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역사상 실바나스보다 더 논란 많은 캐릭터는 없었다. 실바나스는 군단 확팩에서 호드 대족장으로 임명된 후 이후 두개의 확팩동안 메인 악역으로 등장했다. 주요 전사들과 마법사들 중에서도 이 밴시여왕에 버금가는 출연을 한 캐릭터는 드물다.

유저들이 실바나스를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 동기가 해석이 불가능한 나머지 실바나스가 일관성이 없고 인위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런 말을 했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완전히 반대되는 말을 하는 식. 블리자드는 이런 데에 비판을 쏟는 유저들에게, 이건 다른 어떤 대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해왔었다.


그러나 와우의 가장 최근 시네마틱 발표 이후, 우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실제가 되었다 :

실바나스(스토리)는 그냥 개판이라는 것.



지난 주, 어둠땅은 작년 11월 론칭 이후의 첫번째 메이저 패치인 지배의 사슬을 진행했다. 이 패치는 실바나스를 마지막 보스로 하는 새 레이드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지난 몇년동안 이 밴시여왕의 악독한 계획이 뭔지 알아내고자 노력해온 유저들에게 대답을 주기로 약속된 전투였다.

그러나 실바나스 전투 이후 공개된 시네마틱은 유저들에게 카타르시스 대신 분노를 안겨준 것 처럼 보인다.


공식 시네마틱은 현재 4천개 정도의 좋아요에 비해 1만개가 넘는 싫어요를 받았으며, 와우 레딧은 시네마틱과 이 최악의 캐릭터에 대한 와우의(블리자드의) 집착를 비웃는 글들로 넘쳐난다. 레딧의 한 유저는 실바나스가 스토리를 망쳐놓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 시네마틱을 올린 원글에는 37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그 댓글 대부분은 이런식이다. 

"나 이제 왜 일리단이 군단 마지막에 튀었는지 알겠어.. 이 똥에서 억만년 떨어지고 싶었던거지." 


왜 유저들이 이렇게 화났는지는 위의 원 시네마틱을 보면 알 수 있다. 핵심은 실바나스가 '대의를 위해 어느정도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난 3년을 말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며 보냈는데, 그런 확신을 마지막 순간에 아무 명백한 이유 없이 버려버렸다는 부분에 있다.

또, 수수께끼의 메인빌런인 간수는, 자신을 실제로 저지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들을 끝장낼 수 있는 힘이 있었음에도 왠지 그러지 않았으며, 실바나스가 방금 자기 머리를 겨냥하여 화살을 쏘았음에도 그녀의 (나머지 반쪽?) 영혼을 돌려주고는 다음번 패치가 되기 전에는 유저들이 알 수 없는 장소로 다시 떠났다는 것이다.


그 오래된 기다림과 희망 이후 유저들은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었어야 했는데, 블쟈는 또 한번 드래곤볼Z를 표방하며 '다음 편을 위해 채널고정!' 이란 메시지를 날렸다.

왜 몇몇이 아닌 다수의 유저들이 화가 났는지를 알 수 있다.



실바나스(서사)의 문제점


실바나스가 워크3 이래의 주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격아에서 그녀의 서사는 매우 논란이 많은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호드 대족장으로의 승격 이후 심각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는데, 나이트 엘프 본거지인 텔드랏실을 뿌리까지 불태웠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죄없는 나이트엘프들이 학살되었다. 또 이는 곧바로 얼라이언스와의 전면전을 촉발시켰다.


많은 유저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녀의 전쟁범죄 공범이 되었던 호드 플레이어들은 분개했다. 그들은 실바나스의 독단으로 인해 다른 아무런 선택지가 없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선 자신이 속한 진영을 맘대로 포기할 수 없으며 바꾸려면 돈을 내거나 새 캐릭터를 키워야 한다.


격아 확팩 전 (가시의 전쟁) 시네마틱에서는 실바나스가 텔드랏실을 불태운다는 결정을 단 한명의 저항적인 나이트엘프에 대한 악의때문에 급 택한것처럼 묘사되었다. 그걸 보고선, 텔드랏실 방화는 단순히 사람들(캐릭터들?) 신경을 건드리기 위한 것이지 어떤 스토리적 깊이를 위한 것이 아닌 것이라고 느꼈다.

실바나스는 원래 규칙에 따라 움직인 적인 없긴 하지만, 이 부분은 그저 쿨하게 보이기 하기 위해 오바한것으로 느껴졌을 뿐이었다.


더 심각한 부분은, 격아에서의 블쟈 스토리텔링은 개연성 없이 짜증만 돋구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유저들이 따라갈 수 있는 하나의 선형적인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모든 스토리가 게임 외 책들과 영상들로 흩어져 있었으며, 호드와 얼라이언스 양 진영을 모두 플레이하지 않고서는 게임 내 퀘스트들로도 (스토리를) 다 알 수 없었다.

엄청난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는 전체 스토리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스토리가 얼마나 꼬여있었는지 서사적으로 중요한 부분들도 망쳐진 것 같다.

오래된 와우 유저들은 몇몇 던전 보스들에 대해 농담하길 좋아한다. 죽기 직전 '그만!' 이라고 외치고는 유려하게 ㅌㅌ하는 보스들 말이다. 격아는 이런식의 클리셰에 심각하게 의존한 스토리 진행이었다.


격아의 피날레 시네마틱 중 하나에서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연합군이 오그리마로 진군하여 실바나스 및 그녀를 따르는 추종자들과 대립한다. 이땐 마치 실바나스가 하나의 마지막 대단원의 전투를 보여줄 것 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사울팽과의 막고라 도중 실바나스는 너무 흥분하여 모든 사람 앞에서 호드를 깎아내렸다.

이 얼마나 충성심을 끌어올리는 멋진 방법인가, 또라이.


호드로부터의 지지를 잃었음을 깨달은 그 순간 실바나스는 갑자기 튀었으며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화해했고, 이후 실바나스는 어둠땅에서 메인 악역으로 등장했다.

그녀는 와우 버전의 사탄이라 할 수 있는 간수와 함께하고 있었으며, 간수는 나락이라 불리는 지옥으로 퇴출당한 뒤 그곳을 다스리는 존재였다. 여기서 실바나스가 텔드랏실을 불태우고 전쟁을 시작한 '진짜' 이유가 밝혀지는데, 간수와 실바나스의 빅 플랜을 위해 다량의 영혼을 어둠땅으로 보내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실바나스는 수백만명을 학살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빅 플랜을 위해 그들을 영원한 지옥으로 떨어뜨린 존재인거다.

뭐 존나 멋진 캐릭터로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이 정보들이 유저들에게 전달되는 방식들은 (진행 과정중에) 스토리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다.



즉, 유저들을 화나게 하는 건 확실한 정보를 받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어둠땅이 론칭한지 8개월이 지났는데 우리는 아직도 무엇이 진행되고 있으며 왜 진행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몇몇 컷신들을 가지고 실바나스와 간수가 생사의 순환을 감옥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깨려고 한다 같은 애매한 힌트들을 찾아내었을 뿐이다.


실바나스의 시각에서 볼 때 필멸자들은 자신들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 그들은 살고, 죽임을 당하고, 사후세계로 보내지는데, 거기서 해리포터의 기숙사 배정 모자같은 무언가가 유죄 판결을 내리고 몇몇 오싹하거나 호러스러운 사후세계들에서 영원을 보내게 만든다. 실바나스와 간수는 그게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멈추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한다 쳐도 대안이 있는건가? 어둠땅은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사안들에 관한 정보를 유저들에게 보여주질 않는다. 심각한 문제이다. 의문 뒤에 또 의문이 이어질 뿐이다. 두개의 확팩동안 유저들을 잡아놓기만 한 걸 보면, 이젠 블리자드가 제대로 된 스토리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질질 끄는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둠땅의 메인 퀘스트라인 도중에 실바나스와 간수는 아제로스의 다른 주요 캐릭터들을 잡아와서 조종하려고 시도한다. 결국 안두인을 영혼없는 노예로 만드는데 성공했으며 간수는 마블의 인피니티 스톤과 다를 바 없는 인장을 모으는 데에 안두인을 이용한다.

안두인이 (노예화되기 전) 실바나스와 대화하는 한 시네마틱을 보면, 실바나스가 안두인을 강제로 노예화시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 보인다. 뭐 워크3에서 실바나스가 리치왕에게 죽임을 당하고 강제 노예화된 후 현재의 언데드 밴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때문일거다.


웃긴 점은 간수가 바로 리치왕을 타락시킨 서리한을 만든 장본인이며, 실바나스도 그 서리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존재라는 점이다. 실바나스는 분명히 이걸 알고 있었을텐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간수와 결탁한 걸 보면)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실바나스가 갑자기 (안두인 앞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게 좀 이상한거다. 뭐냐, 제노사이드를 일으키고 전 아제로스가 휘말린 전쟁을 시작한 장본인이, 좀 이쁘장하게 생긴 안두인 한명 노예화 시키는 데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이제 왜 유저들이 스토리 진행방향에 대해 짜증을 느끼기 시작하는지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블리자드가 실바나스를 세탁시키기 위해 중요한 순간에 편을 바꾸게 하려는 것일까? 

당연히 그러시겠지.



실바나스의 운명


이번 주 초 유저들이 지배의 사슬 레이드를 완료했을때 그들은 간수의 계획이 종국적으로 드러나는 시네마틱을 보게 되었다.

몇몇 멍청한 진행에 의해 유저들은 실질적으로 간수에게 인피니티 스톤을 그냥 넘겨주었는데, 간수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하는 자신의 계획을 위해 그걸 쓰려고 한다. 무시무시한 해골복장으로 탈바꿈한 간수는 스랄, 제이나, 볼바르와 같은 주요 캐릭터들의 정신도 지배했다. 이 순간에 그는 실질적으로 막을 자가 없는 존재였다.


이 다음이 바로 블리자드의 최악의 스토리 진행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 완전한 승리를 맛 본 간수는 뻐기고자 하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모든 세계가 자신을 섬기도록 바꾸고자 한다는 진짜 계획을 주절주절 발설한다. 실바나스는 안두인을 바라보았고 누구나 예상했던 심리변화를 겪는다 - 아 물론 당연히 간수가 모든 힘을 되찾고 난 다음이지만.

실바나스는 명백하게 깨닫는다. 제노사이드를 일으키거나 사탄을 도운 것이 아마도 멋진 생각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리고 보잘것없는 화살 한방을 간수에게 날리며 말한다. "난 결코 섬기지 않는다."


근데 그게 지금까지 실바나스가 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이 오랜 기간동안. 실바나스는 정말로 그렇게나 멍청한건가?

실바나스가 쏜 화살은 무의미했다. 지금 간수는 실질적으로 신이며, 실바나스는 멀뚱히 서서 아무 소리나 내뱉고 있는데 우리는 그걸 보고 박수를 쳐야했다.


뭐 어쨌든 이제 모두가 죽게 될 상황에 처한거겠지?

아니, 아니다. 간수는 갑자기 실바나스에게 잘 대해주기로 마음먹고 실바나스를 산 자로 바꿀 수 있는 (확실한가?) 영혼을 돌려주고는, 모두가 그대로 살아있고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는데 포탈을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6개월 이후 새 패치가 적용되면 그를 죽일 수 있도록.(ㅋ)


장담하는데 우리가 간수를 죽일 순간이 되면, 그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을 것이다. 쨌든 우리를 위협으로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시점에 우리는 용군단 수장을 죽였고 불군도 끝장냈고 눈알괴물도 파괴한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리고 이제 인간성이 되돌아온 실바나스에겐 세탁될 순간이 찾아온 것 같다. 몇년 동안 유저들이 그 가능성에 대해 비판을 해왔건 아니건.




당신이 지난 몇년간 와우의 스토리를 상세하게 따라온 게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의 '반전' 이라는게 얼마나 실망스러운 것인지 완전히 알아보기는 힘들 것이다. 내겐 이 캐릭터들이 아무 생각없는 존재인 것으로 느껴지며, 스토리가 다음 맥거핀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촌철살인처럼 보이는 대사들을 내뱉도록 만들어진 도구들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시네마틱으로부터 알게 된 여러가지 서사에 대한 답이나 위로를 얻는 것은 또 금지되었다.


격아 이래로, 와우는 심각하게 꼬인 스토리를 몇몇 짧은 시네마틱을 통해 조금씩 주입시키는 말도 안되는 진행을 이어왔고, 이제 이것들만으로는 결합해봤자 어떠한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지도 않는 상태이다.


나는 아주 빠르게, 더 이상 와우 세계나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신경쓰는 것을 포기하는 지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것은 종국적으로 내가 왜 아직도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왔다.

이 시네마틱에 대한 여러 커뮤니티에서의 부정적인 의견들에 비추어 보면, 나 혼자만 그런건 아닌 것 같다.


https://www.pcgamer.com/world-of-warcrafts-latest-cinematic-is-a-narrative-disaster-and-players-hate-it/









이것이 한국판 영상





개노답 삼남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