초반에 벌어뒀던 돈들이 좀 있는터라


22년도에 적절히 일 처리하고, 방도 무난한 곳 하나 잡고 살게되었음


도쿄까진 아니여도 가와사키에 괜찮은데 있어서 거기서 살게 됨


맨 처음엔 일본어 자격증도 따서 자신감도 넘쳤었는데


호텔리어로 일하게 되니까 진짜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일하더라


청소부는 대부분 동남아 외노자였고


그래도 난 일본어 할줄알아서 그런가 비슷한 일 하면서 룸서비스랑 접객을 도맡아 했음


그렇게 한 4달쯤 일했을땐 일어도 술술 나오고, 가끔 한국인들 만났을땐 한국어로 안내 도와주고 접객하니까


동향 사람들 만나서 그런지 반가운 느낌도 들었었음


그렇게 휴일에 숙소에서 쉴때 (그 당시 사측에서 제공해주는게 신기했기도 했음)


가끔 과소비 하는 셈 치고 도쿄까지 가서 거리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마무리는 항상 카와사키역 앞에 술집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마시고 걸어서 돌아감


계산하고 가게 나오는데 이미 1차를 뛰었는지 취한 아재랑 어깨빵을 해버림


양복 입은걸로 봐선 어디 회사원같았는데 말을 존나 싸가지없이 하는거야


대충 한국어로 풀어보자면


앞 잘보고 똑바로 다녀라, 젊은 놈이 벌써부터 눈알이 안 보이는 거냐? 하더라


그래서 난 사과하고 제 갈길 가려는데 자꾸 날 붙잡고 시비를 걸더라고


사과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도게자 해라 이지랄을 하는거야


도게자라는게 존나 죽을죄 지었을때만 하는거라 상대한테 모멸감 주려고 쓰는 표현이기도 하거든


그래서 나도 꼭지돌아가지고 눈 부릅 뜨고 노려봤는데


뭐? 해볼거냐? 치려고? 이러길래


갑자기 여자 한명이 와서 말리더라고


그 여자가 아저씨한테 말을 하더라


저 사람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을 하는게 맞는거냐?


지금 아저씨 나이면 저같은 딸이나 아들이 있을텐데 당신 아이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하면서 말하더라고


주변 사람들도 슬슬 웅성웅성 하니까 상황 진정되고


아저씨도 사과하고 나도 사과하면서 악수하고 마무리 함


만약 거기서 진짜 싸웠으면 입국비자 날려먹었을거라 생각하니 존나 오싹하긴 했었음


그래서 가게 밖으로 나와서 그냥 자판기에 돈넣고 칼피스(밀키스같은 음료) 한캔 마시고 있었는데


마침 그 여자가 딱 걸어오더라고


그래서 그분 붙잡고 감사인사 나눴었음


방금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일 일어나지 않고 잘 해결되었네요. 하고 꾸벅 인사함


자기가 어지간하면 불의를 보고 못 참는 성격이라 도움을 준거라 하더라.


그래서 그분이랑 조금 대화 나누다가 헤어졌는데


다음 날, 그때가 딱 일요일이였는데 카와사키역에서 또 마주친거임


어머, 또 뵙네요. 하면서 천천히 대화 이끌면서


혹시 시간 비면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라도 나눠보고 싶다, 커피는 감사의 뜻으로 내가 사겠다 하고 카페로 감


그래서 어떤 일 하는지 물어도 보고 그랬는데


자기가 경시생이라 하더라고


정의감이 넘치시는 분인데 경찰이라니 정말 멋지시네요 하고


서로 알아가는 단계에서 웃음꽃을 피웠음


그렇게 서로 라인메신저 교환도 하고, 서로 일 하거나 일과시간때 어떤 일을 겪었는지


다른 때는 시간내서 주말에 만나 얼굴 보고 지내면서 여러 날들을 보냈음


그렇게 한달, 두달... 시간이 더 지나니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와버렸음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딱 끝나갈 시기에 사정 담아서 이야기를 했음

(일본워홀은 비자연장 못 함)


마지막 날에 데이트 할때


마지막으로 도쿄를 조금 더 돌아보고 싶다 내가 부탁했었거든


그렇게 유명한 관광지들 돌아다니고


저녁에 카와사키역 처음 만난 곳에서 마지막으로 같이 술 마시고 헤어짐


그 뒤에 한국으로 귀국해서도 서로 연락 나누고 잘 지내다가


귀국하고 반년 뒤 쯤인가 경찰 합격을 했다 하더라고


그래서 축하한다고 인사하고, 일본으로 한번 내려와서 제복 입은 모습 보고싶다 하고 이야기 나눴었음


그러다 합격하고 한달 뒤에 갑자기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기더라


안좋은 일이 하나 생겨서 연락이 이젠 힘들거같다


많이 응원해줘서 고마웠었다 


라는 말을 남기더라고


그때 진짜 뭔 일이 있었는지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더라


그래서 메시지도 보내보고 다른 메신저 써가면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더라


단순히 변심으로 날 차버렸다기엔 그럴 성격도 아니였던거 같고


일이 얼마나 힘들었길래 애가 저런 소리를 했던건가 싶을정도로 속이 쓰리고 마음이 정말 아팠었음


지금 이렇게 글 쓰는데도 그때 생각이 나니까 진짜 속이 쓰린다


도대체 어디로 간거니


살아 있다면 제발 연락한번만 해줬으면 좋겠어












여자 이름은 스즈키 아야고 나이는 26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