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아 섬의 생존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의 개발 일지는 루미아 섬 시리즈의 마지막인 연못에 대해서입니다.


연못은 맵 중앙의 큰 연못 때문에 무척 골치 아픈 지형입니다. 연못을 가운데 두고 거대한 O 자 형태의 지형입니다. 넓이는 무척 넓은데, O자형 구간이다 보니 대부분이 외길 구간이 길고 플레이가 단조로워집니다. O자형 지형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앙에 통로를 주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연못을 메워버리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만, 루미아 섬의 가장 특징적인 지형 중 하나인 연못이 사라지게 됩니다.


지역 수가 20개로 늘어나면서 처음 루미아 섬에 도착한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지형을 기억하는 게 조금 더 큰 일이 되었습니다. 양궁장이나 숲, 호텔이나 병원 같은 하나하나의 지역을 뜯어 보면 제법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20개의 지역을 한눈에 본다면, 좀 더 커다란 개성을 가지는 랜드마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중앙의 연구소는 맵 중앙에 있는 이질적인 컨셉 때문에 가장 먼저 머릿속에 각인 되는 편입니다. 학생인 경우에는 아무래도 학교가 자연스럽게 각인되기도 하고, 녹지가 두드러지는 숲도 눈에 띄는 편입니다. 이렇게 몇 가지 지역이 먼저 각인 되고 나면, 다른 지역들을 차차 시간을 두고 익혀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루미아 섬의 초기 각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물입니다. 바다와 연못은 파란 색깔 때문에 비교적 먼저 각인되는 편입니다. 가장 처음에는 루미아 섬에 대한 인상이 이런 형태로 몇 개의 랜드마크 위주로 남게 됩니다. 개인의 경험마다 편차가 매우 커서 서로 다른 건물이 기억될 수 있지만, 연못-연구소-숲 라인은 가장 흔하게 빨리 기억되는 골격입니다.



그래서 이런 초기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연못을 메우기보다는 기왕이면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을 더 살려 주는 방향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연못을 메우지 않고 O자형 지형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그다음 고려된 건 무수한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리 자체가 긴 통로인 경우가 많아서 개선 효과가 적고, 다리가 너무 많아지면 컨셉 적으로도 매우 이상하게 느껴지는 지형이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해 본 방안 중의 하나가 점프대였습니다. 미니맵의 파란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분명 하나의 장점이지만, 여기서는 플레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연못 한 가운데 O자를 가로지르는 점프대를 놓고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플레이 중에는 의외로 이질감이 적으면서도 교전 변수로도 꽤 활용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연못의 동선에 훨씬 더 많은 변수를 주면서 가장 어려웠던 O자 지형 문제를 가장 매끄럽게 해결해 주었습니다.





연못과 묘지를 연결하는 점프대도 설치됩니다. 이 점프대는 연못을 관통하는 큰 다리의 동선을 다양화하는 데에도 기여하지만, 묘지의 좌측부를 살리는 역할도 무척 큽니다. 연구소를 가로지르지 않는 한 묘지의 좌측부도 깊은 U자형 지형이었기 때문에 생명의 나무가 없을 때에는 들어가기 망설여지는 지형이었는데, 연못으로 통하는 점프대로 인해 이 영역의 활용도가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다만 이 점프대는 매우 긴 거리를 점프하고 지역이 바뀌기 때문에 한쪽이 금지 구역일 때에는 사용 시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다시 연못 내부로 돌아와서, 점프대가 연못을 관통하는 대동맥을 뚫어주지만, 그 외에도 연못 내에는 좀 더 많은 연결선이 필요합니다.


먼저 개울은 긴 이동기나 멧돼지를 이용해서만 개울을 넘을 수 있었는데, 이제 징검다리가 추가 됩니다.




연못 지형의 또 하나의 문제는 경찰서 쪽을 제외한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하이퍼 루프도 없었던 지역이라 옆 지역에 가기 위해서는 대체로 O자형의 긴 외길 구간을 걸어야 했습니다. 내부를 관통하는 점프대 외에도 주변 지역으로의 연결 동선을 다양화하는 게 매우 중요했습니다. 묘지로 이어지는 점프대도 같은 맥락입니다.


멧돼지가 있던 지역은 절로 연결되는 통로가 뚫립니다. 절부터 연못으로 연결되는 길이 정말 긴 직선 도로였는데, 중앙 통로가 뚫리면서 선택지가 다양해졌습니다.




소방서와 연결되는 통로 부근에도 길이 하나 더 뚫립니다. 루미아 섬에서 가장 “통로 장악”이 많이 일어나는 위치 중 하나였는데, 이 동선과 중앙 점프대 동선으로 이제는 상당한 변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병원과 연결되는 통로도 지름길이 하나 추가 되었습니다. 생명의 나무와 루프가 몰려 있고 병원과 절을 오갈 때 대안 동선이 없는 좁은 길목이라 “양각 구도”의 우범지대였는데, 추가된 통로로 이런 구도가 많이 해소됩니다.




한 가지, 연구소 외곽선도 게임 시작 시에는 안전지대이다가 차차 금지구역으로 지정되는 방안이 준비되었는데, 금지구역 알고리즘을 전면 재작업 해야 해서 이후 과제로 미뤄졌습니다. 연구소 동선이 초반에 개방될 수 있으면, 맵 중앙부에 다양한 동선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옵션이라 추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루미아 섬에 대해 세 차례에 나눠 소개해 드렸는데, 아무래도 아직 한창 개발 중이다 보니, 개발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레벨과 동선에 대한 부분이 주가 되었습니다. 소개 드린 부분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후반 작업들도 많이 있는데, 디테일한 배치들이 변경될 수 있고 사물의 퀄리티도 좀 더 좋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루미아 섬에 진행 중인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가 라이트맵입니다. 기존에는 사물에 비치는 빛과 반사면, 그림자 등을 실시간으로 계산했었는데, 이런 라이팅(lighting) 정보를 별도 코드화하여 덧씌우는 방식으로 부하를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를 통해, 최고 사양 기준으로 물리 연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최적화가 개선되는 효과를 가집니다. 루미아 섬 배경만 놓고 보면 이 라이트맵만으로도 현저하게 개선되지만, 최적화 문제에서 더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 UI와 캐릭터 쪽이라서 이후 “프레임 보고서” 편에서 좀 더 종합적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음 개발 일지는 캐릭터(2) 편입니다. 지난 1편에 이어 소개 드릴 캐릭터의 변화된 모습들을 많이 기대해 주세요!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개발 일지는 6월 13일 (화) 공개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