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이 작고 고운 손을 내밀어 날 침대로 눕혔다

순간 이러면 안된다는 죄책감에 손을 뿌리칠까도 생각했지만, 황홀경에 젖은 혜진의 얼굴에 피어오른 홍조를 보고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제 몸에 씌인 악귀를... 부디 당신의 것으로 제령해 주세요."

그리 말하며 어색한 손놀림으로 벨트를 풀어 헤치려한다

"부족한 몸이지만 최선을 다할게요."

무뚝뚝한 말투에 얼핏 들어난 기대감, 그리고 다급함

그토록 무미건조했던 혜진이가 몸을 섞고자 서두르는 모습에,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꺄앗."

결국 성욕을 이기지 못하고 혜진의 어깨를 붙잡아 침대에 걸치게 떨어트렸다

반쯤 풀어헤쳐진 저고리에 천을 당기자, 얼핏 보이던 새하얀 속살이 시야를 빼곡히 채운다

평상시 보이지않던 부족함이 없는 가슴

달오른 성욕과 열기에 빨게진 겨드랑이

홍조 사이로 흐르는 땀 한줄기

"제 처음을 당신에게 받치겠습니다."

내 뺨으로 손을 올리고 지그시 올려다본다

"원하시는 만큼 하셔도 좋습니다. 물건처럼 다뤄도 좋습니다. 어느때든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전 이제 당신의 소유물이니까요."

살며시 미소짓고 입술을 맞춘다

구강 속으로 들어온 혜진의 작은 혀끝이 노크하듯 혀바닥을 두드린다

이윽고 우린 동아줄을 옭아매듯 서로의 혀를 섞고, 시음하듯 오랜시간 타액을 맛봤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침이 길게 늘어지며 혜진의 입술로 떨어진다

"소녀를 탐할 준비는 되셨나요?"

혜진은 도발하듯 묻고는
흡혈귀처럼 혀끝으로 입술에 묻은 침을 핥으며 제촉했다

이에 난 혜진의 귓가로 입을 가져갔다





"자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