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원동역입니다.

오랜만에 철도역 답사를 한번 갔다 와 봤는데요,

오늘 간 곳은 바로 동해선 / 가야선 범일역입니다.

(절대 도시철도 1호선 범일역이 아닙니다;;)

 

1943년에 개업했고, 90년대까지는 여객영업을 하면서 주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애용했다고 하나, 결국 2004년에 부산진역까지 들어가던 동해선 여객열차가 부전역으로 단축되면서 여객영업을 중단하게 된 이 역은 현재는 무인화되어 가야기지로 입고하는 열차들을 위한 신호장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무인화가 되고 난 후 역 건물과 승강장은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철문으로 막혀 있지만, 저는 아주 운이 좋게도 역사 3층을 임대한 분을 만나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부전역 쪽을 바라보고 찍은 동해선 승강장과 역사

 

그분의 말씀에 따르면 철거되지 않은 역사(驛舍)는 2층에 다양한 장비가 설치되어 있고, 1층과 3층은 모두 임대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역사가 불법 건축물이라 상업적인 용도로는 전혀 쓰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도 이곳의 분위기를 이용해 카페를 열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으나, 이 현실 때문에 좌절되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유지보수는 합법인지, 지난 경주, 포항 지진에 의해 건물 벽에 금이 가는 등의 피해가 있어 답사 다음 날(2018년 10월 28일)부터 보강공사를 한다고 합니다.

 

부산진역 쪽을 바라보고 찍은 동해선 승강장

 

승강장은 정말 좁습니다. 부산역처럼 승강장이 넓어도 열차가 쏜살같이 달려 들어오면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인데, 이렇게 좁은 곳에 열차가 들어올 때의 느낌이 어땠을지 상상이 잘 되질 않습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아마도 한때 열차 대기 공간이었을 듯한데, 현재는 그저 창고로 쓰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밖에 놓여있는 의자 등은 모두 곧 있을 보수공사를 대비해 모두 꺼내 놓았다고 합니다.

 

바닥에는 경고 표지판이 널부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바깥에 붙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왜 여기에 있는지는 알 방도가 없습니다. 그래도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곳이 여객취급을 중단한 후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옛날 역명판입니다. 전에 양자동역(동해선상의 무배치간이역, 사실상 폐역)을 가 본 적이 있었는데, 그곳은 그래도 최근의 파란색 역명판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코레일이 이런 역에 대해 관심 쏟을 겨를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 줍니다.

 

바로 옆을 지나가지만 범일역에 포함되지 않는 경부선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부산철도차량정비창(일반)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라 화질이 좋지 않지만, 7X00호대 디젤기관차가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바로 옆이 경부선이라 혹시 지나가는 열차가 있을지 기대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열차가 오지 않아 곧 역을 나왔습니다. 우리에게 설명을 잘 해 주시던 그 입주민도 어디 가실 일이 있으셔서 더 이상 시간을 뺏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동해선 광역전철 부산역 연장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 틈에, 범일역의 미래를 한번 생각해 봅니다. 이곳의 미래가 밝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바로 옆에 부산 1호선이 자리잡아 이곳의 수요를 잡고 있으며, 동해선 상의 다음 역인 부전역이 발전 중인 지금 범일역이 다시 여객 취급을 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 부산 시민 중 이 역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1%는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물류사업단 직속역으로써 가야기지로 정비받으러 가는 열차들을 정리하는 이 역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곳에 이름없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준비한 내용은 이까지입니다. 내용이 마음에 드셨다면 추천 꼭 부탁드립니다.

이상 원동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