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 <과학쟁이>도 있었고 <생각쟁이>도 있었음

과학쟁이는 과학 잡지고, 생각쟁이는 뭐냐면 유명한 인물들 소개하는 인터뷰~위인전같은 잡지

찾아보니까 지금은 폐간되었다고 함.

(먼 옛날엔 대충 이렇게 생겼었다. 박원순 씨 ㅎㅇ. 저거 2003년인데 어째 지금이랑 똑같다??)

과학쟁이처럼, 생각쟁이도 재미있는 삽화부터 만화까지 글을 읽기 싫어할 아이도 붙잡고 읽을만한 컨텐츠가 다양하게 들어있었다.
중간에 맹꽁이 서당도 시리즈로 연재되었고 주로 한국사에 등장하는 인물과 일화(ex. 원효대사-해골물)를 소개했다.

나는 나이 차가 좀 나는 사촌 형에게 받았는데, 그 형이 유학을 가면서 고맙게도 내게 과학쟁이와 생각쟁이를 물려줬음.
생각쟁이 창간호(!)부터 몇 십 권이 있었다. 그러니까 대충 1999년부터 2003년 정도에 발행된 책들이다.
가장 많이 읽고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무래도 인물 만화 파트인데,
우리나라의 유명 인물들에 대한 만화고 보통 현대인이다. 가끔 근현대 사람도 등장하고, 분야도 다양했다. 아주 재밌었다.

창간호에는 정주영 회장에 대한 만화가 있었다. 소 판 돈 80만원 들고 가출해서 어쩌구저쩌구 했던 이야기, 탁상에 누워서 빈대와 싸웠던 이야기, 창업하고 실패를 맛보던 이야기 등등이 기억난다.
2호에는 비운의 국가대표 손기정 선수가 있었고
16호에는 안철수(지금은 의원이지만 그 때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으로 소개했다.)가 있었다.

그 밖에 만화로 알게된 인물이
황혜성(조선궁중음식 레시피를 보유한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김기창(청각장애를 극복한 화가), 조수미(성악가), 정명훈(피아니스트+지휘자), 한상기(아프리카에서 헌신 끝에 추장까지 한 인물), 조치훈(바둑기사), 임권택(영화감독), 이호왕(한탄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한 박사), 조영래(변호사), 권정생('강아지똥' 작가), 전용복(옻칠 장인), 윤호진(뮤지컬 '명성황후' 연출가)......
등등이 있다.


저 중에서 이호왕 박사가 발견하신 한탄바이러스(또는 한타바이러스)는 의대에서 배운다!

초딩 때 본 걸 15년 지나 다시보니 감회가 새롭더라.....

'유행성출혈열'이라는 질병을 일으키는데 들쥐가 매개한다.

일단 걸리면 두통+고열+몸살+오한+구토 등으로 환자의 컨디션을 조질 대로 조져버린 다음

환자의 신장을 파괴시켜 오줌을 못 누게 만들고 (신부전증)

끝내 쇼크를 일으켜 사망까지 가는 무서운 병. 6.25전쟁 때 수많은 군인들을 고통받게 한 병으로 악명이 높다.

이호왕 박사님이 주로 한탄강 유역에서 등줄쥐를 잡아 연구했기 때문에, 한탄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이셨다.


글이 좀 길어졌는데 하여튼

돌이켜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시절의 나에게 가장 많은 지식과 지혜를 전달해준 책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