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레이징 채리엇

1화: https://arca.live/b/bser/99477074

2화: https://arca.live/b/bser/100408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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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수업은 계속되었고, 시간이 흘러 현우와 유키가 야자까지 마쳤을 때는 어느새 해가 저물고 하늘이 어두컴컴해진 이후였다.

교문을 나선 현우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다가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라면 하교 시간만 되면 유일하게 즐거워하던 현우가 하교 때까지도 이렇게 심란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의아해진 유키가 현우에게 물었다.


"야, 장현우. 너 왜 그래? 오늘 오후 내내 표정이 영 안 좋던데. 설마 바냐 때문에 그러는 거야?"

"...."


하지만 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앞을 바라보더니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이에 더욱 이상함을 느낀 유키가 그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현우가 뭔가를 직감한 듯 다급하게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당장 오른쪽으로 피해! 빨리 피하라고!!"


유키는 순간 그가 이러는 이유를 몰라 당황하면서도 그가 시키는 대로 재빠르게 오른쪽으로 비켜섰고, 이내 그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이크를 탄 거구의 사내 하나가 그들을 들이받기 위해 전속력으로 그들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이크의 형태가 어딘가 이상했다. 군데군데 가시와 집게, 이빨과 같은 흉기가 덕지덕지 달려 있는 점이나 괴물과 같은 얼굴을 햔 바이크 머리 부분을 봤을 때, 그것은 보통의 바이크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흉악한 물건이었다.


"X발, 뭐야 저게?!"

"저거에 들이받히면 아무리 운이 좋다 한들 최소 치명상이겠는걸...!"

 

그러는 사이 바이크는 다시 U턴을 해, 다시 그들 쪽으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저 바이크의 탈을 쓴 흉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현우가 피하기는 커녕 주먹을 불끈 쥐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그러는 사이 바이크는 점점 현우를 향해 가까워지고 있었다.

"젠장, 나도 이젠 모른다! 선빵필승!!"


그렇게 말하는 순간, 현우의 그림자 속에서 불꽃을 휘감은 붉은 인간형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마치 야성적인 육체미를 과시하는 건장한 체격의 고대 전사를 연상시키는 장발의 머리와 노출이 많은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은 치우천왕 혹은 용면와로 알려진 기와 유물에 새겨진 얼굴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에 놀란 바이크 운전자가 감속을 하는 틈을 놓치지 않은 '그림자'는 불을 휘감은 주먹을 내질러 바이크를 날려 버렸다.

"오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유키뿐 아니라 하교하던 학생들 모두가 당황했다.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난 바이크 운전자는 헬멧을 벗더니 나가떨어진 바이크에서 거대한 방망이 하나를 꺼내든 채 두 사람 쪽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과연, 아글라이아에서 제거 대상으로 지정한 "전차"의 타로 카드의 섀도우 구사자답구만. 하지만 이건 의외인걸? 이 정도의 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니 말야!"
"뭐? 뭐야?"


갑자기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남자의 반응에 당황한 현우와 유키. 그런 둘의 반응을 본 남자는 방망이를 자신의 어깨 위에 올리더니 무척이나 껄렁한 말투로 둘을 조롱하는 듯이 말했다.


"아, 매그너스 스콧이라고 알랑가 모르겠네? 폭주족 그룹 Reaper & Wheel의 리더로 유명한데 말이야. 너희들을 죽이고 Dr. 에르샤에게 돈을 받기로 한 사람이다!"

바로 그때, 유키가 차분한 목소리로 태클을 걸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매우 싸늘했고,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당신에 대한 정보는 안 알려줘도 됩니다. 어차피 폭주족의 정보 따윈 그닥 알고 싶지도 않아요.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도로에서 이게 무슨 짓이죠? 여기서 이렇게 하다간 저흴 죽이기도 전에 난폭 운전 및 살인 미수로 경찰에 잡혀가는 게 먼저일 거 같은데 말이에요. 그리고 방금 아글라이아라고 했나요?"
"허, 참 나. 그래, 아글라이아가 너네들을 죽이라고 의뢰했다. 근데 그게 뭐 어쨌는데?"


둘의 대화를 거기까지 듣고 있던 현우는 문득 뭔가에 생각이 닿아 말했다.


"...잠깐. 섀도우라면, 네가 타고 온 바이크나 나한테 씌여 있는 이 악령 같은 뭔가를 말하는 거냐? 그게 맞다면, 그 아글라이아인지 뭔지 하는 놈들은 얼마전부터 내가 이 악령 같은 뭔가를 다룰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된 거지?"

하지만 매그너스는 귀찮다는 듯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 질문은 거기까지. 이제 곧 죽을 놈들한테 그런 걸 알려줘야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