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남아 대륙부에서 가장 큰 ㅡ 면적 67만 km² ㅡ 미얀마를 그려본 것. 미얀마를 종단하는 길이 약 2,200km의 에야워디강 주위로 인구가 밀집해 있는 평야가 펼쳐져 있고, 그 바깥 지역은 동남아 최고봉인 카까보라지산(5,881m)을 비롯해 소수민족들이 거주하는 광대한 산지로 구성된 그림.


미얀마의 행정구역은 버마족이 거주하는 7개 지방(Region) 및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7개 주(State), 그리고 수도 네피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수민족 거주 지역을 합치면 미얀마 인구의 30%, 면적의 55% 정도를 차지하고 있음. 영국의 미얀마 지배는 분할통치의 사례로 유명했는데 영국은 버마족을 차별하고 여러 소수민족들을 우대하면서 민족간 분쟁의 불씨를 심었고, 독립 이후 반대급부로 버마족 민족주의에 경도된 정권이 들어서면서 무력분쟁으로 이어졌다고. 


60-80년대 군사정권 시기 미얀마는 '사회주의로의 버마의 길'을 내세우면서 모든 외국인을 추방하며, 모든 산업을 국유화하고 소수민족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는데 결과는 영 좋지 않은 모습. 미얀마 군부는 88년과 07년의 민주화 운동을 숱한 사망자를 내며 진압했지만 2010년대 이후 민간 정권에 권력을 이양하고 (로힝야를 제외하고) 소수민족 문제를 해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군부의 로힝야 학살 방조로 민간 정권이 국제적 신뢰를 잃은 가운데 다시 쿠데타로 민간 정권을 엎어버림.



미얀마의 자유화(?)에 대해서는 장기간 이어진 고립 속에서 미얀마를 지원한 나라가 중국밖에 없었기 때문에 미얀마는 중국에 의존하는 국가가 되었는데, 중국이 07년 민주화 시위 때 유화책을 요구하자 중국 의존에서 탈피할 필요성을 느낀 미얀마 군부가 경제제재를 위해 그렇게 했다는 분석이 있는 듯. (참고) 단순히 경제적 의존 외에도 미얀마의 경우 지도를 보면 사실 중국 본토에서 대양으로 직접 나갈 수 있는 위치.


다시 행정구역 얘기로 가면 현행 행정구역은 미얀마가 그래도 연방제로 전환한 2010년대에 설립되었는데, 이때 좀 더 작은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도 자지치대(SAZ)와 자치구(SAD)가 새로 설치됨: 이 중 유일한 자치구인 미얀마 북동부에 위치한 와 자치구는 명목상으로는 자치구지만 실제로는 미얀마의 소수민족 반군들 중 하나인 와방연합군(UWSA)이 지배하는 사실상의 미승인국이라 하는 모양. 사실 2015년 반군들과 정부군들 사이 휴전협정이 체결되었지만 아직 미얀마 산간지대 상당수 지역을 소수민족 반군이 통치한다고 함.


유일한 연방령(Union Territory)인 네피도는 2000년대 미얀마 군부가 뜬금없이 건설한 신수도인데 구글 지도로 보면 20차선 도로(...)와 기이하게 저밀도인 토지이용 등을 확인할 수 있음.



제가 어렸을 때 지리 부도를 받아보면 세계 각지의 기후가 표로 실려 있었는데 몬순기후의 예시로 미얀마의 수도 양곤이 실려 있던 걸로 기억함. 동남아 대륙부의 계절은 '건조한 건기 → 뜨겁고 건조한 혹서기 → 몬순의 영향을 받는 우기'로 나뉘는데 확실히 전형적인 사례..? 아라칸 산맥과 남쪽의 떠닝다이 지역은 우기에 몬순이 산맥에 부딪히면서 강수량이 매우 많게 나타나는데, 미얀마 남쪽의 더웨(Dawei)의 연강수량은 무려 5,440mm.



내륙으로 들어가 보면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가 위치한 에야워디강 상류 지역은 강 주위로 넓은 분지가 펼쳐져 있는데 아라칸산맥의 비그늘에 위치해 있어서 뜨겁고 건조한 기후가 나타남. 그래프 왼쪽의 만달레이 서남쪽에 위치한 퍼꼿쿠(Pakokku)의 경우 연강수량 606mm. 소수민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산악 지대는 고도에 따라 다양한 기후가 나타나는데, 그래프 오른쪽의 친주의 주도 하카(Hakha)는 해발 1,800m에 위치해 가장 더운 달에도 평균기온이 19℃로 우리나라 5월과 비슷한 편.



사람들은 앞서 언급했듯 에야워디 강 유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음. 도시화율이 30% 정도로 낮은 편이고 노동인구 중 48%가 1차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아직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 거주하는 중. 도시화율이 낮은 나라들에선 이런 경우가 많지만 지도에서 빨갛게 보이는 최대도시인 양곤·만달레이와 나머지 도시들의 규모가 아무래도 큰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