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생지옥, 그곳은 바로 루미아 섬입니다.
내키지 않아도 남을 죽여야 하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헉...... 헉....... X발......!"

오늘도 목숨을 판돈으로 삼는 서바이벌이 벌어지는 루미아 섬, 한 소년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 악물고 달리고 있다.
소년은 이미 피투성이가 된 동료의 시체를 뒤로 하고 달릴 뿐이다.
총성이 울리자 달리던 소년은 그대로 비명도 못 지르고 엎어진다.

"그 몸 상태로는 멀리 못 가지. 피할 수는 없을 거다."

소년이 도망치면서 흘린 핏자국을 따라온 남자는 잰 손놀림으로 새 탄환을 장전하고 주저앉은 소년에게 다가간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유언을 묻는 남자에게 소년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든다.

"좆 까 X발련아. 카악~ 퉤! 비겁하게 총질이나 하는 X끼...... 쏠 거면 깔끔하게 헤드샷으로 보내줄 것이지 꼭 지랄 맞게 다리나 쏘고 자빠졌네. 빨리 죽여 이 X새끼야."

피가래를 내뱉으며 욕지거리를 내뱉은 소년의 머리 앞에 총구가 겨눠진다.
이윽고 총이 불을 뿜어내며 불쌍한 희생양의 숨통을 끊었다.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소년은 자신이 쓰러졌던 그 섬에 다시 발을 내디뎠다.

무기와 식량, 그리고 식수를 찾아 바쁘게 돌아다닌다.
이 섬에서 행동이 늦어짐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누군가보다 늦어서 아까도 꼴 사납게 뒈지지 않았는가.

정확히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뿐.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죽었는지는 기억이 또렷하다.
마음 같아선 저번에 날 죽인 그 녀석에게 복수도 해 주고 싶다.

그런 소년의 앞으로 한 소녀가 도망치고 있다.
소녀가 멘 활 가방에 달린 고양이 굿즈, 그런 굿즈와는 어울리지 않는 붉게 물든 세라복.

소년의 머릿속이 지끈지끈 아파 온다.
분명 이거랑 비슷한 상황이,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총성이 한번 더 울리고서야 정신이 든다.
잽싸게 옆의 수풀로 몸을 던지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상황을 파악한다.

더 도망치지 못하고 주저앉은 소녀, 그런 소녀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남자.
그런 남자의 손에 들린 단발식 소총.

저 장면 굉장히 익숙한데? 소년은 선명한 머릿속 광경을 재생해 본다.
자신의 머릿속 광경 속에서, 쓰러진 자신의 모습은 저기 똑같이 주저앉은 소녀의 모습과 굉장히 비슷하다.
그때도 한방에 죽이지 않고 일부러 질질 끌어서 고통을 줬었는데.
저 소녀도 마찬가지다.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더러운 상황을 다시 눈으로 보는 것은 사절이다.

"마지막 유언은?"

말도 제대로 못 한다.
틀렸다. 저 소녀는 오늘 죽는다. 마치 소년 자신이 죽었던 것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튀어나간 소년은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남자의 오금을 걷어찬다.

땅도 박살내는 각력으로 인체에서 약하기로 소문난 부위인 오금을 걷어찬 결과물은 끔찍했다.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남자가 그대로 쓰러진다.
일어나려는 시도를 하지만 헛수고다.

"이제야 기억이 났네. 그땐 재밌었냐? 이 X발 새끼야? 이번엔 전세 역전이다."

쓰러진 상황에서도 총을 집어 반격하려는 남자의 마지막 발악을 분쇄하듯, 남자의 손을 있는 힘껏 짓밟는다.

"이걸로 날 쏘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 재밌던? 난 뒤지게 아팠는데."

총을 빼앗아 들고 그대로 남자의 머리에 겨누고 냅다 쏴버린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분명 복수를 했는데도, 기분이 상쾌하지가 않다.
심지어 저 자식은 나를 죽였었는데, 그에 걸맞은 복수를 했는데.
어째서 기분이 풀리는게 아니고 더 찝찝한 거지?

결국은 죽이고 죽여도 다시 살아나서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될 저주받은 운명이라 그런 건가?

...... 하 X발.
이딴 곳에서 뒤져 봐야......
의미가 전혀 없겠지만, 그래도.......
잠깐이라도 안식을 찾을 수 있다면.
길진 않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단 몇 시간이라도 쉴 수 있다면.

난 이 지옥같은 곳에서 도저히 살아나갈 자신이 없다.

끝없이 나를 살려내는 저기 연구원들이 미울 따름이다. 

....... 하 씨발. 엄마 보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이젠 그만 쉬고 싶다. 발 뻗고 편히 자 본 적이 얼마만이더라?

".....?! 야! 거긴 금지구역이라고! 어딜 가는거야? 야! 돌아와! 거기 가면 죽는다고!"

30분 후.......

"실험체 14M RFT04, 금지구역 카운트 초과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현재 남은 생존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