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리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라우리는 숲길을 빠져나왔다. 그의 품에는 어느새 곤히 잠든 아이가 안겨 있었다. 규칙적인 아이의 숨소리가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금 전 동굴에서의 격렬함은 온데간데없이, 주변은 다시 깊은 정적에 잠겼다. 그는 아이를 고쳐 안고 익숙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로등 불빛이 드문드문 비추는 길 위로 노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수십 년 만에 느껴보는 작은 생명의 온기였다. 전쟁터에서 동료를 잃고, 어머니마저 떠나보낸 후 그의 삶은 줄곧 혼자였다. 무뚝뚝한 표정 아래 감춰진 외로움은 그 자신조차 애써 외면해 온 감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품 안의 작은 아이는 잊고 있던 무언가를 희미하게 일깨우는 듯했다. 그는 잠든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는 자신의 손길에 스스로도 놀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아이의 집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보였다.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빛은 밤새 애타게 아이를 기다렸을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라우리의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마침내 아이의 집 현관 앞에 다다른 라우리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거의 동시에, 문이 벌컥 열리며 초췌한 얼굴의 아이 엄마가 뛰쳐나왔다. 그녀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남편은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 아가!”

아이 엄마는 라우리의 품에 안겨 잠든 아이를 발견하자마자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앉을 뻔했다. 남편이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세상에, 세상에… 우리 애…!”

아이 엄마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라우리에게 다가왔다. 라우리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엄마의 품에 안겨주었다. 엄마는 아이를 와락 끌어안고 흐느꼈다. 아이 아빠 역시 눈시울이 붉어진 채, 라우리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별일 아니었소.” 라우리는 짤막하게 대답하며 품 안에서 흙 묻은 곰 인형을 꺼내 건넸다. “아이가 이걸 떨어뜨렸더군.”

아이 엄마는 곰 인형을 받아 들고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았다. 아이 아빠는 라우리의 옷 여기저기에 묻은 흙먼지와 살짝 찢어진 소매를 발견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저희 때문에 이게 무슨…”

“괜찮소. 별다른 일은 없었으니 걱정 마시오.” 라우리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목소리에는 안심시키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침 엄마 품에 안겨 있던 아이가 잠결에 칭얼거리며 엄마를 불렀다.

“엄마아…”

“그래, 우리 아가. 엄마 여기 있어. 이제 괜찮아.”

아이 엄마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속삭였다. 아이는 엄마의 품에서 다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아이 아빠가 라우리에게 간절하게 말했다. “잠시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잔… 아니면 뭐라도…”

“아니오. 늦었으니 쉬어야겠소.” 라우리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아이 잘 돌보시오.”

그는 짧게 인사를 남기고 자신의 집을 향해 돌아섰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안에서 안도의 한숨과 흐느낌이 뒤섞여 들려왔다. 라우리는 자신의 집 현관 앞에 서서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유난히 별이 많은 밤이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턱수염을 살짝 만지작거렸다. 피곤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조용했던 그의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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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6.9로 먹고 있는데 미쳤다... 이게 무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