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낡은 단검 그걸 집은 순간 그녀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육체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힘들어졌다 이젠 자신도 모르는사이 피칠갑을 하고 있던 순간도 있었다


그녀는 제정신일때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찾으러갔다 그리고 한 남자를 만났다


"이곳이라면 널 죽여줄 사람이 아주 많아 그리고 외부와 철저히 단절되어있지"

"악령이 폭주해도 일반인이 죽을일은 없을거야"


이안은 그렇게 루미아섬으로 들어왔다 

언젠가 자신에게 죽음 이란 구원을 안겨줄 사람을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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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아섬에 온 이후 증세는 점점 더 심해져갔다 처음으로 만난 사람..아니 실험체는 날 보자마자 총으로 쏴버렸다

그 이후 기억은 없었다 그저 짙은 피냄새와 방금 마주친 사람의 시체가 덩그러니 놓여있을뿐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내게 적대적이었다 정말로 아무 망설임없이 날 죽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안심했다 언젠가 눈앞의 화면이 암전 되고 그대로 눈을 뜨지못하는날이 올것같아서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기대를 배신했다 눈을 뜨고 보이는 광경은 언제나 피로 얼룩진 처참한 풍경이었다

아무리 반복해도 사람을 죽이는 감각엔 익숙치않았다 쌓여가는 죄책감과 죄악감 


악령의 끊임없는 귓속말은 정신을 붕괴시키는데 매우 탁월했다 이대로 모든걸 놓아버리고 싶을정도로

결국 난 밖에서도 그랬던것처럼 아무도 찾아오지않을것같은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오늘도 죽음이 내곁에 다가오길 바라오며 그렇게 눈을 감으려할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풀숲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 안쪽으르 들어가는건.."

"추격을 확실히 피할려면 어쩔수없었어"


훗날 자신을 현우와 혜진이라 소개했던 이들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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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는 이안을 보자 끔찍한 몰골에 경악하고 말았다 피로 물들여 본래의 색이 무엇인지 알수없는 옷들

오랫동안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못한듯 짙은 다크써클과 초점이 안맞는 동공 


어딜보나 제정신인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물러날수없었다 

최대한 조용히 대화로 풀어나갔어야했으나


이안은 발작에 가깝게 자신에게 다가오지말라고 소리치며 더 이상 사람을 죽이고싶지 않다고 외친다

현우는 최대한 자극시키지않도록 진정하라며 천천히 다가갔지만 그럴수록 강하게 밀어내는 이안이었다


혜진은 한숨을 한번 쉬며 이안에게 부적을 날렸다 그러자 이안은 거짓말같이 악령이 진정된걸 느낀다

혜진은 강제로 억제하는것뿐 증상을 해결할려면 유능한 퇴마사가 필요하다며 임시방편일뿐이라 강조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악령에게서 해방된듯한 감각 불안감에 떨지않아도 되는 이 순간이

이안에겐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자신도 모르는사이 눈물이 흘리는지도 모르고


"어..? 혜진 너 애한데 무슨짓을 한거야"

"하아 신체에 딱히 문제가 있는건 아닙니다"


간단한 대화가 오고 간 후 그들은 우선 이안의 옷부터 새걸로 구하자고 결정했다

이안은 그들과 떨어질려했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이끌고가는 현우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그리고 제대로된 요리를 제공하자며 낚시도 같이 하고 함정을 파서 야생동물을 잡기도 했으며

과일을 채집하기도 했다 


자주 정신줄을 놓던 이안은 요리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쌩으로 대부분 식사를 처리했기에

이런 경험들은 귀중하고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야밤에 이안은 스스로 보초를 서기를 자처했다 아무리 부적의 효능이 영험하다한들 함부로 수면을 취할순없었다

현우는 그래도 수면은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혜진도 이안의 의견에 동의하며 부적으로 억누르는것도 영원하지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잠들었다 생각했을때 이안은 조용히 자리를 박차고 두 사람의 곁을 떠날려고했다


"잠깐 어딜가는거야"


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안은 그대로 전력질주를 감행했다 그러나 악령의 힘을 빌리지않은

평범한 여자의 몸으로 성치않은 육체론 건장한 남자를 제치는건 불가능했다


현우는 이안을 두손으로 포옹하듯 붙잡았다 이안은 발버둥쳤지만 끝내 체력이 한계에 달했다

이안은 왜 자신을 내버려두질않냐고 물었다 


"으음...그야...동정심?이 든달까 도와주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안은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손을 내미냐고 물었다


"그럼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너에 대해서"


이안은 현우의 올곧은 눈에 한참을 서 있다 결국 입을 열었다


악령이 깃든 물건을 만지고 나서 모든게 변해버렸다는 이야기 

수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손으로 헤쳤다는 사실

언제나 자신의 죽음을 바란다는 염원


이안은 그저 자신을 그저 살인자라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다고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한다고

자기자신에 대한 저주와 원념의 말들을 끊임없이 뱉어냈다


"넌 살인마가 아니야"


손에 묻은 피는 진실이라고 말했다


"그건 악령이 한거잖아 네가 한게 아냐"


그렇다 해도 자신이 사라져야할 이유가 희석되진않는다고 말했다


"사라져야할건 네 몸으로 나쁜짓을 하는 악령이야 네가 아니라고"


도대체 왜 그런말을 하는거냐고 만난지 일주일도 안된 사람의 뭘 알고 그러는거냐고


"이제 알았잖아? 네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이안은 가만히 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낼뿐이었다 현우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차례라며 말을 이었다


"난..아버지가 살인자야 그래서 살인자의 아들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왔어"

"믿었던 사람들조차 모두 등돌리고 그래서 하면 안될짓도 정말 많이했지"

"이 섬에 와서 사람을 죽인적도 있어 그땐 타인에게 버림받는게 너무나도 두려웠으니까"


현우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비슷..하다고 말할수있을진 모르겠지만 널 보자마자 어떤 동질감을 느꼈던것같아"

"어떤 대단한 이유가 있는건 아냐 그저 이 말을 하고싶었어"


"넌 살인마가 아냐 그냥..그...작고 기여운 여자아이지"


현우는 그녀의 앞에 섰다 그리고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옷깃으로 살며시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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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현우에게 마음을 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적의 효능이 떨어져간다는걸 직감했다

아니 정확힌 악령이 부적의 힘에 적응해 다른 종류의 부적을 사용해도 의미가 없었다 


부적의 갯수를 늘려도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신체가 점점 붕괴할뿐이었다

끝이 다가옴을 느꼈다


"이제와서 하는말이지만 현우씨에겐 앞으로의 일들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혜진은 미래의 일을 어느정도 알수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미래는 결코 밝지않으며 모두에게 괴로운 결과를 줄거라는것도

그럼에도 현우를 말리지 않은 이유는 운명은 바꿀수없으며 바꾸려해도 다른 방식으로 결과에 도달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이 할수있는건 현재의 운명을 최선을 다해 맞이하는것뿐이라고

이안은 지금이라도 자신이 떠나면 되는거 아니냐고 묻지만 혜진이 말리지않아도 현우가 놓지않을거라고 말한다



실험의 끝에서 마주한 실험체는 자히르와 아야

평소처럼 현우가 전방에 서고 혜진이 활로 엄호하는 포지션으로 싸웠지만 자히르의 근접술은 현우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혜진은 아야의 사격술에 간단히 제압되어버렸고 아무런 힘도 없었던 이안은 무력하게 구석에서 기도를 할뿐이었다

위험한 순간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헤쳐왔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않았다



악령의 속삭임이 들렸다 

부적을 떼고

눈을 감으면

모든게 해결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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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너 진짜 쎄다...그래도 이정도면 나도 꽤 선방한것같은데"


눈을 뜨고 보이는 광경은 악령의 뒤틀린 손이 현우의 복부를 관통하고 있는 장면

아아...이안은 그대로 몸이 굳은채 다시 눈물을 흘릴뿐이었다


"그래도 숨이 끊어지기전에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야 그 악령이 일부러 몸을 넘긴것같지만.."

"정말 나쁜 악령이야 그치?"


현우는 입에서 흐르는 피도 아랑곳하지않고 가볍게 농담 따먹기 하듯 말을 이었다


"난..사람들에게 배신당하는게 두려웠어 살인자의 아들이란 말을 들으며 그들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난 결국 살인자가 되고말았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진심으로 믿을수있는 사람이 한명쯤 남았다면

나도 다른 길을 걷지않았을까 하고"


"내게..그런 사람이 되고싶었어"

"끝까지 곁에 남고싶었는데 미안"


점점 감겨오는 눈을 참으며 


"기억해줬으면 해 , 널 믿었던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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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전부다 네탓이라고

소중한 사람을 만들어봤자 부숴질뿐이라고

인연을 맺어봤자 그 끝은 피로 쓰여진다고


이안은 떼어낸 부적을 다시 자신의 몸에 덕지덕지 붙였다 

그리고 자히르가 썼던 단검을 손에 움켜쥐었다


이안은 어렴풋이 알고있었다 이 실험이 반복된다는걸 악령은 기억을 잃지않는다는걸

악령은 비꼬기 시작했다 자살해서 다시 시작해도 그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못한다고


이안 자신도 모든걸 잊고 전부 무로 돌아갈거라고


하지만 이안의 눈은 결의로 가득차있었다 악령의 기억은 이어지고 이안의 기억이 사라지는 이유

그건 언제나 악령이 실험의 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정신이 온전할때 이 실험을 끝낸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작은 희망을 움켜쥔채 


그에게 해야할말이 있다고 

망설임없이 목을 긋고 다시 실험을 시작하는


이안의 이야기를 보고싶다




*현우는 트라우마를 극복한 성숙한 현우로 가정

*자히르는 전작에서 아야를 만나 모든 실험체를 도륙내고 다녔던 기록이 있다

*이리에서 자히르는 원거리 실험체지만 전작 스토리에선 매그너스를 단 한번도 패배하지않고 살인했을정도로 강한 실험체다


나쟈와 아비게일이 만난 이야기

쇼이치가 아즈코를 만난 이야기

딥다크한 이리의 이야기를 보고싶다


또 뭔가 꼴리는 설정들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