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예전에 60년대 후반에 지어진 부산 보수아파트, 영주시민아파트 탐방기를 올렸었는데 그 이후로 다른 오래된 아파트들은 어떨까 궁금해져서 알아보고 직접 가보기도 하고 그랬어. 그러다가 우연히 부산의 가장 오래된 아파트에 대해 알게 되었지.


먼저 한번 퀴즈를 내보자면,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과연 언제 지어졌을것 같음? 일단 힌트를 주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충정아파트>야. 1932년에 완공되었지. 그렇다면 부산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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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답은 1941년이야. 이름은 <청풍장>인데, 뭔가 오래된 여관 이름같지. 청풍장 옆에는 1944년에 지어진 <소화장>도 있는데, 보통 이 두 아파트를 묶어서 부산의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이야기를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하겠음.


청풍장과 소화장은 의외로 부산의 번화가 바로 옆에 있었어. 자갈치역에 내려 한블럭만 들어가면 나오지.


당연히 직접 가봤는데.. 상당히 아쉬운게 건물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수가 없었어. 만약 잘 볼수 있었다면 이번에도 탐방기를 적었을텐데ㅋㅋ


일단 로드뷰로 청풍장의 모습을 보면 이래.

사진의 위쪽을 보면 오래된 건물이 보이지? 이게 바로 부산의 가장 오래된 아파트 청풍장의 현 모습이야. 보다시피 아래쪽으로 상가건물이 증축이 되어 모습이 잘 보이지가 않아.


다음은 소화장인데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야. 소화장 또한 1층이 증축이 되어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어. 거기다 두 건물 모두 아예 입구가 철창으로 막혀 입주민이 아니면 들어갈수조차 없게 되어있더군. 그러니 이번엔 복도, 계단, 현관조차 볼수가 없어가지고 저 사진 하나만 남긴채 발길을 돌려야 했지.ㅋㅋ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보니.. 뭐 그럭저럭 자료들이 있어서 그걸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할게.


일단 '청풍장(淸風莊)'은 왜 이름을 이걸로 지었는지가 나오진 않고.. 그냥 무난히 좋은 의미라 그렇게 지은거 같고, '소화장'은 일본의 연호인 쇼와 시대에 지어졌다고 해서 소화장(昭和莊)이야.


두 건물은 <조선도시경영주식회사>에서 지었다고 하는데, 이 회사는 우리가 다들 알고있는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자회사였다고 하네. 소화장은 조선도시경영주식회사의 일본인 직원 숙소로 지어졌대.


이렇게 역사와 사연이 있는 아파트를 겉모습만 대충 보고 끝내긴 아쉬웠는데, 다행히 방송국에서 여기를 취재한 영상이 있더라고. 그래서 내부 모습을 대충 볼수 있었어.

이 방송이 올해 5월에 방영한 거니까... 소화장아파트에 거주하는 이 할아버지께서는.. 제4공화국(유신시대)때부터 여기 살았다는걸 알수가 있지.ㅋㅋㅋ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점은, 당대의 일본 건축/주거 양식이 여기저기 남아있다는 거야.


일단 이건 자막에는 장롱이라 되어있지만 할아버지께서 '옷실'이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 한국에서 흔히 쓰는 장롱이 아니라, 방 내부에 칸막이 벽을 만들고 거기에 나무 미닫이 문을 닫아서 옷을 두는 공간으로 사용하는 일본 양식인거 같아.


그리고 바닥은 충격의 다다미ㅋㅋㅋㅋ 이거 실화인가 싶다.ㅋㅋ 70년 넘은 다다미...


이런저런 보충 설명을 하자면, 우선 청풍장과 소화장은 당시에는 아파트로 불렸지만 현재의 법적 기준을 충족하진 못해서 공식적으로 아파트는 아니고 공동주택이래. 그리고 둘다 지어진 당시에는 상당한 고급 주거시설이었다고 하네. 그래서 한국전쟁 당시에는 국회의원 숙소로 사용되었다고 함.


또 건축학적으로는 일제 말기의 모더니즘 건축양식에다 '속복도형' 구조래. 속복도형이라는건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_현관에 들어서면 좁은 복도를 통해 각 방과 화장실, 욕실, 주방 등으로 진입이 가능한_ 구조라는 뜻이야. 방과 방 사이에도 출입문이 있고.


거기에다 두 건물이 지어진 시기가 2차대전 시기잖아. 그래서 방공호로 대피할수 있는 비상구 시설도 있고, 당시 자재가 모자라서 철골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벽돌, 시멘트, 모래, 자갈로만 지었다고 하네.


1940년대에 지어진 거니까 사실 위의 두 건물은 문화재라고 볼수도 있는데, 아주 아쉽게도 청풍장과 소화장 모두 완공 당시의 모습이 조금만 남아있을 뿐, 여러 차례 개조, 변형, 증축이 되어 이제는 그냥 어디서나 흔히 볼수있는 그런저런 낡은 건물이 되고 말았어. 2006~7년에 부산시에서 문화재 지정을 하려고 시도해 봤는데 입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하네. 뭐 어쨌든 사유재산이니깐.


검색을 하다보니 2010년에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청풍장과 소화장은 문화재 지정은 안되는데 그렇다고 재건축이 되는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계속 낡아가는 중이야. 그 현실이 참 안타깝더라고. 과거부터 이 건물의 가치를 아는 누군가가 있어서 보존을 잘하는게 최선이었을텐데 말이야. 아쉽당......