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그린 그림은 콩고동아프리카, 남아프리카 사이에 있는 다섯 나라를 그려본 것. UN에서는 앙골라는 중앙아프리카, 나머지 나라들은 동아프리카로 분류하지만 아프리카 연합에서는 이들 국가를 남아프리카로 분류하고, 실제로도 남아프리카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 국가들. 다 합치면 면적은 330만 km², 인구는 1억 1000만 명 정도가 나옴.


이들 국가들은 모두 반투계 민족들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유럽인이 도착하기 이전부터 여러 왕국들이 있었는데, 이들 중 석조 도시를 건설했던 짐바브웨와 마라위, 수도는 앙골라에 있었던 콩고와 이웃나라 은동고(에서 왕을 가리키는 말이 '응골라'였음)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지게(?) 되었음. 한편 모잠비크의 경우 옛날부터 무역을 위해 아랍인이 드나들며 해안 지역에 여러 교역 중심지가 성장했는데, 모잠비크도 원래는 이러한 교역 중심지 중 하나의 이름이었다가 나라 이름으로 채택된 것. 반면 잠비아는 일대에서 가장 큰 강인 잠베지강에서 따온 이름으로 비교적 새로운(?) 명칭. 


이 일대에 처음 기웃거린 유럽인은 포르투갈인들로 이들은 15-16세기에 앙골라와 모잠비크의 몇몇 무역 중심지를 장악했는데, 포르투갈인들은 특히 앙골라에서 노예 무역을 대규모로 벌였는데 대서양 노예 무역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컸다고 함. 포르투갈의 지배는 해안 지역에 국한되었는데, 1884년 베를린 회담 때 포르투갈은 앙골라와 모잠비크 사이 내륙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영국이 내륙 지역의 권리를 얻게 되었다고. 이후 영국은 1890년대 내륙 지역을 식민지로 만들고 일대에 식민지 확장에 앞장선 케이프 총리 세실 로즈의 이름을 따서 '로디지아'라는 이름을 붙임.


2차대전 이후 탈식민지화 물결 속에서 1964년 잠비아와 말라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으나 기득권을 잃을 것을 우려한 짐바브웨의 백인들은 1965년 백인 국가 로디지아의 독립을 선언했고, 포르투갈의 독재 정권은 식민지 유지를 끝까지 고수해서 짐바브웨와 앙골라·모잠비크는 60년대 중반부터 내전으로 치달음. 1974년 포르투갈이 민주화되면서 로디지아를 지원하던 포르투갈이 식민지에서 철수하자 애초에 흑인이 95%였던 로디지아는 심각하게 고립되었고, 결국 79년 협정에 의해 로디지아는 멸망하고 80년 짐바브웨가 독립하게 됨. 한편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두 나라는 바로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게릴라들 사이에서 내전이 발발해 모잠비크는 1992년까지, 앙골라는 2002년까지 기나긴 내전을 치렀음.



더 윗쪽의 동아프리카나 아랫쪽의 남아공 쪽과 마찬가지로 중남부(?) 아프리카 내륙 지역도 해발 1,000m 정도의 거대한 고원 지대로 이루어져 있는데, 말라위 쪽으로는 동아프리카 지구대의 끄트머리가 지나가면서 거대한 말라위호(면적 29,600km²)를 형성함. 그리고 이 고원 지대 한가운데로 길이 2,740km의 잠베지강이 흘러가는데, 거대한 빅토리아 폭포와 세계 최대 저수지인 카리바호 등이 잠베지강에 위치. 가운데 그래프(하라레)에도 보이듯 고원지대는 기온은 1년 내내 괜찮은 편이지만 강수량이 그렇게 많진 않고 또 한철에만 몰려서 가뭄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듯.


해발고도가 낮은 앙골라 해안지대와 모잠비크는 날씨가 더운 편인데, 동안과 서안 모두 남쪽으로 갈수록 건조해지는 느낌..? 가령 왼쪽 그래프는 앙골라 서남부 모사메드스의 것인데 여기는 한류의 영향으로 완전히 사막기후.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와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투는 둘다 건조한 기후를 나타내지만 더 북쪽으로 가면 강수량이 많아지는데, 오른쪽 그래프의 베이라(모잠비크 중부)는 몬순의 영향을 받아 강수량이 1,500mm를 넘기기도.



지도에 나온 국가들 중 말라위는 남한과 비슷한 면적에 1,800만 명이 거주해서 (한반도보단 낮지만) 일대에서 유일하게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 말라위는 수도 릴롱궤 근처와 남부 지방이 평평한 고원 지역을 이루고 있는데 이들 지역의 인구밀도가 km²당 200명 이상으로 상당히 높음. 잠비아와 짐바브웨는 말라위보다 훨씬 넓지만 인구는 말라위보다 적은데, 두 나라의 인구는 상대적으로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많이 분포하고 있음. 모잠비크는 강수량이 많은 중북부 지역에 인구밀도가 높고, 앙골라는 서해안의 주요 도시들과 중앙의 비에고원에 많은 인구가 거주함. 한편 잠베지강 상류 쪽의 앙골라 동부 ~ 잠비아 서부의 고원 지대는 정말 눈에 띄게 인구가 적은 편.


5개국의 도시화율은 나라마다 편차가 큰데, 2019년 기준 앙골라가 66.2%로 가장 높고 잠비아가 44.1%, 짐바브웨가 36.5%, 모잠비크가 32.2%, 그리고 말라위가 17.2%로 나타남. 앙골라는 수도 루안다가 인구 670만으로 나머지 도시들(그 다음으로 큰 루방구·우암부·벵겔라는 50-60만 선)을 압도하고, 모잠비크와 짐바브웨는 상대적으로 수도 집중이 덜한 편. 잠비아는 루사카 외에 북쪽의 코퍼벨트(Copperbelt)라 불리는 구리 광산 지대에 도시들이 루르-라인이나 실롱스크 느낌으로(..?) 많이 발달해 있음. 말라위의 경우 과거엔 남부의 좀바라는 소도시가 수도였고 블랜타이어가 경제적 중심지였으나 독립 이후 좀더 국토 중앙에 가까운 릴롱궤를 신수도로 삼았는데, 이후 릴롱궤 인구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릴롱궤가 블랜타이어보다 근소하게 인구가 많음.


여기 있는 다섯 나라는 모두 다양한 민족들이 거주하는 다민족 국가인데, 짐바브웨의 경우 인구의 70%가 쇼나족(서부), 20%가 은데벨레족(동부)이라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성. 말라위는 좀 더 다양한(?) 인구구성을 보이지만 인구의 34%를 차지하는 체와족이 가장 큰 민족. 앙골라는 최북단의 콩고족과 북서부의 암분두족, 중서부의 오빔분두족이 가장 큰 민족들인데 앙골라 내전도 암분두 vs 오빔분두 느낌이 강했나 봄. 마지막으로 잠비아는 벰바·통가·체와·로지, 모잠비크는 마쿠아·총가·체와·세나 등의 다양한 민족이 거주함. 여담으로 예전부터 아랍인들이 무역하러 드나들던 모잠비크는 북동부 3개 주에서 무슬림이 다수인데(인구중 10%대), 최근엔 북동부 끝자락에서 IS 잔당이 준동해서 문제가 되고 있음. 



다섯 나라들 중 앙골라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산유국으로, 내전 종료 후 석유 덕분에 굉장히 빠르게 경제가 회복해 한때 식민지배국이었던 포르투갈 경제규모의 3분의 2까지 성장하기도 하였으나 2010년대 중반 유가 하락과 함께 와장창. 짐바브웨는 원래부터 광업(철광석, 금 등)과 농업(담배 등)으로 일대에서 비교적 경제가 발전된 나라였는데, 토지개혁으로 인한 서구권과의 관계 악화 및 통제 일변도의 경제정책의 실패로 2000년대 동안 극심한 초인플레이션을 겪었고, 2009년 짐바브웨 달러를 폐지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지만 아직도 후유증이 큰 모양. 잠비아는 북부 코퍼벨트 지역에서 생산되는 구리에 경제를 의존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구리가격이 폭락하면서 부도가 났다고.


한편 2020년 IMF가 추산한 말라위와 모잠비크의 1인당 GDP는 각각 407$, 450$로 전 세계를 통틀어 부룬디·남수단·소말리아에 이어 4번째, 5번째로 낮았음. 말라위는 인구밀도가 높고 별다른 자원이 없는 농업국으로 인구의 70% 이상이 옥수수와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담배 등을 재배한다고. 모잠비크는 독립 이후 내전으로 경제가 완전히 파괴되었는데, 현재는 석탄과 알루미늄이 주 수출품. 2010년 북부 지방에서 대규모 천연가스전이 발견되었으나 IS의 준동과 코로나19로 인해서 가까운 시일 내 개발여부가 어려운 상황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