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저번에 처음 와서 금성동(산성마을) 글 쓰고 가입했다. 뭐 다른 글 쓸거 없나 하다가 금정구에 있는 특이한 도로 이야기를 하려고 함.
금정구에는 금샘로라는 도로가 있다. 부산의 종특인 -시가지가 확장되면서 산 타고 올라가기-로 인해 생긴 산복도로지.
(금샘=금정 같은말이다. 한자를 한글로 바꾼것)
지난 글의 금성동에서 내려오면 바로 만나게 되는 길이기도 해. 금정구는 간선도로인 중앙대로를 빼면 다 1~2차선 도로밖에 없어서 중앙대로의 교통부담 완화를 위해 1993년 공사를 시작했지. 근데 아직도 공사는 끝나지 않고 있다. 왜냐?


내가 금샘로에 선을 그어봤는데... 그렇다. 금샘로는 부산시vs부산대의 계속되는 갈등으로 인해 2021년 기준 28년째 공사가 끝나지 못하고 있다. 연두색 부분은 공사가 끝났고 빨간 부분이 공사를 못하고 있는 부분.

웃긴건 금샘로 공사가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면서 진행되었거든?
근데 부산대에 도달한 뒤에 공사가 막히니까 캠퍼스를 건너뛰어 그 반대편 도로를 미리 만들어버림ㅋㅋ



근데 뭐.. 그래봐야 중간이 끊겼는데 무슨 의미가 있누?
그래서 현재 부산대 북쪽 금샘로 일부는 건축폐기물 쓰레기장+무료 주차장이 되어버렸음.

갈등의 주 내용은.. 부산시는 '캠퍼스 지하로 도로를 관통해서 만들겠다' 이고 부산대는 '그건 절대 불가니 캠퍼스를 우회하라' 야.



이렇게 사단이 난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일단 갈등의 씨앗은 아주 오래전부터 뿌려져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페이퍼상으로 금샘로 건설 계획은 1970년대부터 있었다고 함. 근데 이 시기엔 부산대학교 캠퍼스가 지금보다 훨씬 좁았고, 금샘로가 부산대학교를 지나갈 필요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 캠퍼스가 점점 산을 타고 올라가면서 확장이 되었거든.(누가 부산 대표 대학교 아니랄까봐;;;)
그러니 금샘로를 실제로 짓기 시작한 90년대에는 어떤 식으로든 부산대학교를 지나쳐야 했던거지.
90년대에 부산시와 부산대가 협상을 했는데, 맨 처음에는 부산시에서 그냥 캠퍼스 내 지상도로를 만드려고 했어. 그걸 부산대가 반대하면서 나온 안이 <캠퍼스 지하도로>였고 1997년 양 측은 지하도로 안으로 합의를 봤지. 근데..? 그 후 20여년의 시간이 흘러 2010년대가 되고 정말 부산대 캠퍼스 땅을 파야하는 때가 오자 대학교 기관과 구성원들의 전면적인 반대가 시작되었음.


부산대의 주장은 20년전과 비교해서 학교 환경이 많이 달라졌는데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어떡하냐는 거야. 내가 현 부산대 구성원이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좀 살펴보니 과거에 비해 학교에 고가의 정밀 장비들이 많이 들어와 큰 비용이 드는 연구를 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수업/학습/연구를 하려면 쾌적한 환경이 필수인데 지하도로의 공사와 운영으로 진동/소음 피해가 발생하면 어떡할거냐는 거지.

거기에 결정타로 2019년 지하도로 예정지 근처인 부산대 미술관 외벽이 붕괴해서 한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 공사는 시작도 안했으니 지하도로와 관계없는 사고였다만 어떻든 공사예정지 근처에서 이런 일이 생겼으니 구성원들의 불안과 반대는 더 커질수밖에..;;
그리고 추가로 난 부산대 졸업생인데 예전에 교수님한테 부실공사 썰을 들은적이 있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학교 역사가 오래되었다보니 오래된 건물이 많은건 사실이라. 그래서 학교의 반대가 큰 점도 있는거 같네. 흠....

부산시는 부산시대로 난감한게 과거에 합의해놓고 통수를 맞았으니 빡칠것이고, 애초에 금샘로의 건설 취지가 금정과 만덕/미남쪽을 다이렉트로 이어서 신속한 교통흐름을 구현하려 한건데 우회도로로 빙 돌아갈거면 뭐하려 만드냐? 이런거임.
그리고 지하도로 건설을 전제로 캠퍼스 양쪽에 닿는 접속도로를 그에 맞게 만들어 둔 상태라 우회는 곤란하다는것도 있고. 그렇게 부산대 구간의 금샘로 공사가 중단된 시점이 2014년이야. 올해로 7년째...



끝나지 않는 긴 갈등의 결과는? 주민들이 계속 고통받는거지 뭐. 금정구의 주 교통흐름을 중앙대로로만 소화해내야 하니까. 근데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교통정체 문제는 더 심해졌어. 쉬운 이해를 위해 짤을 하나 간단히 만들어봤는데



예전 글에서 썼다시피 금정구는 좌우가 산으로 막혀있잖아. 그래서 좌우의 북구/기장군으로 쉽게 다니려 양측에 터널을 뚫었고, 근래 개통이 되었어. 개통 자체야 너무 좋은 일인데, 문제는 터널 개통으로 늘어난 교통량을 금샘로(4차선)가 커버해줬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면서 결과적으로 중앙대로의 교통정체가 더 심해졌다는 것(...) 이건 뭐.. 부산 고유의 속성 페널티라고 봐야하나?ㅋㅋ

왼쪽 터널은 산성터널이고 오른쪽 터널은 윤산터널인데, 계획대로라면 산성터널은 금샘로와 연결이 되어 북구에서 넘어오는 차들이 금샘로를 타고 바로 빠져나가야 했는데.. 그게 안되니 현재 중앙대로는 기존 이용차량+양 터널에서 빠져나온 차량까지 해서 이건 뭐.. 난감한 상황이 되었음.


아 그리고 글좀 써본다고 이런저런 기사들을 읽다보니 이 갈등이 단순 부산시 vs 부산대 갈등이 아니더라고. 금정산 보호단체와 환경단체까지 껴 있음..ㅋㅋ
/금정산 보호단체 : 부산의 가장 높은 산이자 부산을 대표하는 이 산(금정산성, 범어사 포함)을 국립공원으로 만드려고 추진중이니 건드리지 말아라.
/환경단체 : 부산대 캠퍼스 우회도로 예정지가 100~200년된 소나무 군락지니 건드릴 생각 하지 말아라.
그래서 이 단체들은 우회도로를 내더라도 전 구간을 터널로 뚫으라고 요구중임. 산림 훼손은 절대 안된다는 것. 학교가 자리잡은 곳이 그냥 흔한 동네 야산이었으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텐데, 머리 아프구만...

하~ 쓰다보니 점점 길어지네. 세세하게 풀자면 더 쓸것들이 있지만 그런거 다 쓰다간 한편의 보고서가 될거같으니 그만해야겠다ㅋㅋ
그리고.. 가장 중요한거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난 이 글을 통해 누가 맞다, 틀리다, 잘했다, 못했다, 누굴 욕하자, 누구 편을 들자 이런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혀둘께. 그 이유는, 첫번째로 뭐가 맞고 틀린지,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어서 그래ㅋㅋ 일반인인 내가 어찌 알겠음? 그저 도시·지리 관련해서 재미있는 읽을거리 하나 제공하고 싶었던 것 뿐.

두번째는 난 금정구민이고, 부산대학교를 졸업했고, 금정산의 가치와 환경의 소중함도 잘 아니깐... 한 쪽의 이해관계에만 해당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렇기도 해. 난 그냥 어떤 방법을 택하든 빨리 공사가 재개되었으면 좋겠음. 금정구의 고질적인 교통정체 문제가 풀리는게 가장 중요한 거니까. 그러니 님들도 그냥 재미로만 봐주면 좋겠음.ㅎ

결국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정면돌파를 해야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현 시장님은 어차피 임기 1년이니 무리일듯 하고 누가 당선되든 간에 차기 부산시장님이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주길...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