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아 섬의 생존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의 개발 일지는 루미아 섬 2탄입니다.


루미아 섬 1탄에서 예고한 대로 오늘은 지역과 지역의 연결 동선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맵과 지형을 설계하는 일을 보통 “레벨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루미아 섬이 처음 만들어질 때에는 FPS 장르의 레벨 디자인 문법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아무래도 배틀로얄 장르가 FPS 게임이 많았고, 현대적인 배경이다 보니 건축물이나 도로, 방해물 등의 오브젝트의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쿼터뷰 장르의 레벨 디자인을 해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지금 루미아 섬의 레벨 디자인에서 가장 아쉬운 요소 중 하나는 갈림길이 없는 긴 외길입니다. 이런 지형이 FPS에서는 우회로가 되거나 스나이핑 존이 되기도 하는데, 성장을 멈추면 뒤쳐지는 루미아 섬에서는 가기 꺼려지는 지역들이 되고 전술이 단조로워지는 지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지형은 등 뒤에서 바라보는 TPS 뷰로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지형이지만,



이터널 리턴의 뷰에서는 느낌이 전혀 달라집니다. 기본 캐릭터 시야로는 아예 상대가 안 보입니다.



카메라로 적을 포착을 하더라도, 지형을 이용해 나올 수 있는 구도가 무척 한정적인 편입니다.



적 조우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파밍이나 사냥 등을 목표로 길에 들어선 후에 “이 길이 아닌가보다”라고 깨달았을 때의 선택지가 적기 때문에 좋은 동선이 아니었습니다.


디테일하게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이 있지만, 아주 단순화 해서 표현하면, 루미아 섬의 토목 공사를 통해 갈림길이 없는 U자형 지형과 I자형 지형을 줄이고자 합니다. 대신, T와 A 등 갈림길이 있는 레벨(지형)을 늘리는 걸 목표로 하게 되었습니다.



선으로 표시된 부분은 유의미한 갈림길이 없는 I자와 U자 동선 중 정식 오픈 때 변경되는 지역들입니다.



이 중 빨간 선은 지난 1편에 소개된 공사장, 경찰서와 뒤뜰, 공장 등의 신규 건물이 열리면서 동선이 해소되는 지형입니다. 특히 골목길-번화가-절이 만나는 지점이 긴 동선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많은 공사가 집중되었습니다.


지역 간 동선이 잘 보이는 뷰로 다시 보여 드리면,





이렇게 갈래길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나머지 동선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레벨 디자인에서 가장 해결하고 싶었던 건 파란 선 부분, 즉 과도한 U자형 동선입니다. U자형 동선은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시 돌아 나와야 합니다. FPS에서는 U자 우회로가 시간을 소모해 포지션을 잡는 전술적 장치가 될 수 있지만, 교전 거리가 짧은 이터널 리턴의 전투 구도에서 U자 동선은 막다른 길이 됩니다. U자의 한 쪽 끝, 지역 사이의 통로 한 군데만 막으면 한쪽 방면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는 문제도 큽니다. 초반 탐색 중에는 U자형 동선의 중간쯤에서 재료를 다 찾아도, 왔던 길을 돌아 가거나 아니면 먼 길을 걸어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특히 항구-고급주택가-모래사장 라인은 아예 UUU 형태의 지형이 연속 되는데, 이제 이 세 지역을 잇는 신규 외곽 동선이 생깁니다.


먼저 창고(항구에서 분할된 신규 지역)와 고급 주택가의 연결선입니다.






신규 창고 건물이 추가 되고 고급주택가의 운석 착지점 근처로 쪽문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고급 주택가와 모래 사장 사이입니다.





이 쪽도 새로운 건물의 실내가 생겼는데, 고급 주택 답게 뒷문으로 해변에 연결 됩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기존 두 지점의 높이 차이가 매우 커서 토목 공사 중에서는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부분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 항구의 등대부터 모래사장의 고무보트까지 일직선으로 걸어 갈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양궁장도 U자 동선이 강한 편입니다. 골목길 방면의 통로가 이중화 되면서 위쪽 방향으로는 크게 돌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게 됩니다.





지역 구분상으로 양궁장은 아니지만, 양궁장 방면 진입로를 단순화하는 호텔 위쪽 지형도 학교와 연결되면서 동선이 풍부해졌습니다. 작은 건물의 통로를 열었는데, 호텔-학교-양궁장의 동선 다양화에 상당히 기여를 하는 편입니다.





지나친 U자형 동선이 해소되면, 기존 U자 안쪽으로 들어가는 플레이가 좀 더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먼저 온 손님이 있으면 야생동물 조차 남아 있지 않아 한참을 묵묵히 걸어야 하던 그런 길이 아니게 되면서,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진입해볼 수 있습니다.


지도에서 초록 선으로 표현된 동선 역시 갈림길이 적었던 긴 동선 입니다. 새로운 통로가 추가되면서 길이 다양해집니다.


먼저 공장과 성당을 연결하는 통로입니다. 공장이 동선의 갑갑함이 많이 느껴지는 편인데, 지난 번 소개 드린 공장 중앙 건물 내부 추가와 함께 이 쪽문이 추가되면서 상당히 다이나믹해졌습니다.





건물이 거의 없는 숲은 위 사례들만큼 긴 외길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갈림길이 적은 편이어서 장악 플레이가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가장 큰 숲 안에 길을 내어 변수를 크게 늘렸습니다.





지금까지 정식 오픈 때 적용되는 루미아 섬의 새로운 동선을 위한 토목 공사 내용을 대부분 소개 드렸습니다.


다만 루미아 섬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동선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 빠졌는데, 바로 연못입니다. 사라지는 지형으로 소개한 유형 중에 유일하게 “O”자 지형에 해당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레벨 디자인과 관련된 마지막 이야기인 연못은 별도로 “루미아 섬(3)” 편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자, 이제 맵의 변경 사항을 확인했으니 게임을 시작해볼까요? 다음 일지는 장식의 변화 편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개발 일지는 6월 2일 (금) 공개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