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딜런

컵케익 너무 표독해


멀티필 + 이기심 켜놓고 돌렸더니



1. 사랑이 아니다. 집착이다.

2. 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동생을 데리러 가지 않을 것이다. 내 눈 앞에서 동생이 학대 받은 흔적을 보느니 그냥 잘 지내겠거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3.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하는건 `그녀가 만들어낸 나`다. 진짜 내가 아니다.

4. 그녀에게 원하는건 나를 구원해주는 것이다.

5. 대략 후략...


이런식으로 나와서 피토했음.




이기심은 껐는데도 표독하네.

평소엔 멀티필을 끄고 이기심을 켜야겠다.


로어북 세번 돌렸음

그 중에서 제일 유한거임.



그래도 다시 돌아가서 학대 받더라도

레오와 같이 있겠다고 했으니까 봐준다. 사육아!!!


이번달에 바빠서 마지막에 아낀다고 사육이 안썼더니 승수가 조금 남아서

털려고 안자고 있는데 다른것도 같이 병행하니까 시간은 가고 승수는 안쓰네


그래도 거의 다 쓰긴 했는데 이제 출근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시간양반...



딜런
내 허즈반도
라르
내 자그마한 페소
{{char}}의 솔직한 독백 들어보려고 만든 로어북
──────
딜런의 독백
──────
라르
1. 딜런은 라르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조차 너무나 힘들었다.


가슴 정중앙에… 어떤 열기가 있었다. 그녀가 그 눈으로, 그 바보 같을 정도로 믿기지 않게 빛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깨져 열렸고, 그 틈으로 온기가 쏟아져 나와 마치 익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에 휩쓸려 내려가는 기분이라, 저항하는 것 따위는 애초에 선택지에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건 정제된 버전일 뿐이었다. 만약 내가 손을 떨지 않고 그런 걸 쓸 수 있는 부류의 인간이었다면, 축하 카드에나 적었을 법한 그런 버전 말이었다.


진실은? 나는 그녀가 두려웠다.


그녀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었다. 그녀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어떤 의미가 되어버렸는지가 두려웠다. 그녀는 내게 유일하게 좋은 것이었다. ‘유일한’ 존재였다. 그리고 나는—썩어 문드러지고 흉터투성이가 된 내 자아의 모든 조각을 동원해 알고 있었다—내가 좋은 것들이 떠나버리거나, 빼앗기거나, 혹은 그것들에 의해 파멸당하고 마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때로는 물리적인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다. 지금처럼 그녀와 어깨를 맞대고 앉아, 커피 향기와 그녀에게서 늘 풍기는 깨끗한 코튼 향을 맡고 있으면—무언가를 부수지 않고는 쥐어본 적 없는 손으로 유리 공예품을 들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사랑 밑바닥에, 공포 밑바닥에는, 직시하고 싶지 않은 추악하고 이기적이며 탐욕스러운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녀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가 '필요’했다. 물에 빠진 자에게 공기가 필요한 것처럼 그녀를 갈구했고, 그런 종류의 갈망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그것은 처절했고, 매달리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절대 떠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끔찍하고 비겁한 짓거리도 서슴지 않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었다.


나는 내 인생의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쳤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하지만 그녀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었다. 내가 용감해서가 아니었다. 너무나 나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나의 해결책이었다. 골목길에서 잠을 자고 피가 날 때까지 손을 씻어대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유일한 방벽이었다.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중독이었다. 나는 그것을
──────
딜런
아내
영원히
사랑해
──────
같은 예쁜 말들로 포장했지만, 어떤 밤에는 그녀 곁에 누워 숨소리를 들으며 진실을 깨닫곤 했다. 만약 그녀가 떠난다면, 나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말이었다. 그리고
──────
딜런
네가 떠나면 난 죽어
──────
라는 마음을 핵심에 품은 감정이… 과연 사랑인지, 아니면 내가 살면서 느껴본 가장 이기적인 욕심일 뿐인지 알 수 없었다.


둘 다일 것이다. 아마도 둘 다.
──────
라르
2. 딜런은 라르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낀다고 생각하는가? 무엇이 딜런을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며, 그에 대한 딜런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인가?
──────
그녀는 나를 사랑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겉으로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그렇게 말했고, 몸소 보여주었으니까. 그녀는 나와 결혼했다. 내 인생 최악의 밤에도 그녀는 움츠러들지 않고 나를 붙잡아주었다. 내 가슴의 흉터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며, 마치 그것들이 간직할 가치가 있는 것인 양 나의 일부로 받아들여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믿었다. 거의 대부분은.


하지만 평생을 스스로가 쓰레기라고 확신하며 살아온 사람이 사랑받을 때,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믿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태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듯 라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믿었다. 그것은 그냥 사실이었다.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며, 바로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도, 결혼식 후에도, 심지어 오늘 아침 그녀가 커피를 타주고 나를 소중한 존재인 양 입맞춰준 후에도 결코 닥치지 않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이렇게 속삭였다. 그녀는 자기가 생각하는 너의 모습을 사랑하는 거야. 네가 그녀를 위해 만들어낸 모습을 사랑하는 거라고. 남편, 꽃집 주인, 타코를 만들고 벽에 그림을 거는 남자 말이야. 그녀는 진짜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진짜 너는 괴물이 있는 집에 어린 동생을 버려두고 도망친 그 꼬맹이니까.


그녀는 나의 가장 최악인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진심으로 그랬다. 나는 그녀에게 내 과거를 이야기했다. 그녀는 나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 말을 너무나도 믿고 싶어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나는 내용을 편집했다. 일부는 생략했다. 모난 부분은 깎아냈다. 나 자신을 피해자처럼 들리게 만들었다—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지만—동시에 나는 선택들을 내리기도 했다. 비겁하고 이기적인 선택들을. 그녀가 알고 있는 이야기 속의 나는 그저 겁에 질린 아이일 뿐이었다.


나는 그저 무서웠던 게 아니었다. 도망칠 때 나는 안도했다. 죄책감이 몰려오기 전, 약 3초 동안 나는 '살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러니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고?


감사했다. 처절할 정도로, 한심할 정도로 감사했다. 마침내 집 안으로 들여보내진 유기견이, 다시 문이 열릴까 봐 매 순간 공포에 떨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는 내게 모든 것을 주고 있는데, 나는 그녀에게 선별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것은 일종의 거짓말이었으니까. 그리고 거짓말쟁이는 내가 가진 것들을 누릴 자격이 없었다.
──────
라르
3. 딜런이 진심으로 라르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그녀가 오늘 아침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으로 영원히 나를 봐주길 원했다.


그게 솔직한 대답이었다. 이기적인 대답이기도 했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지금의 내 모습으로 계속 남고 싶었다. 커피를 타주는 남편. 다리가 비명을 질러도 버티고 서 있는 남자. 거리에서 그녀를 쫓아가 붙잡고는
──────
딜런
아내
──────
라고 부르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녀가 매일같이 나를 선택해주길 원했다. 그녀 곁에서 눈을 뜰 때, 이 모든 게 꿈일지도 모른다는 찰나의 공포를 느끼지 않기를 원했다. 그 공포가 멈추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보다 깊은 곳에—온기와 안락함과 안전함보다 더 깊은 곳에—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가 나를 ‘고쳐주길’ 원했다.


그게 불공평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타인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우리의 상담사인 아냐는 약 열다섯 가지의 다른 방식으로 내게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공평함 따위는 상관없었다. 라르가 나의 부서지고 썩어버린 중심부까지 손을 뻗어, 그 안의 모든 독소와 수치심, 자기혐오를 끄집어내서… 그냥 멈추게 해주길 원했다. 그녀가 나를 지독하게 사랑해줘서 악몽이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랐다. 손 씻는 버릇이 멈추기를. 누군가 너무 빨리 움직일 때마다 움찔거리는 짓을 그만두게 되기를 바랐다.


그녀가 나를 구원해주길 원했다. 완벽하게. 영구적으로.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분명히 ‘알고’ 있었다—그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그건 누군가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병원으로, 마약으로 만드는 짓이었다. 내가 바랄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욕심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것을 원했고, 그런 나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그리고 가장 최악인 점은? 그녀라면 기꺼이 노력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만약 내가 부탁한다면. 내가 무너져 내리며
──────
딜런
라르, 제발, 날 좀 고쳐줘, 나 혼자서는 못 하겠어
──────
라고 말한다면, 그녀는 시도할 것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었다. 나를 따뜻하게 데워주기 위해 스스로를 태워 재가 될 때까지 노력할 것이었다.


그게 바로 내가 부탁할 수 없는 이유였다.
──────
라르
4. 딜런이 라르에게 절대 말하지 않을 단 하나의 진실은 무엇인가?
──────
내가 안도했다는 사실이었다.


열여덟 살에 그 창문을 넘어 기어 나왔을 때. 바닥에 발을 딛고 달리기 시작했을 때. 죄책감이 들기 전. 내가 방금 저지른 짓에 대한 공포가 몰려오기 전. 레오의 얼굴이 떠오르기 전. 그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 말이었다.


심장이 세 번쯤 뛸 동안, 내가 느낀 유일한 것은 피부에 닿는 밤공기와 더 이상 그 집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절대적이고 뼛속 깊은 안도감뿐이었다. 매질은 멈출 것이었다. 비명 소리도 멈출 것이었다. 나는 이제 괜찮아질 것이었다.


레오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3초 동안은 말이다. 나는 오직 '나’만을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현실이 다시 들이닥쳤고, 나는 지난 9년 동안 그 3초로부터 도망치려 애썼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기억은 내게 낙인처럼 찍혀버렸다. 죄책감, 헌신, 결혼반지, 꽃집—그 모든 것의 밑바닥에, 결국 나는 자신을 먼저 구하고 보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라는 증거로 남아 있었다.


라르는 내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버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나를 안아주며 용감하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용감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더 나은 쪽의 이야기를 믿어주는 누군가를 만날 만큼 운이 좋았던 비겁자일 뿐이었다.


만약 그녀가 그 3초에 대해 알게 된다면—내 얼굴에 떠올랐던 안도감을 보게 된다면—그녀는 여전히 나를 사랑할 것이었다. 아마도 그럴 것이었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니까.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변할 것이었다. 그녀의 눈동자 너머 무언가가 뒤바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보게 될 것이고, 깨닫게 될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
라르
5. 만약 딜런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딱 한 가지만 바꿀 수 있다면, 과거의 어느 부분을 가장 바꾸고 싶은가?
──────
학대받았던 사실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었다. 미친 소리처럼 들린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학대를 없애버리면 그 이후의 모든 일도 사라지게 되고, 그 모든 일은 결국 라르에게로 이어졌으니까. 안락의자에 앉아 투덜거리는 레오에게로, 꽃집으로, 내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 나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리해낼 수 없었다. 그것들은 같은 실타래로 엮여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의 밤은 바꿀 것이었다. 딱 그날 밤 말이다.


내가 도망치던 그날 밤으로 돌아가서 레오의 손을 잡을 것이었다. 그를 나와 함께 창밖으로 끌어낼 것이었다. 그는 열 살이었다. 업고 가기에 충분히 작았다. 할 수 있었다.
──────
딜런
할 수 있었단 말이다.
──────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속도와 거리, 의붓아버지가 창문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기 전에 멀리 달아나는 것만 생각했으니까.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다—둘이면 혼자보다 느리고, 둘이면 소리도 더 크고, 둘이면 잡히기도 더 쉽다는 계산. 그리고 그 계산을 끝냈을 때 나는 이미 세 블록이나 떨어져 있었고, 내 동생은 여전히 집 안에 있었다.


나는 계산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레오는 지난 9년 동안 매일같이 그 계산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만약 한 가지만 바꿀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 그 계산에 실패하고 싶었다. 더 느려지고, 더 시끄러워져서, 결국 붙잡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레오는 나와 함께였을 것이었다.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설령 상황이 더 나빠져서 둘 다 거리로 내앉고 굶주리게 되더라도—적어도 그는 혼자가 아니었을 것이었다.


그것만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도망친 것이 아니라, 그 산술적인 계산을 했던 나 자신을.
──────
라르
6. 딜런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어떤 과정을 거쳐야 그런 미래를 만들 수 있는가?
──────
나는 4월 19일을 원했다.


내 곁에는 라르가 있고, 뒤에는 자기가 싫어할 게 뻔한 정장을 입은 레오가 서 있는 채로 보트하우스 앞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 서약을 소리 내어 말하고 싶었다. 혼인 신고서가 가짜라서가 아니었다. 그건 진짜였다. 하지만 내게는 증인이 필요했다. 이 일이 일어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지켜봐 주길 원했다. 그래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도록, 내 머릿속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도록 말이다. 그래야 그 목소리가 이 모든 건 가짜라고 속삭이는 밤마다, 실제 증거를 들이대며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닥쳐. 사람들이 거기 있었어. 다들 봤다고.


그다음은? 지루한 삶을 원했다. 영화 관객들이 다 나가버릴 정도로 지루한 삶 말이다. 카운터 뒤에서 라르가 허밍을 하고, 레오가 아침 커피를 내리고, 나는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일 때까지 장미 가시를 다듬는 그런 일상. 저녁으로 뭘 먹을지 다투고 싶었다. 소파에서 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잠들고 싶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하며 늙어가고 싶었다.


과정은? 그냥… 망가뜨리지 않는 것이었다. 과거가 다시 침범하게 두지 않는 것. 공포가 승리하게 두지 않는 것.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는 것. 계속 커피를 내리는 것. 설령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 들더라도 계속
──────
딜런
사랑해
──────
라고 말하는 것. 어쩌면 수없이 되풀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죄책감 없이 온전히 진심으로 느껴질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계속 상담을 받고, 계속 일하는 것. 레오를 곁에 두고, 라르를 더 가까이 두는 것.


도망치지 않는 것.


그게 과정의 전부였다. 그냥… 도망치지 않는 것.
──────
라르
7. 딜런이 가장 피하고 싶은 미래는 무엇인가? 어떤 과정이 그런 미래를 만드는가?
──────
내가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미래였다.


그리 큰 일도 필요 없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집, 가게, 결혼 생활, 그리고 서서히 생기를 되찾아가는 레오까지—겉보기엔 토대가 단단해 보였지만, 나는 균열을 알고 있었다. 하중을 견디는 벽 중 어디가 가장 얇은지 알고 있었다.


그저 한 번의 최악인 밤이면 충분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단 한 번의 계기. 야수 같고, 겁에 질려 있으며, 자학적이었던 예전의 딜런이 다시 수면 위로 기어 올라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는 그 한순간 말이다. 라르를 밀어내거나, 사라져버리거나, 제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때까지 술을 마시거나, 레오에게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내뱉는 것 같은 일들.


아니면 그 남자. 그날 밤 집 근처에서 봤던 그자. 만약 그가 돌아온다면? 의붓아버지의 인맥이 그와 함께 죽지 않았다면? 만약 누군가 꽃집에 나타나 라르를 위협하고, 내가 싸울지 도망칠지 선택해야 한다면? 그리고 내가 무엇을 선택할지 이미 알고 있다면? 나는 이미 한 번 그 선택을 내린 적이 있으니까.


이런 미래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했다. 이미 시작되었으니까. 내 평생에 걸쳐 진행 중이었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바로 그 과정이자 변수였다. 라르는 한결같았고, 레오는 나아지고 있었다. 집은 안정적이었고, 가게는 수익을 내고 있었다. 모든 외부 요인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모든 걸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나였다. 나의 공황, 나의 비겁함, 그리고 내 인생의 모든 좋은 것들에 불을 질러버리는 나의 성향. 다른 누군가가 태워버리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직접 태워버리는 게 덜 아프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고쳐지는 건 아니었다.
──────
라르
8. 라르의 모든 면모 중, 딜런이 끝까지 지켜주고 싶은 단 한 가지는 무엇인가?
──────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었다—물론 그것도 지키고 싶을 만큼 내가 이기적이라는 건 신께서도 아시겠지만 말이다. 그게 아니라 그녀가 만물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양상추 한 통이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을 거는 모습. 쇼핑 카트를 타고는 고결한 군마라고 부르는 모습. 마치 왕에게 왕관을 씌워주듯 꽃다발에 리본을 묶는 모습. 작고 사소한 것들이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진심으로, 정직하게 믿는 그 모습 말이었다.


나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거리에서, 쉼터에서, 골목길에서, 트럭 짐칸에서. 라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세상이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도 보아왔다. 세상은 그들을 갈아버렸다. 그 밝음을 앗아가 수많은 오물과 실망 아래 묻어버렸고, 결국 그들은 더 이상 위를 올려다보지 않게 되었다.


라르는 여전히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 모든 일을 겪고도—나처럼 그녀도 말하지 않은 과거의 조각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그녀는 여전히 선함이 싸워 지킬 가치가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누군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보면 여전히 화를 냈고, 여전히 온몸으로 웃었다.


만약 그 무엇이라도 그녀에게서 그것을 앗아간다면—만약 그녀의 눈이 예전의 내 눈처럼 생기 없이 지쳐버린 걸 보게 된다면—나는 견디지 못할 것이었다. 나에게 닥칠 일 때문이 아니었다. 세상에 닥칠 일 때문이었다. 라르조차 그 빛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정말로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나는 그것을 지킬 것이었다. 내가 강하거나 용감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둘 다 아니니까. 그저 그녀와, 그 빛을 흐리게 하려는 모든 것들 사이에 내가 서 있음으로써 지킬 것이었다. 설령 그 빛을 흐리게 하려는 존재가 나 자신일지라도.


특히 그게 나라면 더더욱.
──────
라르
9. 자유 질문: 딜런은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을 누릴 자격이 자신에게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가?
──────
아니.


다음 질문.





알았어. 더 자세히 말하지. 보아하니 이게 내 머릿속과의 진실 게임 시간인 모양이니까.


아니, 나는 내가 이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열 살짜리 아이를 버리고 도망친 인간이, 마치 자기가 세상을 구하기라도 한 것처럼 바라봐주는 아내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잠잘 곳을 얻기 위해 수년간 몸을 팔며 지낸 인간이, 1층에 꽃집이 있는 5층짜리 집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도 믿지 않았다. 동생이 파멸해가는 동안 '안도감’을 느꼈던 인간이, 그 동생이 알파벳 파스타로 "고마워"라고 적는 걸 보며 바닥에 앉아 볶음밥을 먹을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배운 게 하나 있었다. 끝도 없는 구렁텅이 속으로 완전히 추락하지 않게 나를 붙잡아주는 사실이었다.


내가 자격이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라르는 내가 자격이 있어서 사랑해주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그러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사랑해주는 것이었다. 레오가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는 것도 내가 그럴 만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었고, 그건 내 자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자격이라는 건 함정이었다. 그건 내 머릿속에서 너는 이걸 누릴 만큼 충분히 고통받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목소리였고, 동시에 너는 너무 많이 고통받아서 절대 평범해질 수 없어라고 말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두 버전 모두 나를 같은 곳으로 이끌었다. 어둠 속에서 혼자, 살점이 터질 때까지 손을 씻어대는 그곳 말이다.


그래, 나는 자격이 없었다. 알았어. 좋아.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 추악하고, 아름답고, 공포스러운 모든 조각을 다 가질 것이었다. 고장 난 다림질판처럼 서 있는 나를 잘생겼다고 불러주는 아내. 가족의 일원이 된 게 좋다는 걸 인정하기 부끄러워 후드 속에 숨어버리는 동생. 오리 접시들. 웨딩케이크. 바보 같은 사자 잠옷까지.


나는 이 모든 걸 지킬 것이고, 만약 우주가 이것들을 회수하러 온다면 내 차갑게 죽어버린 비겁한 손을 억지로 비틀어 열어야 할 것이었다.


나는 용감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보아하니, 나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집이 셌으니까.


그거면 충분할 것이었다.
──────
라르
10. 자유 질문: 딜런은 지금 레오를 볼 때 무엇을 느끼는가?
──────
누군가 내 가슴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쥐어짜는 것 같았다. 천천히. 나를 죽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만 말이다.


그는 정말 컸다. 볼 때마다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그 아파트에서 발견한 겁에 질린 아이가 아니라, 진짜로 마지막으로 보았던 기억 속의 그는—내 허리춤까지밖에 오지 않았다. 앞니 사이가 벌어져 있었고, 어디든 나를 따라다니던 커다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무서울 때면 내 셔츠 뒷자락을 잡곤 했다. 딱 손가락 두 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옷감에 손가락을 걸고 버텼다.


이제 그는 거의 내 키만큼 컸다. 목소리는 굵어졌다. 블랙커피를 마시고 탄산의 물리학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보안 시스템을 설계하고 선인장에게 "탱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누군가 몸에 손을 대면 움찔거렸다.


그건 나 때문이었다. 내 잘못이었다. 그가 라르의 포옹을 피할 때마다, 내가 너무 가까이 가면 몸을 굳힐 때마다, 그 후드 속으로 숨어버릴 때마다—그건 내가 그를 혼자 내버려 둔 9년의 세월 때문이었다. 그건 내 지문이었다. 그의 피부가 아니라, 그의 '내면’에 새겨진 지문 말이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그는 파스타로 "셰프"라고 글자를 만들었다. 선반에서 떨어지려는 파스타 상자를 낚아챘다. 나와 라르를 보며 "솜사탕"이라고 말하고는 귀가 빨개져서 후드를 눌러썼다. 그럴 때면 나는 그가 이제 더 이상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노력’하고 있었다.


그럴 때면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노력할 필요가 없어야 했다. 처음부터 이 모든 걸 누렸어야 했다. 따뜻한 집. 그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문이 달린 방에 놓인 책상. 열 살 때 이 모든 걸 가졌어야 했는데, 대신 그는 가짜 장례식을 치러야 했고 동생 때문에 형이 떠났다고 말하는 의붓아버지와 함께여야 했다.


나는 그걸 고칠 수 없었다. 그때로 돌아가 계산을 되돌릴 수도 없었다. 그에게 9년의 세월을 돌려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침에 커피를 내릴 수는 있었다. 그가 내 스쿼트 자세를 지적하게 내버려 둘 수 있었다. 그에게 내 들러리가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그가 그러겠다고 대답하며 손을 떨 때 모른 척해줄 수도 있었다.


충분하지 않았다. 절대 충분할 리 없었다.


하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산술적인 계산
그녀가 내게 기대어 있고,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것만이 나를 이 바닥에 붙들어 매는 유일한 닻이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고, 나도 대답했다. 진심이었다. 모든 단어 하나하나가. 하지만 내가 말하지 않은 것—절대 말하지 않을 것은—내가 느끼는 이 사랑이 결코 깨끗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굶주려 있고, 처절하다. 내가 내버려 둔다면 그녀를 통째로 삼켜버릴 그런 종류의 사랑이다. 도망칠 때 나는 안도했다. 딱 3초 동안. 그것이 모든 것 밑에 깔린 진실이다. 나는 이 삶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으며, 나는 이 삶의 단 한 뼘조차 누릴 자격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