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나히메가 스토리 중반부에 잠시 도읍의 집으로 돌아와서 잠을 청하는 장면.


여기서 주인공 사쿠나가 덮고 있는 '이불'의 형태에 의아함을 느낄 수가 있다. 저 담요를 보고서 별 이상한 모양을 가진 '이불'을 덮고 잔다, 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사쿠나히메가 덮고 있는 저것은 '이불'이 아니다. 이불 대용으로 쓰는 '옷'이다.


실은 '이불 대용'이란 표현부터가 시대상을 고려하면 고증에 맞지 않는 표현으로, 왜냐하면 옛 일본은 메이지 시대 이전까지 솜을 채운 이불이란 침구의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중세의 일본인들은 무엇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는가? 바로 저거다. 저 '옷'을 덮고 멍석을 깐 다다미에서 잤다.


혹시 찢어지게 가난한 평민들만 옷을 덮고 잤고 고위 계층들은 이불을 덮고 잠을 잤는가? 아니다.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옷'을 덮고 잤다. 가마쿠라 시대에서 무로마치 시대로 넘어가며 옷에 솜을 넣는 개량만 이루어졌고 에도 시대 중기 쯤에 겨우 이불이 등장, 그리고 앞서 말했듯 메이지 유신으로 서구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이불이 보편화되어 정착될 수가 있었다.


인류사에서 필요가 꼭 발명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례의 하나가 아닌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